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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 이야기 - 개정판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22년 3월
평점 :
나는 태평양 한가운데 고아가 되어 홀로 떠 있었다. 몸은 노에 매달려 있고, 앞에는 커다란 호랑이가 있고, 밑에는 상어가다니고, 폭풍우가 몸 위로 쏟아졌다. (p.163)
시간이 흘러 다시 읽으니 또 다른 느낌이다. 기억에 남아있던 건 망망대해에 떠있는 배 그리고 호랑이와 소년.
파이의 가족과 동물을 실은 일본 화물선 ‘침춤 호’는 인도 마드라스에서 출발하여 캐나다로 향한다. 배는 태평양에서 침몰한다. 깊이 1미터 남짓, 폭 2.4미터, 길이 8미터 구명보트에서 파이와 호랑이 리처드 파커는 기묘한 공생을 시작한다. 벵골 호랑이뿐만 아니라 모든 것에 대한 묘사는 생생하고 살아남기 위한 모든 방법은 치열하다.
나를 진정시킨 것은 바로 리처드 파커였다. 이 이야기의 아이러니가 바로 그 대목이다. 무서워 죽을 지경으로 만든 바로그 장본인이 내게 평온함과 목적의식과 심지어 온전함까지 안겨주다니. (p.238)
이야기가 작가 노트로 시작되는 점이 흥미로웠다. 파이의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며 중간중간 현재가 교차되고 마지막에 생존 이후 인터뷰를 통해 ‘표류기’를 돌아본다. 배가 침몰하고 가족을 잃었지만 생존한 파이 이야기는 ‘해피엔딩’인 걸 알아서 안도하며 읽을 수 있었다. 227일간의 여정을 따라가는 동안 내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지만.
파이가 마주하는 다양한 감정들이 예전보다 더욱 세세하게 느껴졌다. 대강의 줄거리를 아는 상태로 앞부분에 어떤 이야기를 펼쳐둔 이유를 가늠하며 읽는 즐거움도 있었다. 놀림에서 벗어나기 위해 파이라는 이름을 만들고 조난 중에도 정신을 바짝 차려 생존한 파이의 능동적인 모습이 새롭게 다가왔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