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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를 만들어간다 - 장마리아 그림에세이
장마리아 지음 / 쌤앤파커스 / 2023년 8월
평점 :
그림 에세이라는 책 소개에 이끌려 읽게 되었는데, 책을 통해 장마리아라는 화가를 알게 되고 그녀의 작품 세계를 만나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저자는 30대 초반에 황반 변성으로 한쪽 눈이 갑자기 보이지 않게 되었다. 더 이상 그림을 그리지 못할 수도 있는 상황과 맞닥뜨리면서 좌절감과 상실감 또한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 상심의 크기는 도저히 가늠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작가는 포기하지 않고 자신만의 색을 찾았다는 것. 그리고 내면의 세계를 마음껏 펼쳤다는 점이 굉장히 멋있었다.
책을 읽기 전 표지부터 시선을 사로잡았다. 작가의 작품 중 하나인 <In Between-Spring Series (Orange)>였다. 강렬한 주황색과 재료의 두터운 마티에르가 느껴지는 작품이다. 작가의 두 번째 연작인 ‘스프링 시리즈’나 세 번째 작업인 ‘인비트윈-스프링 시리즈’에서도 공통적으로 아지랑이 같은 형상과 두터운 마티에르가 느껴진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 하지만 그에 대한 본질적인 답은 언제나 화가 자신에게 달려 있었다. 그리고 여러 감정들 가운데 남기고 싶은 것은 단 하나, 나를 살린 ‘빛’이었다. 그러기 위해 스스로 과감히 치부를 드러냈다. 화가의 인생을 집어삼킨 무수한 회색빛 초점을 부러 화폭에 담기 시작한 것이다. 두 번째 연작, ‘스프링 시리즈’의 시작이었다. 대부분의 시련은 사람을 녹슬게 한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희망은 피어난다.”
이 부분을 읽고 나니 작품의 형상에서 희망을 향해 꿈틀거리는 듯한 움직임의 역동성이 느껴지는 듯하다. 어떻게 보면 마치 케이크의 크림을 꾸덕꾸덕하게 바르는 것 같이 보이기도 하는 작업들에서 자유분방한 즐거움이 느껴져 작가가 작업하는 모습을 직접 보고 싶기도 하다.
책에 피카소의 청색시대에 대해서 언급하는 부분이 있다. 청색시대는 피카소가 가난하고 어려웠던 시절의 경험을 반영한 시기로, 우울한 감정을 반영하여 한색 계열을 즐겨 사용했던 시기이다. 하지만 청색시대가 지속되는 것은 아니었다. 피카소의 그림 시기는 여러 시기로 나누어지는데 청색시대 다음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분홍색을 주로 쓰는 장밋빛 시대이다. 실제로 우울한 감정이 없어진 상태는 아니었는데 이처럼 저자는 침잠의 시간은 누구에게나 존재하지만 그것은 때때로 아주 슬프거나 기쁜 일일 수도 있고, 예상 밖의 결과를 낳기도 하므로 가라앉는 시간을 애석해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나는 여기서 저자 또한 저자만의 청색시대를 거쳐 장밋빛 시대로까지 나아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카소가 장밋빛 시대 이후로도 다양한 실험을 하면서 다채로운 작품들을 선보였던 것처럼 장마리아 화가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