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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경궁 동무 ㅣ 푸른숲 어린이 문학 5
배유안 지음, 이철민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5년 1월
평점 :
정조 이산과 어부의 아들 정후겸의 소년 시절이야기를 담은 책
푸른숲주니어_창경궁 동무
아버지가 갇힌 뒤주를 붙잡고 울부짖던 열한 살의 이산,
결국 아버지의 죽음을 지켜보며 슬퍼했던 정조의 소년 시절을 함께
보냈던
정후겸의 시선으로 정조가 겪은 슬픔과, 혼란, 끊임없는 위협과
왕으로 커가는 모습을 담은 이야기예요.
"그는 사도 세자의 아들이었다"
'창경궁 동무'는 사도 세자의 빈이자 정조의 어머니인 해경궁 홍씨가
쓴 <한중록>에서 시작되었어요.
그 책에는 영조의 아들 사도 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는 사건과 그에
얽힌 이야기가 생생하게 담겨 있어요.
이 책의 내용은 정후겸의 시각에서 쓰여졌는데, 여기서 정후겸이라는
인물을 살펴보자면...
정후겸은 원래 어부의 아들이었으나, 사도 세자의 누이인 화완 옹주의
아들로 입양되어 대궐로 들어오게 되었어요.
이산과 정후겸은 사도 세자의 죽음을 전후한 시기에 창경궁게서 함께
보냈으며,
정후겸은 제 안에 끓어오르는 열등감과 출세육을 제어하지 못해 끝내
불행을 선택했습니다.
"후겸이라
하옵니다"
나는 공순히
고개를 숙이고 인사를 하였다. 세손은 묵례를 하며 내게 관심을 보였다.
임금, 세자를
거쳐 세손으로 이어진 왕통이라 생각하니, 세손 앞에서 새삼 긴장감이 일었다.
그러나 달리
보면 세손도 여덟 살 먹은 여느 소녀임이 분명했다. 친해지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정후겸과 이산의 첫 만남을 담은 글내용이예요.
이 장면에서 정후겸은 이산을 세손이라 불리고, 또 자신처럼 어린
이산과 친하게 지내고픈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손은 나를
보고 씩 웃었다. 그럴 때는 영락없는 개구쟁이 소년의 표정이었다.
덕분에 나는
눌려 있던 마음이 약간 풀어졌다.
"너도 배워
봐, 재미있어."
세손이 눈짓을
하고는 걸음을 빨리했다. 나는 들뜬 마음으로 세손 뒤를 따랐다.
내 뒤로 내시와
궁녀들이 따라왔다.
세손과 함께
걸으니 마치 내가 고귀한 신분이 된 듯했다.
이산은 정후겸과 함께 하는 것을 좋아했어요.
이산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았던 정후겸이 왜 이산에게서 등을 돌리게
된건지 더 궁금해 지네요.
세손은 사랑이
가득 담긴 눈길을 받으며 아버지와 다정하게 걸었다.
나는 오로지
옹주의 아들로 살고 싶어서 옛집 생각은 아예 지우다시피 했다.
그런데 문득
아버지와 다정히 지내보지 못한 서러움이 그리움과 뒤섞여 가슴속으로 파고든다.
...
세자는 내
자세도 봐주었지만 세손에게 보내던 다정한 눈길은 주지 않았다.
당연한데도
그것이 서운했다. 나는 세손보다 잘하고 싶었다.
이때부터였을까요? 정후겸의 열등감과 출세욕이 불타오르던
때가...
혜경궁 홍씨는 정후겸을 '어릴 때부터 독물' 같은 인간이라고
했습니다.
그 '독물'에서 끝내 헤어나지 못하고 스스로를 망가뜨린
정후겸...
이산의 진짜 동무가 되어 주었더라면, 조선의 운명은 달라졌을지도
모를텐데...
"백성이
넉넉하면 임금이 부족하게 될 수가 없지 않겠습니까?"
"그렇구나. 네
말이 맞다. 그러면 태평성대를 누렸던 요임금, 순임금 이후 다시 그 같은 사람이 나지 않은 까닭이 무엇이냐?"
"사람들은
사사로이 욕심을 부리고, 그 욕심이 곧 독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임금이 한껏
자랑스러운 듯 허허 웃으며 대신들을 둘러보았다.
대신들이 세손의
실력을 인정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책을 읽다 보니, 세자의
세손에 대한 사랑이 느끼지면서,
정후겸이 이를 질투한다는 것 또한 느껴지네요.
마당에는
군사들이 앉아서 술을 마시며 떠들고 있었다.
그들은 뒤주
쪽에 대고 "떡을 주리까? 술을 주리까?"하고 웃어 댔다. 기가 막혔다.
아무리 폐위된
세자라지만 일개 군사 따위가 조롱하고 있다니, 어이가 없었다.
세자는 죄인일
뿐이었다.
임금과 세자의 갈등이 깊어 가는
가운데, 세자에 대한 흉흉한 소문이 대궐에 퍼지고,
임금은 결국 세자를 폐위하고 뒤주에 가둬 죽입니다.
이때, 정후겸은 그렇게 절대적인 일도 바뀔 수 있다는 사실에 은근
기뻐하며,
옹주의 권세에 힘입어 더 지위가 높아 질 것을 기대하게
됩니다.
또 정후겸은 사도 세자와 사이가 안좋았던 옹주 편에 서서, 정조가
왕위를 잇지 못하도록 갖은 애를 씁니다.
온갖 역경 속에서 정조는 왕이 되어 즉위식을 올리게 됩니다.
효장 세자의 아들로 입적되어 왕이 되었지만, 정조는 사도 세자를 단
한번도 잊은 적이 없었어요.
즉위식에서 "나는 사도 세자의 아들입니다."라고 말하는 정도의 말을
들으며,
사도 세자의 죽음과 연루되어 있던 정후겸은 마지막을 예감하며 때늦은
후회와 함께 눈물을 흘립니다.
TV드라마와 책으로 보았던 정조 이야기를 정후겸의 시각으로 보니 또
다른 느낌이 드네요.
사도 세자가 죽지 않았다면 정후겸과 정조는 동무가
되었을까요~?
'창경궁 동무' 이야기를 보며 정후겸의 입장도 어느정도는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정해진 운명은 억지로 바꾸려고 해도 바꾸어 지지 않는다는
것을
또 지나친 욕심은 오히려 독이 된다는 것을 정후겸의 시각에서
다시한번 느끼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