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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을 임대합니다 - 제2회 신체강탈자 문학 공모전 수상 작품집 신체강탈자 앤솔러지
가양 외 지음 / 황금가지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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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리스 이벤트에 당첨되어 황금가지에서 받은 책을 읽고 쓴 후기입니다.]​​​​​​

신체 강탈(Body Snatch)에 대한 상상은 우리를 두렵게 한다. 나의 나됨을 가장 직접적/물리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것이 내 신체니까. <<내 몸을 임대합니다>>는 신체 강탈자 앤솔러지로서 강탈되는/변이되는 ‘나’라는 정체성에 대해 상상한다.


<<내 몸을 임대합니다>>에는 다섯 작품이 수록되어 있는데, 해당 작품들을 크게 둘로 나누어 서술하고자 한다. ‘신체 강탈’이라고 했을 때 연상되는 작품들과, 신체 강탈보다는 신체의 변이와 가깝게 느껴지는 작품들로 나누어 보겠다.



1. 뻔한 듯 흔하지 않은 신체강탈 이야기


우선 <믿습니까>의 경우 인간의 외피를 쓴 ‘외계인’이 인류를(정확히 말하자면 한국 모처의 시민들을) 구한 뒤 광신에 빠져드는 사람들을 그려낸 작품이다. 처음에는 갑작스레 등장한 외계인마저 인류와 유사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니 너무 인간중심적 사고 아닐까 했지만, 사실 그것은 인류의 자리를 차지하고 ‘형제들’과 멸망 없이 번성하기 위한 계책이었기에 이해가 되었다. ‘멸망을 막는다’는 메시지가 인류를 향해 발신된 것이 아니라 그들의 동족 ‘형제들’을 향한 것이었음에도, 인간들이 그것을 자신들을 향한 구원의 메시지로 착각하는 것 또한 씁쓸하면서도 그럴싸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영화 인베이젼(Invasion, 2007)과 유사한 설정이라고 생각했다.


이와 유사한 느낌을 주는 또 다른 작품은 <자애의 빛>이다. 바이러스 때문에 강제적으로 콜드슬립을 한지 10년이 되는 ‘누나’를 기적적으로 깨우게 되지만, 주인공은 바이러스에 잠식된 곳 때문에 5퍼센트에서 10퍼센트 정도의 뇌는 수복하지 못할 수 있다는 의사의 말에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누나’일까를 고민한다. ‘테세우스의 배’가 제기하는 철학적 문제를 굳이 꺼내지 않더라도, 5퍼센트에 지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인격’의 핵심적인 부분이 변한다면 아무리 평균 인간 수준으로 ‘복원’한다 해도 그것이 진정한 본인일까 하는 정체성의 문제를 생각해보게 만든다.

하지만 이야기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변이’라는 점에서 작가는 바이러스에 의한 뇌의 손상과 나노봇의 수복에 의한 변이라는 과학적 변성 외에 또 하나의 장치를 마련해 두었다. 그것은 바로 누나가 실제로 ‘어떠한 생물’(단 지구상에 없거나 매우 희귀한 동물)로 변이하고 있다는 것. 이러한 경악스러운 설정 덕분에 독자는 두 번 놀라게 된다. 인식의 문제 이전에 누나는 아예 다른 생물로 변해버린 것이니까. 과학의 시선이 교묘히 그것을 가리고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그 생물은 얼핏 보기엔 이 세상을 자애가 넘치는 곳으로 바꾸어 간다. 그것이 인간에게 희망일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이 또한 일부 <인베이젼>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은 있었으나 충분히 흥미로웠다.


한편 <악취>라는 작품은 ‘과학 수사’를 해야 하는 경찰의 입장에서 신체 강탈자에게 다가간다. 시체 썩은 내가 난다는 부분이나 동료 형사가 안 끼던 장갑을 낀다는 부분 등에서 이미 충분히 암시를 준 바와 같이, 설진의 주위에는 침입해 들어온 외계인들이 있었다. 다만 굳이 신체를 강탈할 필요가 없음에도 복제할 사람을 죽여버리고 신분을 탈취하는 방식이 공포스러웠고, 또 ‘면역 반응’이 있다는 설정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70억 인구의 몸을 차지하겠다는 마지막 장면은 흔한 공포물처럼 느껴지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논리와 증거에 바탕을 두어야 하는 경찰 수사가 어떻게 마무리되었을지 궁금했지만, 그 부분은 전혀 언급되지 않고 시간이 흘러 있어서 아쉽기도 했다.



