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아 있는 모든 순간
톰 말름퀴스트 지음, 김승욱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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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엄마와 딸을 울린 한 남자의 감동 실화,

 

「우리가 살아 있는 모든 순간」 톰 말름퀴스트

 

 

스웨덴의 시인이자, 전직 아이스하키 선수, 대중음악가

시집 「갑작스러운 죽음」과 「아버지의 젖」을 발표했고,

결혼식을 앞두고 아내 카린을 급성 백혈병으로 잃고, 

현재 딸 리비아를 홀로 키우고 있다. 

인생에서 가장 슬프고 고통스러웠던 시간을 기록한 그의 

첫 소설 「우리가 살아 있는 모든 순간」은 사실적이고 세밀한 묘사와

감정을 절제한 문체로 수많은 독자들을 울렸다. 

 

 

 

 

 

"죽어가는 아내와 갓 태어난 아이 

둘 사이를 오가며 마지막 온기를 전하려는 한 남자"

 

 

반복되는 일상은 너무나 견고하고, 때론 지겨울 만큼이나 평온하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이 삶이 얼마나 부서지기 쉬운 것인지 깨닫지 못하고 살아간다.

하지만 소중한 사람과의 마지막 순간은 당장 다음 주에 찾아올 수도 있다.

 

'우리가 살아 있는 모든 순간' 이 책은 한순간에 일상이 무너져 내린 

어느 평범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내가 병실로 돌아가 보니 선임 전문의가 침대 옆 의자에 앉아 있다.

태아가 모체에 지나친 부담을 주고 있다고 방금 부인께 말씀드렸습니다.

그가 말한다. 혈압도 높고, 젖산 수치도 위험할 정도로 높아요. 

그는 카린에게 시선을 돌린다. 

....

카린은 반쯤 잠든 것 같은 상태다. 호흡이 점점 가빠지고,

가끔 눈을 떠서 산소마스크 안쪽을 긁어댄다.

내가 부채질을 멈추면 그녀는 금방 내 손을 찾는다.

카린, 내 팔에 감각이 없어. 내가 말한다.

카린이 산소마스크를 벗는데도 나는 제지할 힘이 없다.

 



 

 

 

인공호흡기는 카린의 가슴이 오르락내리락하는 리듬에 맞춰

계속 삐걱거린다. 그제야 나는 카린이 알몸임을 깨닫는다.

작은 담요 한 장이 가슴과 아랫배를 가리고 있을 뿐이다.

....

부인은 지금 심각한 상태고, 병세가 급속히 악화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먼저 제왕절개 수술을 하기로 결정한 거고요.

아기는 건강합니다. 걱정스러운 건 부인이에요.

부인의 내장기관들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집중치료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분명한 이유는 부인이 스스로 호흡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리비아의 인큐베이터 위에 켜진 밝은 등을 빼면 주위가 어둡다.

아기의 얼굴은 사랑스럽지 않다. 작은데도 부어 있고, 

병든 노인처럼 주름지고 갈라져 있다. 

카린의 건강한 혈색은 찾을 길이 없다. 마치 카린의 병든 혈액이 

아기에게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 

...

간호사가 내 가슴에 리비아를 안겨준다. 

얼마 뒤 내가 간호사를 부르자 간호사가 무슨 일이냐고 묻는다.

제가 지금 엄청 빠르게 숨을 쉬고 있어서요.

이것 때문에 아기가 깨지 않을까요?

아뇨. 아기는 아주 잘 자고 있어요.

 

 


 

 

 

신생아실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가족실 앞에서 걸음을 멈춘다.

누군가 리비아의 인큐베이터에 코팅한 종이를 붙여놓았다.

'리비아겔뢰프. 어머니: 카린, 아버지: 톰'이라고 적혀 있다.

...

저는 마음을 다잡기 위해서 카린이 살아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가정을 해보고 있습니다.

지금 제게 무엇보다 무서운 일은 돌발적인 상황 앞에서 당황하는 겁니다.

그래도 정신을 차리고 애쓸 필요가 있습니다. 

 

-

 

톰은 약 1개월 반 후면 아빠가 될 예정이었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미처 하지 못한 아내 카린과의 결혼도 계획하고 있었다.

그러나 카린의 갑작스러운 고열과 호흡 곤란으로 병원에 실려가면서부터 

모든 것이 바뀌었다. 카린의 병명은 '급성 백혈병'이라는 불행이 톰을 덮쳤다.

그런 상황에 딸 리비아는 태어났고 아내가 살아나기를 바라는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잡고 싶은 톰의 행동, 그리고 아내의 죽음을 보며 한 남자의 삶을 시종일관

담담하면서도 건조하게 묘사되어 읽는 이로 하여금 이 남자의 슬픔과 절망을

절묘하게 전달해주고 있다. 

특히 아내의 사망 시각을 알려주는 의사의 대사에서 문체의 효과는 극대되고 있다. 

어떤 감정의 폭발도 없이 그저 아내의 죽음을 기록하고 있는 이 부분에서 

예술적 절제의 정점을 찍고 있다. 

 

"소중한 사람에게 안부를 물을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을지, 우리는 모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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