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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기 머시기 - 이어령의 말의 힘, 글의 힘, 책의 힘
이어령 지음 / 김영사 / 2022년 4월
평점 :
품절
내가 지금 얘기하고 싶은 건 여러분이 자기 머리로 생각하기 시작하면 세계는 빛나고 누구나 자기 인생을 말할 수 있다는것입니다. (p.194-195)
고 이어령 교수의 강연과 대담을 엮은 책이다. 시의 감상과 해석에 대한 내용부터 책의 유래, 말과 글의 차이 등 ‘말의 힘, 글의 힘, 책의 힘’에 대해서 넘치는 지식과 연륜이 묻어나는 생각을 전하고 있다.
이어령은 1988년 서울올림픽 개폐회식에서 12개 언어로 해설을 들을 수 있는 통역 장치를 고안했다. 개폐회식의 주제어인 ‘벽을 넘어서’도 만들었다. 여기에서 벽은 언어의 벽, 분단의 벽을 넘고자 하는 소망을 담은 ‘벽(wall)’인데 번역 과정에서 원어민의 의견이 받아들여져 장벽(barrier)로 번역되었다.
이 내용은 여러 강연에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의도와 다르게 번역된 것에 대한 깊은 아쉬움이 느껴진다. 다행히 올림픽 주제곡 ‘핸드 인 핸드’ 가사는 ‘breaking down the walls’로 번역되었다고 한다.
한글에 대한 분석이 인상적이다. 한글은 동사 중심이기 때문에 주어를 주로 생략하고(사랑해) 외래어에 우리말의 흔적을남기고(라인선상, 동해바다) 비하어를 쓰지 않고 중간어를 쓴다(잘하다/잘못하다). 경계를 딱 구분하지 않는 언어에 대한부분은 책 제목인 ‘거시기 머시기’와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 같다.
기억이란 망각의 과정이라고도 하듯이 말할 때 생각나지 않는 말이 생기는 것은 누구에게나 있고 어느 나라에도 있는 법이다. 하지만 ‘거시기 머시기’는 다르다. 망각된 이름을 메우는 대명사의 용도만이 아니다. 한국말에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흑백의 경계를 넘어선 애매하고 이상한 말들이 많다. 같지도 다르지도 않은 것을 뜻하는 ‘엇비슷’이 그렇고 서지도 앉은 것도 아닌 ‘엉거주춤’이라는 말이 그렇다. (여는 글 p.8-9)
한글을 다른 언어와 비교한 설명들은 흥미로웠다. 시인, 소설가, 평론가, 기호학자, 문화기획자, 교육자, 장관으로서 다음세대에게 ‘언어’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자신만의 생각을 가지고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한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