2. 스스로 신체 변이에 협력하는 색다른 신체강탈 이야기


<트루 플래닛>은 트리니티 에너지라는 개념에 기초해, 실제 존재하는 우주의 다른 행성에 생성한 아바타에 접속하여 모험을 하는 게임을 배경으로 한다. 처음에는 외계 생명체가 각각의 아바타에 침투하고, 그것이 동기화된 지구의 본체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이야기라고 막연히 생각했지만 중반 이후부터 호흡이 빨라지며 종국으로 독자를 인도한다. 중간중간 삽입되어 있던 어머니와의 기억이나, 게임 폐인이라고 불릴 수 있을 정도로 주인공이 게임에 몰두하는 이유 등을 알 수 있어 흥미로웠다. 지성체인 외계인들이나 게임업체의 인물들이 모두 주인공에게 부탁하는 부분은 조금 작위적으로 느껴지긴 했으나, 여러 설정으로 적절히 설명은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신체 강탈에 저항하고 싸우던 주인공이 강탈자들의 저의를 알게 되고 이후에는 아예 그들의 행성에 동화하기로 마음먹었다는 것이다. T-636이 아니라 다이달로스에. 본인 스스로 자신의 정신을 조각조각 부숴서 행성의 모든 곳에 존재하는 방식으로. 단순히 강탈자에 대한 저항이나 저항의 실패로 서사가 마무리되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이 강탈을 계기로 신체를 버리는 선택을 하는 이유를 납득할 수 있는 방식으로 그려냈다.


<맑시스트>는 가장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육체를 임대한다는 표제와도 가장 잘 어울렸다. 실제로 마르크스는 인간이 ‘노동력’을 사업자에게 제공하지만, 노동력을 몸과 분리할 수 없기에 육체를 지니고 가서 작업을 해야 한다는 노동의 특수성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것에 더해 ‘육체 임대’라는 새로운(하지만 ‘부동산’을 통해 줄곧 봐왔던 형식으로 작동하는) 임대 서비스가 등장하여 읽는 내내 신선함을 느꼈다. 그리고 소장의 말처럼 인간은 정신이 아니라 육체에 기반해 본인이라는 존재를 만들어낸다는 이야기에 동의하는 바도 있어 흥미로웠다. 


더 나아가 육체를 임대하고 임대해주는 것을 넘어, ‘링고’라는 배양 육체가 나온다는 점이나 그 안에서 일종의 집합적 자아가 생겨나게 되었고 그 결과 법적인 ‘자아’ 규정을 초월한 무언가가 만들어지는 과정도 다음 내용에 대한 궁금증을 멈출 수 없게 했다. 더 많은 읽을 거리가 있었다면 좋을 텐데, 하고 느낄 정도로. 개인적으로는 장편으로 다시 나온대도 좋을 것 같다고 느낀 작품이다.


이 앤솔러지는 여러 종류의 과자가 들어 있는 선물 꾸러미 같다. 각양각색의 신체 강탈/변이를 다루고 있는지라 각 작품이 끝날 때마다 한숨 돌릴 필요는 있었고, “신체 강탈자 앤솔러지”라기엔 좁은 의미에서는 강탈이 아닌 경우도 있었으나, 독특한 시선과 구성이 있는 반전이 있는 작품들로 가득한 책이었다. 부디 다섯 작가분들이 더 발전된 세계관을 가지고 곧 다시 찾아와 주시기를,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고대해 본다. 

[이리스 이벤트에 당첨되어 황금가지에서 받은 책을 읽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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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그릇을 키우는 6가지 방법 - 주 100시간 노동하는 부자가 아니라 주 10시간만 일해도 부자가 되는 시스템을 만들어라
김승현 지음 / 앤페이지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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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누구나 한번쯤 생각하는 것일 터. 물론 나도 마찬가지다. 아무래도 월급쟁이보다는 사업을 하는 사람이 돈을 많이 벌지 않을까 싶기는 했고 나는 사업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돈그릇'이라는 게 무엇일지 궁금해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 김승현도 물론 사업으로 돈을 번 사람이라서 사업을 잘 하는 방법에 대해서 말하고 있었지만, '돈그릇'이라는 것이 단순히 돈을 많이 번다는 소리가 아니라 '성공의 그릇'을 키운다는 말이 와닿았다. 김승현은 조조칼국수 등 여러 대박집을 많이 운영하는 사람이라고 하는데, 대체 이 사람은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을까?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다음 두 가지로 성공 전략을 분석해보았다.

1) 사람을 생각하고, 사업도 생각한다

일단 저자는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결국 고객이 만나는 것은 사장보다는 종업원일 가능성이 크다. 직원들이 모두 자신처럼 고객에게 살갑게 대하고, 고객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면 그 고객은 다시 오는 단골손님이 될 수 있다. 이렇게 저자는 '더 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는 사람이었다.

특히 놀랐던 것은 이윤은 나중에 추구하고 객수를 많이 오도록 유도한다는 점이었다. 박리다매라든지 여러 판매 기법을 들어는 봤으나, 음식장사는 박리다매로 하면 몸만 힘들고 안 좋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저자는 반대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수익을 극대화하는 몇몇 음식점들의 전략과는 반대로 가고 있었다. 왜냐하면 원가 절감이란 고객에 대한 포기이기 때문이다.

