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가르쳐 드립니다 합자회사
노희준 지음 / 답(도서출판)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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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의 전유물이 되어 버린 ‘재미있는 일’

[리뷰] 『재미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가르쳐 드립니다 합자회사』(노희준, 답, 2017.12.15.)

 

주인공인 노 작가와 그의 삼촌 그리고 구 대표는 ‘문화발전소’라는 정말 독특한 합자회사를 차린다. 노 작가는 늦은 나이를 먹도록 소설을 쓰는 데 관심을 두고 있다. 이 합자회사에 들어온 여러 예술가들 역시 돈 버는 것에는 재능이 없었지만 재미난 일을 통해 새로운 길을 열어보고 싶었다. 책 제목이 의미하듯이 “재미있는 일”을 찾아서 주인공들은 고군분투한다. 물론 사업 차원을 고려해서 말이다.

 

이 소설은 브런치에 연재된 글들을 모은 연작이다. 총 29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재미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가르쳐 드립니다 합자회사』의 작가 노희준은 칼을 갈았다. 그는 한국사회에서 예술을 한다는 것, 한국사회의 자본주의 시스템과 문학권력에 대해 얘기를 하고 싶었다. 이를 위해 ‘재미있는 일’과 ‘합자회사’의 소재를 끌어와 예술 사업을 펼친다. 그 솜씨가 만만치 않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42쪽에 나오는 정부 주도 산학연 프로젝트의 특징을 묘사하는 부분이었다. 문학 프로젝트에서 통섭이라는 명분하에 예술 검색엔진 파트에 참여했다가 컴퓨터 코딩을 배워야했고, 앙케트 정리를 위해서 SPSS(통계 프로그램)을 돌려야했던 사연.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조명회사와 사업 관련해서 옥신각신했던 일들. 우리나라 정부 주도 산학연 프로젝트가 얼마나 힘든지 여실히 보여주는 문단이었다.

 

출판과 문학 권력에 대해서도 작가는 한 방 날린다. 우리나라 출판 시장에 한국문학은 유난히 순수주의가 많다. 외국 작품들에는 센세이셔널 한 작품들이 많다. 그 이유에 대해 노희준 작가는 모든 사회 현상은 다른 방향으로 잡아당겨 결국 한 방향으로 수렴되는 벡터와 같다고 지적한다. 다시 말해, 소설을 두 방향, 즉 잘 안 팔리는 한국문학과 잘 팔리는 외국문학으로 당겨 지금과 같은 형국이 되었다는 것이다. 유명 작가의 표절에 침묵하는 이유도 이와 같은 시류에 포함될 것이다.

 



자본주의와 산학연 프로젝트 그리고 문학권력

 

또한 ‘임대료’ 문제를 거론할 때는 쾌감을 느꼈다. ‘우리가 김밥천국에 가는 이유’를 설명하는 장에선 그 논리가 이해가 된다. 왜 한국의 거리엔 수많은 상점만 있을까? 요즘엔 VR이나 몇몇 독특한 놀 거리가 생기기도 했지만, 좀 더 창의적이고 예술적인 무언가를 찾긴 쉽지 않다. 그 모든 이유 중에 ‘임대료’가 자리하고 있다. 임대료가 비싸기 때문에, 엉뚱하고 재미 있는 곳을 만들기가 어렵다.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한데 그것을 실현한 공간을 찾기가 어렵다. 그래서 저자는 새로운 예술 사업의 세계를 창조해보려고 했다.

 

노희준 작가는 직설적으로 얘기한다. “임대료가 모든 것을 지배한다”라고. 우리가 김밥천국에 가는 이유는 비싼 임대료 때문에 좋은 재료로 단가를 낮출 수 없기 때문이다. 공장에서 만들어진 제품만 우리는 입고, 먹고, 마실 수 있다. 수제로 된, 예술적인 작품은 소원하기만 하다. 오천 원 이하 음식을 먹기 위해선 공장에서 만들어진 재료의 음식을 좁은 공간에서 먹어야 한다.

 

재미있는 게 없는 이유가 바로 돈이 없기 때문이다. 노희준 작가는 우리가 모두 공장 닭이라고 푸념한다. 공장 닭이 아니려면 맘껏 뛰어다니며 자연산 지렁이를 먹으며 자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돈이 열 배나 필요하다. “재미있는 일이 없어진 게 아니라 재미있는 일이 비싸진 거였다.” 노희준 작가의 일갈이다. 이젠 재미있는 일들이 부자들의 전유물이 되어 버렸다. 우리는 그걸 발전이라고 오해하며 산다.

 

재밌는 일은 예술이다. 다양한 예술, 높낮이가 없는 예술이 바로 흥미롭고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이다. 저자는 깃털을 예로 든다. 각각의 새한텐 그 새에 적합한 깃털이 있을 뿐이다. 더 훌륭하거나 좋은 깃털은 없다. 위아래를 나누지 않고, 더 나은 예술이 없어야 더 재밌는 일들이 많이 생긴다. 노희준 작가는 그래도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옆으로 계속 가면 언젠간 앞으로, 앞으로 계속 가면 언젠간 위로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더 이상 재밌는 일을 발견 못하는 이유

 

이 소설은 정말 재밌는 일들을 가르쳐준다. 예를 들어, <못 불러도 락 교실>, <추억의 물건 불태우기>, <내 맘대로 폭탄주 만들기> 같은 강좌다. 사람들이 감동하고 푹 빠져들 수 있는 강연들을 많이 만들어보고자 하는 게 소설 속 주인공의 염원이었다. 또한 주인공은 어떻게 창업을 하고 회사를 이끌어 가는지,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살핀다. 변수를 상수를, 우연을 필연으로 만드는 게 예술이고 사업이다. 그런 점에서 이 둘은 다르지 않다.

 

마케팅 차원에서 유념해야 할 점은 천 명을 설득해야 열 명이 모일까 말까 한다는 교훈이었다. 아무리 많이 관심을 보인다고 해도 지갑을 열기까지는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한다.

 

마지막으로 회사 대표들이 새겨들어야 할 조언이 있다. 나도 직장 생활을 해봐서 아는데, 우리 기업의 CEO들은 절망적이다. 회의만 하는 간부들과 대표는 그 시간들이 얼마나 부질 없는지 알지 못한다. 노희준 작가는 회사가 망하려면 회의를 오래하면 된다고 적었다. 또한 그는 “위에서 세 시간 회의를 하면, 밑에서는 삼십 시간을 일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면 되었다.”고 일갈한다. 특히 직원이 CEO처럼 걱정하기 시작하면 회사는 정말 망한다. CEO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어야만 직원에게 일을 시킬 수 있다. 당연히 책임은 CEO가 지고, 대가는 아랫사람에게 전가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반대다.

 

『재미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가르쳐 드립니다 합자회사』는 정말 독특한 구성을 갖고 있다. 남극곰과 북극펭귄이 존재하지 않듯이, 소설 속 주인공들은 이제 정말 원하는 것들을 찾아서 떠난다. 작가, 가수, 공예가 등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바치는 헌사 같은 소설이 바로 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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