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의 힘, 글자의 마법, 마법의 해변 [자음과 모음]

마법의 해변
크로켓 존슨 글.그림, 김미나 옮김 / 자음과모음 / 2015년 7월

단어의힘, 글자의 마법, 마법의 해변 [자음과 모음]

상상력을 잃어버린 어른들을 위한 이야기.

아이들만의 낯선 방식을 정교하게 그려내는 작가 크로켓 존슨 작품.

크로켓 존슨이 가장 좋아하는 주제 '상상의 힘과 한계의 미묘한 차이에 대한 탐구'를 더욱 정교하게

그려낸 작품으로 '모래 위의 성' 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되어 작가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원본 스케치를 담은 '마법의 해변'이 세상에 나왔어요.

'마법의 해변'은 마법에 걸린 해변에서 모래 위에 쓴 글자의 비밀을 발견한 소년과 소녀의 이야기예요.

모래 위에 쓴 글자가 현실로 나타나자 아이들은 스스로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를 만들어가며,

아이들이 만들어 낸 마법의 왕국은 결국 바다에 잠기지만 거기서 좌절하지 않고 이야기를 진행하며 믿어가는

아이들의 순수함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예요.

노란 표지의 두아이들, 모래 위에 글자를 적는 아이.

아이들은 모래 위에 글자를 적어 현실로 만들어 낸다는 재미있는 내용의 이야기라

현실에 찌들어 있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 인것 같기도하네요.

사각 프레임 안에서 반복적인 구조를 갖는 스케치, 그 속에는 분명한 선이 가진 힘이 있어요.

명료한 스케치의 흔적에서 관념적인 문장 속 행간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에 대해 생각해 볼 수있는 시간을 갖을 수 있어요.

"이야기 속에서 진짜로 벌어지는 일은 아무 것도 없어."

"이야기란 단어들을 늘어놓은 것일 뿐이야. 단어는 글자에 불과해. 글자들은 그저 기호의 일종이고"

아이들만의 대화에 이런 내용이 나오다니 심오한 것 같아요.

곧이어 밀려온 파도에 글자들이 희미해졌습니다.

그와 동시에 이번에는 두껍게 자른 신선한 빵이 가득 담긴 금쟁반이 나왔습니다.

앤은 '우유(MILK)'라고 쓰고 기다렸습니다.

수정으로 된 컵에 담긴 우유가 생겼습니다.

이야기를 읽는 것보다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는 편이 훨씬 재미있어.

그건 결말이 어떻게 되느냐에 달린 거지.

"그렇게 고둥이 갖고 싶으면 여기에다가 '고둥'이라고 쓰면 되잖아.

그러면 아무도 귀찮게 하지 않아도 돼."

어른들에 비해 아이들이 원하는건 간단하네요.

허영과 욕심으로 가득찬 어른들이 이런상황이었다면 뭔가 더 값어치가 있는 것을 원하며

모래위에 적었을텐데..

앤과 벤은 모래 위에 자신들만의 왕국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왕도 만들고 그 뒤 이야기를 계속 만들어 갔습니다.

가장 단순하면서도 더없이 독창적인 이야기에 담긴 기상천외한 상상력을 키워주는 이야기.

해변의 모래 위에 쓴 글자가 마치 마법의 주문이라도 되는 양 현실로 나타나는 것을 발견한

앤과 벤은 계속해서 상상력을 발휘하며 그들의 왕국을 만들어 나가고 왕도 만들었지요.

왕은 처음에는 마법의 해변이라는 말에 콧방귀를 뀌고 나중에는

아이들을 뿌리친 채 홀로 왕좌를 찾아 긴 여행을 떠납니다.

아이들이 왕의 뒤를 쫓아 해변을 떠나는 순간 이야기는 멈추게 됩니다.

'마법의 해변' 속의 이야기 처럼 모래위에 단어를 적어 그것이 현실로 된다면

어른들은 어떤 단어를 가장 먼저 적을까요~?

아이들 시선에서는 자신이 갖고 싶은 장난감이나 먹고 싶은 것이겠지만,

앤과 벤이 모래위에 글자를 적어 만들어 낸 왕처럼 왕좌 즉 자신의 욕구를 만족시켜줄만한

것들을 원하거나 찾아 나서게 될 것입니다.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어른들에게 잠시나마 어릴적 순수한 마음을 생각할 수 있도록

해주는 '마법의 해변' 여름철 떠난 바닷가 모래위에 자신이 꿈꾸는 단어를 적어보고

그것이 이루이질 수 있도록 기도한다면, 잠시나마 희망을 찾을 수 있음을 알게 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