단, 이것은 그저 '고객이 최고!'라는 허울 좋은 명분 때문만은 아니었다. 예를 들어 매일 10명 오는 매장과 100명 오는 매장이 있다고 할 때, 식자재 가격 변동 등으로 부득이하게 가격을 인상해야 할 때 객수가 많은 매장은 조금만 인상해도 금방 재료비를 충당할 수 있다고 했다. 100원, 200원 올리는 건 소비자들에게도 별 부담은 아니지만, 1000원, 2000원씩 가격을 올리는 건 가게에 발길을 끊게 만드는 지름길이다. 즉 김 대표는 고객우선의 방침을 중심으로 하면서도, 사업에 대한 고찰도 들어 있는 사업전략을 내세운 것이다.

2) 혼자 빠르게? 함께 멀리!

김 대표는 이렇게 '사람의 온기'를 추구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키오스크도 두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키오스크와 같은 자동화 자체에 반대를 하는 것이 아니라, 만일 키오스크를 설치했다 치더라도 키오스크를 제대로 쓸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서 안내 직원을 두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보는 것 같았다. 어르신들은 키오스크를 쓰기 어려워하시니까 말이다. 키오스크 말고 직원과 함께 대화하는 것이 매장 경험에도 더 낫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이러한 관점에서 김 대표는 '혼자 빠르게' 가기 보다는, 직원들과 '함께 멀리' 가기를 원한다고 했다. 그래서 진정한 성공은 3C, 즉 만족감(contentment), 평온함(calmness), 연결(connection)으로 이루어진다는 말을 인용하고 있었다.

다만 사람을 생각한다고 무조건 사람들에게 맞추어준다든지, 아니면 대중없이 경영 방법을 계속 바꾼다든지 하는 것은 아니었다. 진상 손님 때문에 다른 손님들과 직원들이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단호하게 거절하고, 확실한 맛의 기준을 가지고 요리를 하고자 하는 등의 강단도 있었다. 그래서 이 사람은 성공할 수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중요하다는 말은 몇 번 강조해도 틀리지 않은 말이다. 어쨌든 아직은 로봇이 인간 노동을 완전히 대체하지 못하고 있고, 일부 대체하려는 부분(키오스크 등)은 있지만 완전하지는 않은 상태이니까. 당연히 사업장에는 사람이 필요하고, 이 때문에 직장에는 사람이 잘 들어와야 한다든가 사람이 안 구해진다든가 등, 사람과 관련된 말이 항상 돌아다닌다. 그러나 당연하게 알고 있는 말일수록 사람들은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기본 중의 기본이기 때문에 그닥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기본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 기본을 못해서 계속 실패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니까.

특히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인건비를 아끼겠답시고 아르바이트하는 직원들에게 중간 휴식(반반차)을 주려는 관리자의 말을 거부했다는 점이다. 사실 처음에 하루의 시간을 비우는 것으로 계약을 했다면, 반반차를 줘서 휴식도 아니면서 시급을 못 받는 주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또한 직원들이 바쁠 때 자기가 먼저 창틀을 청소하는 등, '사장이 창틀 청소를 왜 하고 있어?'와 같은 생각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 그래서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모습이 보인다는 점이 기억에 남는다.

뭘 해도 성공할 사람이다, 라는 말을 간혹 쓴다.

김 대표는 뭘 해도 성공할 사람이었을 것 같다. 굳이 요식업이 아니라 월급쟁이가 되었더라도, 사람의 마음을 얻는 방법을 알고 있으니 사람을 얻은 승리자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자기계발서에 나오는 말들을 다 아는데도 왜 성공하지 못할까, 하는 사람은 인간 사회에서 '사람'의 중요성을 다시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설령 사업을 할 생각은 없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사람'과 '함께'의 중요성을 되새기기 위해서 이 책을 한 번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위의 서평은 '자기개발서평단'에 선발되어 전달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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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좀 아는 언니 - 여성의 권리를 위한 생활법률 핵심 가이드
이웃집 변호사 지음 / 크루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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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궁금한 법이 잘 설명되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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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그리기 금지 - 쉽고 빠르게 그림 실력을 레벨 업 시키는 방법
사이토 나오키 지음, 박수현 옮김 / 잉크잼(잼스푼)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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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잘 그리는 방법에 대해서도 나와 있고, 프로 작가로 데뷔하는 방법에 대한 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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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르 Viktor
자크 마에스.리서 브라에커르스 지음, 심선영 옮김 / 고트(goat)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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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선물처럼 포장되어 왔습니다. 어른을 위한 동화책 같은 느낌. 주제는 단순하지 않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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