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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리티 리포트
황숙진 지음 / 작가와비평 / 2015년 1월
평점 :
마이너리티 리포트 중 ‘미국인 거지’는 누가 누구에게 마이너리티라는 꼬리표를 달아 주었는지를 생각하게 한 소설이다.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은 미국으로 이민을 왔다가 적응에 실패한 알코올 중독자이다. 그가 새 출발을 위해 일자리를 구한 곳에서 미국인
거지를 한명 만난다. 미국인 거지는 지능이 낮아 보이고, 때로는 이상한 행동을 하기도 한다. 주인공이 미국인 거지의 행동이 엄호였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던 것은 주인공과 미국인 거지가 전쟁의 트라우마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불행하게도, 한편으론 매우 현실성 있게도, 주인공과 미국인
거지는 끝까지 전쟁의 트라우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으로 소설은 끝난다.
전쟁의 트라우마로 고통 받는 피해자는 있으나, 이들을 돌보아줄 주체는 어디에도 없는 현실. 전쟁을 결정한 정부, 전쟁에서 지켜낸
사회 공동체, 가장 가까운 가족으로부터도 피해자들은 철저하게 외면당하는, 우리 사회의 마이너리티. 전쟁에 의한 피해의 범위는 한 개인의 평생에
걸친 정신적 트라우마도 포함되어 있음을 우리는 너무 쉽게 무시한다. 주인공과 미국인 거지의 삶 속에는 또 다른 전쟁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었다.
이 소설은 두 피해자가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 주고 연대함으로써 트라우마를 극복해내는 모습을 보여 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작가는 끝내 두
피해자의 인생을 죽음과알코올 중독 수용소로 내몬다.
‘미국인 거지’는 문장이 아름답거나, 특별한 반전이 있지는 않다. 하지만 누구라도 국가, 공동체, 가족으로부터 외면당하는 마이너리티가 될
수 있다는 끔찍한 현실을 솔직하게 그려냈다. 게다가 마이너리티 앞에서 나 또한 떳떳할 수 없다는 것에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