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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자의 공부 - 완벽한 몰입을 통해 학문과 인생의 기쁨 발견하기
오카 기요시 지음, 정회성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18년 1월
평점 :
절판
수학자의 공부법 비밀은 ‘정서’, ‘원형’, ‘겸허’
[리뷰] 『수학자의 공부』(오카 기요시, 정회성 옮김, 사람과나무사이, 2018.01.17.)
어떻게 하면 수학공부를 잘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으로 이 책을 집어 들었다면 후회할 것이다. 오카 기요시의 『수학자의 공부』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수학공부법과 전혀 상관이 없다. 평생 ‘정서’를 강조하고 농사를 지으며, 자연 속에서 수학을 발견하려고 했던 저자이다. 그에게서 어떻게 하면 재빠르게 수학 문제를 풀지를 알고자 하면 오해다.
오카 기요시는 다변수 복소 해석학이라는, 다소 난해한 이름의 수학 분야를 개척해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장본인이다. 일본의 대표적 수학자라고 해도 무방하다. 그런 오카 기요시는 수학을 배우는 이유는 발견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발견하는 기쁨을 느끼지 못하면 학문 자체를 하긴 어렵다. 수학은 철저하게 내면을 들여다보면서 완성되는 작업이다.
“긴장과 이완이 반복되는 몰입 상태에서 발견한 것을 바탕으로 완성한 작업이었다.” 아마도 이 문장이 오카 기요시가 하고자 한 말을 대변해주는 것 같다. 수학에 몰입하고, 때론 한없이 해방되어 이완하면서 수학 실력(이렇게 부르는 것도 저자에겐 미안한 일이 될 수 있겠지만)은 향상된다. 『수학자의 공부』엔 수학 (문제 푸는) 얘기가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 그러면서 수학의 정수를 살핀다.

수학 공식 없는 ‘수학자의 공부’법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시 수학에 찌든 학생들 혹은 학부모들이 유념할 대목이 있다. 바로 책상에만 앉아 있지 말고 많이 움직이면서 수학 활동을 해보라는 것이다. 책에서는 이렇게 조언한다. “책상에 앉아 책만 보고 공부하기보다는 이곳저곳을 거닐면서 마음으로 수학을 배우는 것이 훨씬 유익하다. 실제로 과거의 대수학자들도 그런 식으로 공부했다.” 내가 알던 수학 전공 친구는 하루 종일 걸어 다니면서 머릿속으로 수학 문제를 고민했다.
오카 기요시는 ‘군자의 수학’을 강조한다. 진정한 수학이란 칠판에 쓰인 글을 눈이 아니라 마음으로 보는 것이다. 마음으로 보는데, 원래 마음에 있던 걸 보는 것이다. 계산만 잘 한다고 수학을 잘 하는 게 절대 아니다. 계산만 잘 하면 다른 사람을 비판할 순 있어도 비판을 뛰어넘은 미지의 영역에 닿을 수 없다. 수학은 개념을 창조하는 것이다. 수학교육의 목적은 계산이 아니라 자연의 위대함을 깨닫고 마음에 원래 있던 것을 알아채는 일이다. 거기에 발견의 기쁨이 존재한다.
수학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다음 문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수학은 ‘정서’를 지성이라는 문자판에 표현해내는 학문적 예술의 일종이다.” 정서를 확인하는 일은 사색하고 몰입하면서 가능하다. 좀 더 구체적으론 들판에서 나비를 잡는 행위에서 설명 가능하다. 나비를 잡으려다가 나무에 앉은 아름다운 나비를 맞닥뜨렸을 때 느끼는 황홀감, 그게 바로 정서를 확인하는 일이다. 오카 기요시는 정서가 깊어야 경지가 넓어진다고 강조했다.
정서를 깊게 할수록 그 경지가 넓어진다
요즘 학생들은 계산에만 집중한다. 교육이 그걸 원하기 때문이다. 수학을 잘 하려면 대뇌 전두엽을 단련해야 하는데, 계산만 하다보면 대뇌 전두엽이 과열된다. 오카 기요시는 이것을 쇳물 담그는 것에 비유했다. 쇳물을 식히고 달구고 하는 걸 반복해야 하는데, 요샌 담그는 것에만 집중한다는 지적이다. 달궈지다 지쳐 쓰러지다 보면 수학에서 영원히 멀어질 수 있다.
천재 수학자 앙리 푸앵카레는 “수학의 본체는 조화의 정신이다.”라고 말했다. 오카 기요시는 “수학은 어둠을 내쫓는 빛이다.”라며 “한낮에는 필요 없지만 어둠이 가득한 요즘 같은 세상에 더욱 필요한 존재다.”라고 적었다. 기존의 아성을 뛰어넘으려면 그만큼의 공력이 필요하다. 그것은 정서로서의 문화에서 탄생 가능하다. 우리나라가 여전히 과학기술 분야에서 노벨상을 못 타는 이유를 잘 고민해보자.
학습의 근본은 생각을 하나로 모으는 연습이다. 수학자 오카 기요시는 예술을 사랑했다. 예술에서도 생각을 하나로 모으는 연습을 할 수 있다. 갈릴레오나 리만은 생각을 하나로 모아 기존의 사상을 넘어서고자 했다. 갈릴레오는 관념론을 타파하려고 했고, 리만은 영원성을 추구했다. 리만은 특히 겸허한 삶을 살았다고 한다.
오카 기요시는 정서가 있어야 원형을 발견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원형은 생명의 불꽃으로 이루어진다.”며 “작열하는 열정과 맹렬하게 타오르는 에너지에는 그 무엇도 범접하기 어렵다.”고 적었다. 원형을 볼 수 있어야 수학을 잘 한다. 그게 바로 수학자의 공부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