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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볼 (양장)
박소영 지음 / 창비 / 202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새벽 두 시, 가볍게 몇 장 읽다가 자려 했다. 새벽 네 시, 기어이 마지막 장을 덮었다. 무겁지는 않되, 그리 가볍지만도 않은 재미를 한껏 받았다. 흡입력에 있어서는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강력한 이야기다.
청소년문학의 장르적 특성 때문인지, 이 소설이 지닌 한계인지 문체의 유려함이나 단단한 개연성은 찾기 힘들다. 촘촘히 열어가는 전반부에 비해 후반부는 이야기를 급하게 마무리짓는 듯한 인상을 준다. 독자의 입장에선 궁금한 게 여전히 많은데 제대로 꼼꼼이 풀어내지 않는 느낌이다. 같은 무게감으로 끝까지 갔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이 책은 라이트 노벨과 장르문학, 기성 문학 소설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확실한 재미를 선사한다. 뒷 이야기가 궁금해서라도 책장을 넘겨보게 하는 힘이 있다. 유료 플랫폼에 연재됐다면 반드시 결제를 부르는 소설이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