죽음에도 지혜가 필요하다 - 노화와 질병 사이에서 품격을 지키는 법
헨리 마시 지음, 이현주 옮김 / 더퀘스트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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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인 헨리 마시는 영국의 신경외과 의사이자 문필가로, 정년퇴임을 하고 이후 세계를 돌며 의료 봉사와 강연,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죽음에도 지혜가 필요하다>40년의 세월 동안 의사로 살아오던 저자가 어떻게 환자가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죽음 앞에서도 저자는 담담하게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책의 구성은 1장 부정, 받아들일 준비 / 2장 파국화, 비관적 안내 / 3장 행복, 남은 날들을 위하여로 구성되어 있다.

 

 ‘내 죽음 후에 남겨질 것들’, ‘과거, 현재, 미래는 함께 존재한다가 특히 와닿았다. 코로나19가 시작되었을 때 저자는 죽을지도 모르는 두려움 앞에서도 가장 걱정했던 것이 손녀들의 인형 집을 완성하지 못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고 한다. 35년 전 큰딸에게 인형 집을 만들어주었고, 손녀들의 인형 집까지 만들어주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 인형의 집이 성가신 물건이 되지는 않을지 두려움을 느낀다. 저자는 목재를 수집해왔는데 지금 무엇을 만들든지, 그 물건은 자신보다 더 오래 남을 것이므로 살아남을 가치가 있는 물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나는 저자처럼 무언가를 수집하고 직접 만들지는 않지만 과연 나의 죽음 후에 남겨질 것들에는 무엇이 있을지 생각해 보게 된다.

 

 암을 진단받고 1년이 흐른 현재 그는 완치는 될 수 없어도 치료는 받을 수 있는 환자군에 속하게 되었다. 죽음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쉽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그는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행복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또한 저자는 어릴 적 어머니의 사진을 부엌 벽에 걸어두고 매일 바라보며 어머니의 회고록을 읽는다. 물리학자들이 과거와 현재, 미래가 동등하게 실재한다는 블록타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처럼 저자는 지금 이 순간 자신이 있는 곳이 현재는 한 장소이고, 과거와 미래도 그저 다른 장소일 뿐이며, 사진 속 어머니의 눈을 바라보고 있으니 과거와 현재, 미래가 결합된 블록타임에 살고 있음을 느낀다며 책을 마친다.

 

 과거와 현재, 미래가 결합된 블록타임에 살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이해하면서 이 대목에서 그가 죽음을 정말로 받아들였음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책을 읽고 나서 나의 죽음에 대해 떠올려본다. 아직은 죽음이 눈앞에 선명하게 그려지지 않고 생소하기만 하다. 나도 저자의 나이쯤 되면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그때쯤 블록타임에 살고 있음을 온전히 이해하고 느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새삼 시간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낀다. 그때가 올 때까지 하루하루를 더 값지게 보내고 싶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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