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보자기
도광환 지음 / 자연경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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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에 제목에서 보자기라는 단어를 보고 정겨운 느낌을 받았다.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명절에 보자기로 정성스럽게 포장된 선물을 주거나 받은 기억이 있을 것이다. 또 보자기는 모두가 가난했던 시절에 책가방 대신 사용되기도 했고, 더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고려 시대부터 존재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의 전통을 느낄 수 있는 소재라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심지어는 표지의 색마저도 보자기 색 같다고 느꼈는데 정작 이 책에서의 보자기의 의미는 미술을 보는 일로 자신을 기억하는 힘이었다. 내가 상상한 것과는 전혀 달랐지만 저자가 전달하고자 한 메시지를 단번에 이해할 수 있으면서도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제목도 좋았지만 제본 형식도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처음 책을 받아보고는 실로 스티치 된 제본이 형태를 드러내고 있어서 파본으로 착각하기도 했었다. 보통은 책을 읽을 때, 독서대에 고정을 시키고 읽었는데, <미술-보자기>는 완전히 펼쳐져서 굳이 고정을 하지 않아도 되고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도판들이 책 사이로 말려 들어가거나 하지 않아 다른 요소에 방해받지 않고 온전히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모든 책들이 이런 제본 형식으로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잠시 했었지만 공정에서 세심한 노력의 과정이 요구되기에 다른 책들의 제본 형식이 충분히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미술-보자기>의 구성 순서는 를 고찰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를 둘러싼 가족이나 친구와 같은 주변 영역으로까지 영역을 확장해나가면서 를 만든 정신과 물질, ‘와 예술적 사유를 거쳐 다시, ‘에 대한 고찰로 마무리 짓는다. 나에 대한 고찰로 시작하여 나에 대한 고찰로 마무리됨으로써 보다 깊이 있는 자기통찰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좋았다.

 

 이 책을 통해 수많은 작품에서 다양한 화가들의 삶을 만나볼 수 있었다. 아는 화가들과 작품들도 많았지만 처음 보는 작품들도 많았다. 작품에 대한 스토리도 재미있었고, 중간중간 짤막하게 나오는 글귀들이나 좋은 문구도 많아서, 단순히 작품을 시각적으로만 보는 것만이 아닌 예술과 삶에 대해서도 함께 사유를 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인생은 를 찾아 떠나는 긴 여행이다여행의 짐은 가볍지 않고길은 낯설며돌아올 날은 정해져 있지 않다여행의 방법과 일정은 수없이 많겠지만틀림없는 사실이 하나 있다여행은 반드시 끝난다는 점이다그건 죽음이다모든 인간에게 가장 평범한 대면은 죽음이다누구나 아는 진실이지만담담히 마주하는 이도 있고한사코 피하는 사람도 있다.

 

 과거의 나와 비교해 보면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바라는 것, 하고 싶은 것,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등이 달라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해가 갈수록 새로운 나를 발견할 수 있는 것처럼 앞으로의 인생에서도 를 찾아 나가는 것에 집중하고 싶다.

 

 책을 읽기 전 사진작가인 저자가 밀라노에서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본 뒤 느낀 영혼의 떨림에 가까운 감동을 느꼈다는 소개글을 보고, 몇 달 전 로마의 시스티나 성당에서 본 미켈란젤로의 천장화가 떠올랐다. 그때 느낀 위압감과 뭐라 설명 못할 감정을 지금에서야 영혼의 떨림에 가까운 감동이라고 정리할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 나도 다른 나라로의 미술 여정을 떠나고 싶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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