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체로 시작한 꼬리에 꼬리는 무는 다양한 자연의 이야기

우리가 사체를 줍는 이유 - 자연을 줍는 사람들의 유쾌한 이야기
모리구치 미츠루 지음, 박소연 옮김 / 숲의전설 / 2020년 10월

사체로 시작한 꼬리에 꼬리는 무는 다양한 자연의 이야기

자연의 생명체에 대한 이야기는 다 재미있다. 나무, 꽃, 새, 풀벌레 등 종류를 가리지 않고 대부분 좋아한다. 일반적인 동물의 특징에 대한 이야기나 도감 이야기는 자주 접했지만 사체를 주워 연구하며 접한 다양한 이야기라니..주제가 너무나 독특하고 기발해서 읽게 된 《우리가 사체를 줍는 이유》이다.

이 책의 저자 모리구치 미쓰루 씨는 일본의 한 중고등학교 선생님이다. 학교 이름은 자유의 숲인데, 한국으로 치면 대안학교 같은 독특한 시스템의 학교인 것 같다. 어릴 때부터 곤충, 동물들을 좋아했던 저자가 좋아하는 것들을 항상 함께하고 싶어서 택한 이 학교의 선생님으로써 현재까지 10여년 재직을 하며 학교아이들과 동물의 사체를 주워 연구하고 탐구한 다양한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 있다.

이 책은 딱딱한 학습용 책이 아닌 물 흐르듯이 여러 에피소드를 줄줄 이야기한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 책에 빠져들며, 평소에 쉽게 볼 수 없었던 야생동물, 땅 속 동물, 곤충, 새 등 다양한 동물의 사체를 연구하고 직접 세밀화를 그리는 작가이기에 직접 그린 그림까지 함께 실어서 너무 재미있었다.

동물의 사체라니..동물에 그리 관심을 두지 않는 사람들이 특히 이 제목을 듣는다면 살짝 섬뜩할 수도 있겠다. 나는 기본적으로 동물의 모든 것, 생활, 뼈구조까지 다 관심이 많았던 사람이기에 처음 접하는 책이어서 너무 읽고 싶었지만 말이다. 가끔 텔레비전을 통해서 보는 자연의 다양한 생명들의 삶을 보면 참으로 재미있다. 하지만 죽은 사체를 통해서 연구하는 것은 더욱 더 진득한 연구, 생각, 유추 등이 필요한 힘든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그 만큼 이 분야에 오타쿠처럼 어릴 때부터 매진해 왔으며 즐겁게 해 왔기에 책 속에서 나타나는 자신의 학생들과의 에피소드가 하나 하나 너무 재미있었다. 저자가 탐구하는 생명체는 일반 사람들은 관심 없을 법한 아주 작은 곤충, 벌레까지 정말 다양하다. 사체를 연구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뼈만 다시 정리하여 골격을 만드는 작업까지, 동물 연구 마니아를 엿볼 수 있었다.

여러 동물들의 머리뼈, 목뼈 등을 연구하며 생명 진화를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저자의 해박한 지식이 모두 담겨 있어서 너무 좋았다. 일반적 사람들의 관심에서 많이 벗어나 있는 주제인 동물, 곤충이기에 다양한 관련 도서가 없는데, 이런 재미난 책을 출간해서 너무 좋았다. 비인기 영역이지만 저자의 남다른 열정과 관심으로 전문가가 되고 끊임없는 수집, 탐구로 이 책이 탄생한 것이 아닌가 싶다. 너무 어릴 때 읽어서 기억은 잘 안 나지만 이 책을 읽으며 파브르 곤충기가 떠 올랐다. 이 책을 일본의 파브르 곤충기라고 하고 싶다.

동물의 사체로 이렇게나 다양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할 수 있다니, 동물에 관심이 있지 않은 사람들도 읽으면 좋아하리라고 생각하며 적극 추천하고 싶은 재미있는 동물 에세이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