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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백제 - 백제의 옛 절터에서 잃어버린 고대 왕국의 숨결을 느끼다
이병호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7년 11월
평점 :
백제의 옛 절터에서
잃어버린 고대 왕국의 숨결을
느끼다.
'내가 사랑한
백제'
국립박물관장이 유물과 유적에서 찾아낸
세계가 인정하고 일본이 탐낸
살아 있는 백제 이야기.
백제의 문화유산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찬란한 문화의 고대 왕국 백제를 만날 수 있을까?
이 책의 저자 이병호 국립
미륵사지유물전시관장은 20여 년 동안 국립박물관에
근무하며서 유물을 직접 조사하고 연구하여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기까지의 경험을
다룬 이야기이다. 이 책은 파편만 남은
유적과 유물 들 속에서 일본도 탐내던
백제를 독자적인 문화로 재조명하며 비추고
있다.
삼국 중 가장 먼저 멸망한 나라로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한 나라,
지금까지 우리가 배워 온 백제사는 정치사나
제도사가 중심이었다.
누가 언제 즉위해서 귀족들과 어떤 갈등을
겪었는지, 귀족이나 관료를
어떻게 편제하고 어떤 행정 기구를
두었는지, 거기에 약간의 전쟁 관련 이야기,
불교나 유교 사상, 다른 나라와의 교류를
말하는 정도였다.
이제 우리는 뭔가 다른 방법으로 백제를
만나야 한다는 것일 말하고 싶었으며,
적어도 기존에 우리가 알던 백제사를
찬란하고 위대한 고대사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그 시대의 시각에서 바라보며
이해해야 한다.
백제의 유물의 아름다움을 말할 때 보통
세련되고 귀족적이며 우아하다는 평가를 한다.
그러나 현재 남아 있는 백제 유물들을
전시했을 때 그러한 평가를 할 만한 것은
사기밖에 없다. 오늘날 우리가 느끼는
백제의 아름다움은 백제가 멸망하기 직전인
사비기가 중심이고 백제 문화가 최고종
달한 사비기를 연구하는 것이 백제 연구의
본질에 더 다가가는 것이며, 사비기야말로
백제사 연구를 보완하고 그 후 통일신라로
이어지는 문화의 흐름을 알 수 있는
연결고리가 되어 줄 것이다.
정림사지는 백제 사비기를 대표하는
사찰이다. 정림사지에 관한 초기 연구는
현존하는 정림사지 5층 석탑이 과연 언제
건립되었을까 하는 문제에 집중되었다.
그 때문에 유물보다는 유구 문제에 더
관심이 몰렸다. 미술사는 건축사학계에서는
한반도 고대 사원의 석탑 출현 시기와
가장 먼저 출현한 석탑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정림사지에서 나온 흙으로 만든 소조상은
백제를 연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자료였다. 하나의 절터에서 나온
유물이지만 미술사학계에서는 불상이나
도자기에만 관심을 갖고, 고고학계에서는
토기나 기와에만 관심을 기울였으며,
건축사학계에서는 기단 등 건물터만
분석하는 경향이 있었다.
'정림사지 소조상들이 원래 어디에
안치되어 있었을까'라는 질문은
그 자체가 기존의 학문적인 패러다임을
뒤집었으며, 지금까지와 다른 새로운
주제로 관심을
바꿔주었다.
정림사지 보고서에 따르면 정림사지의 서쪽
회랑지 남서쪽의
커다란 구덩이에서 불에 탄 흙과 벽체,
기와 파편 등과 함께 100여 점의
소조상 파편이 출토되었다고
한다.
정밀사지 소조상들은 파편 상태로
출토되었기 때문에 원래의 형태를 알기는
어려워도 제작 기법은 쉽게 관찰할 수
있었다.
이 소조상은 정림사지 창건 당시의 목탑에
안치되었다고 주장한다.
미륵사지와 정림사지 석탑 중 어느 것이
먼저 건립되었는가 하는 문제는
두 석탑의 외형적 특징만 비교해서는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하기 어렵다.
그래서 기존과 다른 새로운 방법과
관점에서 정림사지에 원래 목탑이
있었을 가능성을 제기하게
되었다.
정림사지 5층 석탑의 건립 시기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1층 탑신에
새겨진 '대당평백제국비명'이라는
명문이다. 건립 시기 추정의 또 하나 자료는
미륵사지 사리봉영기다. 미륵사지와
정림사지 석탑의 선후 논쟁에서는 미륵사지
석탑이 먼저 건립되었다고
본다.
유물을 통한 연구는 많은 경우 역사
기록의 실체를 입증해 주는 물증이 되며,
기록들 사이의 빈 공백을 메워주는 역사와
문화 복원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병호 관장은 이런 출토 유물들을 통해
알려지지 않았던 자신이 조사하고
연구한 백제이야기를 들려주며 신라와
일본에 백제적인 불교문화를
전파한 중요 매개자 역할을 했다는 것과
고대 동아시아의 문화 교류를
이끌었던 문화 강국 백제의 역사를
증명해주고 있다.
실제 과거 시대의 역사와 관련된 문화
유적지를 돌아다니다 보면,
신라는 보존이 잘 되었으나, 백제의
문화는 타고 없어지거나,
도난, 강탈 당한 경우가 대다수라 제대로
볼 수 없었다.
백제도 크고 작은 전쟁을 치르지 않고
신라처럼 전쟁에
항복했더라면
그 시대의 진실한 역사를 후대에 제대로
알려 줄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