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 - 참을 수 없이 궁금한 마음의 미스터리
말콤 글래드웰 지음, 김태훈 옮김 / 김영사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또 다른 관점' 을 보여준다. 우리가 믿었던 사실들이 과연 믿을 만한 것인지, 우리가 비난해 마지 않았던 대상들이 과연 그렇게 큰 잘못을 했는지, 합리적이라 생각하고 밀어붙인 일들이 과연 그만큼의 결과물을 가져다 주는지, 혹시 우리 모두 뒷북을 치거나 소용없는 곳에 에너지를 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특히 사회복지정책에 대한 내용이나 이미지 사진의 함정 등의 이야기는 매우 와닿았다.   

복지정책에 대한 현재의 철학은 수혜자가 의존하지 못하도록 한도를 정해 일시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스물일곱 살의 젊은 나이에 몸을 망칠 정도로 술을 마시는 사람에게는 일반적인 채찍이나 당근이 전혀 통하지 않는다. 포스트의 말에 따르면 가장 어려운 사례는 거리 생활에 익숙해져 버린 사람들이다. 그들은 거리에서 지내도 크게 힘들지 않은 여름이 오면 규칙을 따르지 않으려 한다.

멱함수분포를 보이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면 정규분포를 보이는 사회문제와 완전히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 즉 극단적인 사례에 속하는 대상자는 정부지원에 의존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사회체제 밖에서 떠돌던 사람들을 끌어들여 삶을 재건하도록 감독할 수 있다. 사회문제에 대한 정책을 수립하는 일이 까다로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이러한 정책은 매우 합리적이다. 그러나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면 형평성에 어긋나 보인다.

 사회복지정책이 지나치게 형평성과 도덕성을 추구하다 보니 오히려 효율적으로 대상자들을 관리하지 못하고 그 결과 막대한 사회자금의 소모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복지 예산의 대부분을 갉아먹는 사람들은 '거리에 익숙해진' 극단적인 소수의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일반적인 복지 정책을 들이밀어도 그들은 우리가 의도하는 것처럼 따라와주지 않는다. 그들은 계속해서 거리에 남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들에게 다른 기준과 방침을 적용하는 것은 쉽지 않다. 도덕적 형평성 때문이다. 열심히 일해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은 도움을 받을 자격이 있다. 아무런 의욕도 없이 하루 종일 거리에서 술을 마시고 잠들어 쓰러져 병원에 실려가는 사람들은? 그런 그들에게 차라리 무상으로 아파트를 줘서 살게 만들어주자고?  그게 오히려 복지비를 줄일 수 있다고? 그렇다면 죽어라 일해서 입에 겨우 풀칠하는 우리는? 결국 그들을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는 납득할 수 있을까? 그래프를 보여주면서 결국은 우리 모두가 세금을 아낄 수 있는 효율적인 제도라고 말을 해줘도 모두 주저할 것이다. 우리의 억울한 감정은 늘 이성을 앞지르니까
 한가지 인상깊은 것은 이미지의 해석문제였다. 우리가 보는 사진이 진실이 아닐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전에 어떤 책에서 우리가 절대적으로 믿는 의학적 사진들 - 엑스레이 사진이나 혈관촬영사진-이 사실은 병의 그림자에 불과하므로 그것을 맹신해서는 안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사진에 안나와도 병이 있을 수 있고 사진에 나와도 그게 허상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늘 사진을 맹신한다. '엑스레이나 CT에서 이상 없네요. 괜찮습니다." 그런 얘기를 우린 병원에서 얼마나 많이 듣는지. 과연 괜찮은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그런 검사를 하는 이유는 그것이 절대적이진 않지만 안하는것보다 더 나을 거라는 믿음 때문이다. 
 
"기술의 한계를 인정해야 합니다. 제 일은 유방 엑스선 사진으로 찾을 수 없는 것을 찾는 것이 아니라 찾을 수 있는 것을 찾는 것입니다."

살아갈 수록 기본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진단 검사장비가 발달했지만 기본적인 시진이나, 촉진, 청진은 여전히 중요하며 첨단 기기들이 발달하면서 우리가 할 일들을 많이 대신해주지만 절대로 완전하지는 않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내포한 함정들에 대해 꽤 많이 생각할 수 있었다. 지금 내 주위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사건들에 대한 정보와 그 해석에 대해 전혀 다른 차원-다른 주체의 입장, 해석의 정당성에 대한 재인식 등-이 가능하며 그 과정에서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억울한 피해자를 줄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천안함 사건은 어떻게 될까? 그 안에도 많은 이야기들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보여지는 정보 너머의 이야기들을 생각해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무참하게 희생된 사람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과연 그럴까?'에서 시작해서 정보를 모으고 반론을 이해하고 결과를 통합해가는 과정이 이 책에는 상당히 흥미롭게 묘사되어 있었다. 이야기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아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생각하고 조사해서 주변과 의견을 나누는 삶이 꽤 재밌을 것 같다. 작가 프로필의 사진속 남자가 정신없는 머리를 하고 웃고 있는게 이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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