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무너진 뒤에야 선명해지는 마음《서성이다》를 읽으며 가장 많이 떠올린 단어는 결국 ‘곁’이었다.소설가 안시찬이 아내 이지수가 쓰러진 것을 발견하면서 평범했던 일상은 순식간에 달라진다. 가족에게 연락하고, 자신의 일정을 취소하고, 병원에서 기다리고, 때로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까지. 장강명 작가는 사람이 가장 소중한 존재를 잃을지도 모르는 순간 어떤 모습이 되는지를 과장하지 않고 담담하게 보여준다.그래서 더 현실적이고 아프게 읽혔다.우리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으면서도 그 시간이 영원할 것처럼 살아간다. 해야 할 말도 미루고, 미안하다는 말도 미루고, 사랑한다는 표현도 다음으로 넘긴다. 하지만 평범했던 일상이 무너지는 순간 그동안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가장 귀한 것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너를 만나기 위해 이 모든 일을 다시 겪으라면, 나는 그렇게 할 거야.”이 한 문장이 작품 전체를 오래 붙잡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서성이다》라는 제목 역시 참 좋았다. 사랑하는 사람의 곁에서 아무것도 해줄 수 없어 서성이는 마음이기도 하고,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며 후회 속을 서성이는 마음처럼도 느껴진다.슬픔을 과장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독자의 기억과 경험이 그 빈자리를 채운다. 책을 덮고 나면 자연스럽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생각하게 되고, 평범하게 함께할 수 있는 오늘이라는 시간이 얼마나 귀한지도 돌아보게 된다.사랑과 상실에 관한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우리가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을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 묻는 작품이었다.잔잔한 소설인데 여운은 결코 잔잔하지 않았다. 한동안 마음속을 서성이게 될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