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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인간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무라타 사야카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22년 9월
평점 :
“언제까지 살아남으면 돼? 언제쯤이면 살아남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어?” (p.106)
초등학교 5학년 나쓰키는 마법 소녀다. 새하얀 고슴도치 인형처럼 보이는 ‘퓨트’는 포하피핀포보피아별에서 온 마법경찰이다. 퓨트가 준 요술봉과 콤팩트로 변신을 하고 마법을 쓸 수 있다.
부모님은 나쓰키에게 거리낌 없이 언어폭력, 물리적 폭력을 휘두른다. 나쓰키는 반항하지 않는다. 그 순간이 지나가길 기다린다. 마법을 쓰며 버틴다.
유우는 나쓰키의 사촌이다. 이혼한 후 엄마는 아들 유우에게 어리광을 부리고 의지한다. 유우는 누군가가 요구하는 걸 대부분 들어준다.
나쓰키는 유우를 만날 수 있는 백중절을 일 년 내내 기다린다. 유우만 나쓰키의 비밀을 안다. 유우도 자신의 비밀을 알려준다. 서로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남자고 약속한다.
하지만 어른들을 경악하게 만든 어떤 일 때문에 둘은 더 이상 만날 수 없다.
서른한 살에 나쓰키는 현재의 남편과 ‘계약결혼’을 한다. 세상이 남자 어른과 여자 어른에게 요구하는 역할을 연기한다.
새 생명을 제조하지 않는 인간은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은근한 압력을 받게 된다. 새 인간을 ‘제조’하지 않는 부부는 노동을 함으로써 공장에 공헌하는 모습을 어필해야만 했다. (중략) 그토록 시간이 흘렀어도 나는 아직 공장 구석에서, 사는 게 아니라 살아남고 있었다. (p.127)
결말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건지… 소설을 읽는 내내 머릿속에 물음표가 떠있었다.
‘상식’을 강요하는 세상에서 인간이 아닌 존재가 되어 생존하는 독특한 이야기다.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들이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내용이기도 하다. 다소 충격적이지만 작가가 소설에 무엇을 담고 싶었는지 알 것 같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을 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