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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조가 놓인 방 ㅣ 소설, 향
이승우 지음 / 작가정신 / 2022년 4월
평점 :
말하자면 사랑은 세상을 축소시키는 기술이다. 사랑에 빠지는 사람의 세계는 두 사람만 존재하는, 아주 좁은, 이제 막 태어난 세상이다. (p.43)
연애소설로 읽기에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다는 작가의 말에 내심 연애소설로 읽히기를 바랐다.
‘당신’은 삼십 대 후반의 직장인이고 아내와 사이가 좋지 않다. 대화가 거의 없고 서로 관심 없이 지낸다. 당신은 회사로부터 지방 근무 발령을 받고 H시로 가게 된다. 아내는 따라가지 않겠다고 한다.
H시에 아무 연고도 없는 당신은 문득 한 사람을 떠올린다. H시에 그녀가 살고 있다. 해외출장 중에 만난 그녀는 당신을위기에서 구해주었고 달빛이 반사된 바다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눴다. 출장에서 돌아온 후 그녀를 애써 잊으려고 했다. 하지만 명분이 생겼고 연락을 한다. 십육 개월 만이었다.
둘은 다시 만난다. 그녀의 방 한가운데엔 커다란 욕조가 있다. 욕조는 그 방의 주인처럼 보인다. 그녀는 물이 찰랑거리는욕조 안에서 잠든다.
해외에서 우연히 가까워지고 함께 멋진 풍경을 보고 키스를 그리고 다시 만나 동거하는 과정을 보며 사랑을 찾을 수 없었다. 사랑보다는 일시적인 충동으로 다가왔다. 가정 안에서 찾지 못한 사랑의 결핍으로 사랑을 찾아 나선 것일까. 혼란스러웠다.
이성적으로 감정을 꾹 누르고 상대방에게 한발 다가서기 위해 명분을 찾는 조심스러움에 답답함을 느꼈다. 하지만 어쩌면 적극적인 사랑보다 망설이는 사랑이 더 현실과 가까운 건지도 모르겠다.
물은 매듭지을 수 없다. 사랑도 물과 같아서 언제 스며들었는지 모르게 스며든다. 그들에게 사랑은 알 수 없는 것, 안다고말할 수 없는 어떤 것이다. 사랑의 시작과 완성은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다. (p.37)
리뷰를 써 내려가다 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어떤 다름에 혹은 그저 느낌에 끌리는 것도 사랑인 것 같다. 사랑의 시작과 매듭은 알 수 없다는 부분이 특히 인상적이다. 작가의 다른 책도 궁금해졌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