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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속에서 시작하는 미생물 이야기 - 내 안의 우주
김혜성 지음, 김각균.천종식 감수 / 파라사이언스 / 2018년 4월
평점 :
인간과 과학은 그 무수한 변수들을 모두 해독할 수 있을까?
생명은 알고리즘이기 때문에 그럴 수 있을 것이라는 사람도 많지만,
나는 그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생명은 정태적인 알고리즘이라기보다는 끊임없는 보완으로
환경에 능동적으로 반응하며 진화하는 동태적 진행형이다.
하지만 지금은 입안에서 생명의 우주를 본다.
미생물의 세계가 그렇다. 세포, 그 세포에 들어 있는 핵,
그 핵에 들어 있는 유전자가 그렇다.
또 DNA에 보관되어 있던 유전자가 RNA에 복사되고,
그것으로 단백질을 만든다는 생물학의 중심 도그마가 그렇다.
그 생명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무수한 변수들이 그렇다.
내 안의 우주
「입속에서 시작하는 미생물」
김혜성 지음 / 파라사이언스
혼자서는 산에서 맞닥뜨리는 멧돼지 한마리도 무서워하는
인간이 사회라는 공동체 속에서는 협업으로 무소불위의 힘을 만들어
이 지구를 접수했듯이 미생물도 공동체를 이뤄 생존력을 더 높인다.
이것이 세균 입장에서 보면 혹독한 환경일 항생제에도 살아남아
슈퍼박테리아로 재탄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38억 년 전 태초의 생명 탄생부터 지금까지 미생물들이
이 지구에서 버틸 수 있는 힘이 거기서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어쨌든 미생물의 세계를 들여다 보면 늘 새로움 그 자체다.
입안은 통증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예민한 혀는 조미료와 요리과정의 작은 차이를 바로 탐지해낸다.
입안이 예민하다는 것은 주관적 감각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여기에는 과학적 근거가 뒷받침된다.
'입안의 혀처럼 군다'는 말이 있듯이,
예민한 혀는 입안에서 참 많은 일을 알아서 해준다.
일단 혀는 맛을 알게 한다.
쓴맛, 단맛, 짠맛은 혀가 없으면 알 수 없다.
입안에서 많은 일을 하는 혀에는 세균도 많이 산다.
입안은 늘 습기가 많고 주기적으로 음식물이 들어가는데다
혀등은 표면이 오톨토돌해서 세균이 붙어 살아가기 좋은 서식처가 된다.
세균과는 다른 미생물이 혀를 괴롭히는 경우가 있다.
곰팡이 감염으로 생기는 캔디다증은 혀가 헐고 허연 막이
형성되게 하는데, 이럴 땐 아프고 후끈거리는 열감이 있다.
또 혀는 구강암이 발생하는 주된 장소이기도 하다.
혀와 달리 움직임이 자유롭지 않고 턱의 움직임에 의존하는
치아 역시 여러 기능을 한다.
치아의 최우선 임무는 씹는 것이다. 열심히 물고 뜯고 씹어야 한다.
단단한 치아 표면은 미생물에게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미생물이 우리 몸에서 좋든 나쁘든 어떤 역할을 하려면 어딘가 붙어 있어야 한다.
피부나 구강과 장의 점막등 어디라도 좋다.
치아는 구강의 중심일 뿐만 아니라 미생물의 입장에서 보자면
우리 몸 바이오필름의 중심이다. 그래서 피아는 바이오필름 관리가
필요한 곳이기도 하다.
먹는 것은 음식과 함께 들어오는 외부 미생물을 몸안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이기도 하다.
침에 포함된 세균들은 감염의 원인이 되며, 잇몸병과 충치를 만들고
신경치료 후에 염증이 생기게 하고,
임플란트와 뼈의 접합이 실패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침이 마르면 점막끼리 부딪쳐 상처가 생기고 바짝 마른 혀도 헐게 된다.
이런 상태에서 음식이라도 들어가면 또 상처가 생길것이다.
침은 입안에서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윤활유 역할을 한다.
입안을 늘 부드럽게 윤활해서 이와 볼과 혀가 부드럽게 서로
맞물리면서 제 할 일을 하게 돕는다.
또 침은 이를 도와 음식이 더 잘게 쪼개지게 한다.
침 속의 소화효소와 음식물이 잘 섞여야 위와 장에 부담을
덜 주면서 흡수가 된다.
침의 역할은 이것만이 아니다. 침은 입안을 늘 씻어주면서
충치나 잇몸병을 덜 생기게 한다.
침이 하는 일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항균이다.
아밀라아제는 침 속에 포함된 탄수화물 분해 효소이다.
입 주위에 분포하는 침샘에서 만들어 침과 함께 입안으로 내보낸다.
몸속 소화기에서는 췌장이 만들어 소장으로 보내기도 한다.
아밀라아제가 없다면 탄수화물은 아무리 오래 두어도 쪼개어지지 않는다.
아밀라아제는 인류가 사회적 공동체를 이루는 데도 기여했다.
미생물들도 아밀라아제를 만든다. 아밀라아제를 만드는 미생물은
우리가 상상 이상으로 다양하다.
화학의 역사에서 우리 몸에 무수히 많은 효소 중 가장 먼저
발견되고 분리 정제 된 것이 아밀라아제이다.
그 덕에 우리가 속이 더부룩할 때 먹는 소화제에 아밀라아제가 포함되었다.
구강은 우리 몸 상태가 단적으로 표현되는 예민한 곳이고,
치아라는 우리 몸에서 가장 단단한 조직이 기둥처럼 버티고 있는 곳이다.
침 한 방울로 온몸을 볼 수도 있고, 침 속의 아밀라아제라는 효소는
현생 인류에게 가장 위대한 돌연변이로 꼽히기도 한다.
최근 들어서 치석을 이용해 인류의 진화를 추적하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