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대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늘 왕룽을 가장 많이 언급합니다. 물론 이 작품의 주인공이니까 당연할 수도 있지요. 하지만 정말 이 책을 진지하게 정독을 한 분이라면 왕룽의 아내인 오란에 대해 더 많은 감동을 받지 않을까요?억척스러운 오란의 삶. 가부장제라는 질서 속에서 그저 말없이 아이를 낳고, 바로 나가 일을 하고, 남편의 구박을 받고, 쓰저리려고 하는 집안을 다 일으켜 세우고, 그리고 쫓겨나고, 결국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하는 우리의 불쌍한 오란. 동양 여성의 삶과 노동에 대해 아마 이방인이었던 작가는 이색적으로 느껴지지 않았을까 추론해 봅니다. 그래서 더 세밀하게 묘사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 왕룽과 오란의 삶. 서양인의 눈에 비친, 어쩌면 전근대적이었을지도 모르는 구수한 삶의 모습. 이것이 비로 동양의 진미가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