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로마인 이야기
시오노 나나미 지음, 한성례 옮김 / 부엔리브로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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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선 이 책의 성격을 본다면, <로마인 이야기> 중에서 아우구스투스 시대까지를 정리한 책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나는 그것을 ‘실용적 성향’ 또는 ‘현실 적합성’이 가지는 중요함에 대한 강조라고 말하고 싶다.

  서문에서 저자는 자신이 교수들을 곤란하게 만든 질문을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고대 로마는 고대 그리스를 본뜬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그런 국가가 어떻게 1000년이나 계속되었을까요? 게다가 대제국으로 번영했지 않습니까?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6쪽)

  저자가 보기에 그리스는 비록 서양 문명의 요람이라고 불리기는 하지만 오랜 번영을 이룬 국가는 아니기에, 로마에 비해 성공한 문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하는 것 같다. 그리스 문명의 황금기를 이룬 아테네의 번영도 ‘고작 2세기 동안에 이뤄진 결과’(109쪽)라고 한다. 반면에 기원전 2세기 말부터 서기 2세기 말까지 광대한 영토를 비교적 평온하게 다스린 로마는 매우 경우로운 문명으로 비쳤을 것이다.

  로마인들이 실용적인 민족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로마인들이 끊임없이 겪은 시행착오에서 배운 경험 때문이라고 한다. 이는 로마인들이 켈트인의 침입, 포에니 전쟁 등과 같은 외부의 위협은 또는 내부의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상황에 대처하는 최선의 방법을 찾도록 만들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라틴 동맹, 호민관 제도 등이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하지만 로마인들은 절대 빠른 변화를 추구하지는 않았다. 이것이 그리스와의 가장 큰 차이라고도 한다. 로마인들은 차근차근, 자신들의 전통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변화를 추구했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생긴 부작용이 ‘그라쿠스 형제의 개혁시도 및 실패’라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십자군 이야기>의 작가인 이태는 그라쿠스 형제의 개혁이 실패로 돌아감으로써 로마는 군국주의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 그러한 주장은 다소 성급한 해석이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그라쿠스 형제의 개혁은 수십 년 후에 카이사르에 의해 실현되었기 때문이다. 서기 2세기까지 로마인들은 시행 착오를 겪는 가운데에서도 차근차근 필요한 개혁을 해 나갔음을 보게 되는 대목이다.

  여기서 나는 현재 한국의 정치 현실을 보게 된다. 한국에서 개혁 세력을 자임한 사람들이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개혁을 시도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무엇보다도 개혁 의제를 한꺼번에 내놓지 말고 가장 필요한 것부터 시도했다면 더 나은 방향으로 가지 않았을까? 그런 의문이 들게 된다. 가령 처음부터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는 것보다, 사람들의 실생활과 관련있는 경제 문제부터 개혁했다면 결국 정치 개혁에도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물론 이러한 개혁의 실행에는 현실 사회 문제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개혁 세력은 집권 이후에 현실 사회 문제에 대한 진단마저 정확하게 하지 못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들 개혁 세력이 무리하게 또는 안이하게 생각하여, 정치적인 담론 또는 큰 담론과 관련된 개혁을 내세우다가 결국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결국 로마인들과 관련된 이야기는 지금 우리와도 큰 관련을 맺는 것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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