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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한 십자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인간의 속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공허한 십자가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최신작입니다.
이 책에서는 공허한 십자가라는 말이 두 번 나오는데요/
대체 누가 '이 살인범은 교도소에 몇 년만 있으면 참사람이 된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살인자를 공허한 십자가에 묶어두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p.212
"난 당신 남편도 사형에 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렇게
되진 않겠지요. 지금의 법은 범죄자에게 너무 관대하니까요.
사람을 죽인 사람의 반성은 어차피 공허한 십자가에 불과한데
말이에요.
하지만 아무 의미가 없는 십자가라도. 적어도 감옥 안에서 등에
지고 있어야 돼요. 당신 남편을 그냥 봐주면 모든 살인을 봐줘야 할
여지가 생기데 돼요. 그런 일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돼요."
p.406
딸 마나미를 강도의 습격으로 잃은 엄마 사요코는 살인자의
반성이란 있을 수 없다는 의미로 공허한 십자가라는 말을 반복합니다.
딸을 잃고 남편 나카하라의 얼굴을 보면 서로 괴로워서 참지 못하고
결국은 헤어짐을 택하는데요.
그렇게 서로의 소식도 모르고 살고 있던 나카하라는 딸을 잃고 11년후
또 다시 사요코의 죽음이라는 소식을 형사로 부터 듣게됩니다.
나카하라는 아이의 죽음 이후로 자신의 삶에 칩거하며 조용히 살아온
반면 , 사요크는 범죄 피해자를 도와주는 활동을 하며 범인들이 얼마나
큰 죄를 지었는지를 깨닫게하고 그들이 사형에 처해질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왔음을 알게됩니다.
석연치 않은 사요코의 죽음 뒤에 후미야와 사오리의 또다른 범죄가
숨어 있음을 파헤치고 둘에게 자수를 하던지 말던지 선택의 여지를
남겨주며 이야기는 끝나는데요.
법의 도움을 받아 범인을 사형에 처하게 했지만 자신들의 삶은 결국
망가져 버린 사요코와 나카하라 부부.
자신들의 범죄를 숨기면서 살았지만 자신의 존재가치를 부정하며
늘 죽고싶어하는 사오리와 속죄를 위해 다른 여인을 구하고
소아과 의사가 되어 아픈 아이들의 생명을 구하면서 살아온 후미야.
범죄를 저지른 자의 사망에 극도로 집착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사람을 죽이면 사형에 처한다- 이 판단의 최대 장점은 그 범인은
이제 누구도 죽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말이 명확하게 그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겠죠.
가족을 잃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자의 입장에서 범인이 여전히 살아있고
시간이 지나면 다시 사회로 나올 수 있다는 것만큼의 두려움은 없을 거
같으니까요.
그러나 한 생명을 취하고 깊은 몸부림으로 삶을 대하고 자신으로 인해
나머지 두 사람의 생명을 구한 후미야를 보면서는 범죄자의 사형이란
정말 간단한 문제가 아니구나 하는 양가적 감정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 모든 것은 사람과 사람의 만남에서 시작하는데요.
15살 풋풋한 후미야와 사오리.
사랑의 감정을 어떻게 처리해야 좋을지 몰랐던 그들은 어리석은 선택으로
평생 십자가를 등에지고 살면서 다시는 만나지도 못하는 인연으로 남게
됩니다.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심심찮게 뉴스에 등장하는 미혼모의 유아유기가 겹치면서
법이 있기 이전에 제대로 된 가족내에서의 인성훈려과과 사회적 관심이
얼마나 중요한지 되짚어 보게 되더라구요.
이래저래 많은 생각과 여운을 남기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공허한 십자가는
최근 읽었던 그의 다른 작품에 비해 깊이감이 있어 좋았습니다.
[꿈결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