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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욘더
김장환 지음 / 비채 / 2022년 10월
평점 :
당신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아바타는 당신이 그리워하는 그 사람을 닮아갈 수 있습니다. 요는 어떻게 교감하느냐의 문제죠. 처음에는 그것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워요. 거기 있는 것이 내가 그리워하는 그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죠. 그냥 그림이며 거짓이라고. 하지만 그 인공지능이 점차 자라나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겁니다. (p.91)
얼핏 보면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가상공간과 물리적인 공간이 혼재하는 세계. 육체가 죽어도 기억을 보존할 수 있는 시대.
여러 추모 공간들 중 ‘바이앤바이’라는 곳에서 세상을 떠난 이의 아바타를 만날 수 있다. 단순히 과거의 기억만을 가지고있는 게 아닌 새로운 기억을 함께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점이 독특하다.
세상을 떠난 아내 ‘이후’의 아바타를 만난 ‘김홀’은 혼란스럽다. 겉모습과 목소리가 아내인 것 같지만 대화 중에 미묘한 이질감이 느껴지고 아내를 흉내 내는 아바타는 섬뜩하다. 도망치듯 그 공간에서 빠져나온다.
나는 나와 이후를 흉내 내는 아바타 간의 대화를 떠올렸다. 그래, 역시 이후는 없는 거야. 이런 식이지. 모두 만들어진 인공적인 존재들. 사이버 스페이스라 부르는 장소에 벌어진 거짓들. (p.137)
처음 바이앤바이에서 헤맬 때 방법을 알려준 소녀 ‘피치’를 통해 누군가를 잃은 사람들과 오프라인 모임을 하고 다시 마음을 잡는다.
김홀은 아내의 아바타와 대화하면서 잊고 있던 기억을 하나씩 떠올린다. 아바타는 아내와 점점 비슷해지는 것 같다. 하지만 결국 아내가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에 복잡한 심경이다.
바이앤바이 너머 세상을 떠난 이를 실제로 만날 수 있는 다른 공간이 있다는 소문을 듣는다. ‘사이버 스페이스 헤븐’이라고도 여겨지는 ‘욘더’. 김홀은 그곳으로 가기로 결심한다. 가는 방법을 알아내야 한다. 어쩌면 아내와 재회하고 함께 미래를 꿈꿀 수 있을 것이다.
소설 속에서 안타까운 이별을 한 이들은 꾸준히 추모 공간으로 간다. 현실을 받아들이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어쩌면 끝이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리운 이를 어떤 방식으로든 만나고 싶은 마음에 공감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을 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