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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야 1 - 제1부 그 별들의 내력
송은일 지음 / 문이당 / 2017년 12월
평점 :
소설 ‘반야’로 읽는 짓눌린 여성 무녀의 불평등
[리뷰] 송은일 작가의 『반야1 (제1부 그 별들의 내력)』(송은일 저, 문이당, 2017.)
무녀들 그리고 이들에게 자신의 사연을 고하고, 운명을 맡기려는 서민들의 이야기가 있다. 무려 10권이나 되는 대하소설이다. 대하소설로는 박경리, 최명희, 조정래 등을 아는데 이 중 여성 소설가 중에서는 3번째로 대하소설을 쓴 셈이었다. 10권 중 『반야1 (제1부 그 별들의 내력)』(송은일 저, 문이당, 2017.)을 읽어보았다.
작가가 10년에 걸쳐 원고지 1만 5000매에 달하는 분량으로 쓴 것으로, 소설의 배경은 자잘한 줄거리들이 얽혀 하나의 큰 세상을 이루고 있다. 작가는 이미 같은 이름의 소설을 2007년 2권짜리로 낸 적이 있다. 이때부터 대하소설을 머릿속에 구상하고 있었다고 한다.

반야는 유을해의 딸이다. 유을해는 열한 살 당시 전국을 휩쓸었던 역질로 부모를 잃고 말았다. 이후 40대 늙은이와 결혼할 처지에 놓였다가 무작정 도망친 뒤 세검정 무녀 동매의 수양딸이 되었다. 그러다가 역적인 남자와 사랑을 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딸 반야를 낳게 된다.
반야는 단순히 무녀의 삶을 이야기하는 소설이 아니다.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불평등에 처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인데 ‘하늘 아래 모든 사람은 동등하다’는 말을 듣고 놀라는 백성들이나 ‘여자로 태어난 팔자이기에 남편이 바람을 피워도 눈감아야 한다.’는 사상을 가진 주부들이 나온다. 심지어 무녀 ‘반야’라는 이름의 경우도 여성차별의 시대에서 ‘별님’으로 불리고 있었는데, 반야라는 이름의 뜻인 지혜가 계집아이한테 너무 커서 별님으로 불리게 된 것이었다. 심지어 별님이라는 이름도 너무 커서 당시로서는 함부로 부를 수 없을 지경이었다.
반야는 예지력이 뛰어났다. 돌림병을 예시하여 신도들에게 주의하라고 미리 알리기도 하고, 한신이라는 남자가 영신이라는 여자를 찾으러 왔던 시에, 우물 안에 죽어 있다고 알려주기도 했다. 엄마인 유을해보다 뛰어났다. 반야는 평등한 여성상으로서 소설 내내 비춰졌다. 상대에게서 느껴지는 품성으로 사람 등급을 매기고는 그 등급에 따라 대접하던가, 일곱 살이었을 시 천연두에 걸렸던 남자 아이 동마로에게 입을 맞춘 사건들이 그랬다. 이 일로 동마로는 반야를 사모하게 된다.
너무도 뛰어난 예지력으로 인해 나 역시 반야를 만나 미래를 점 춰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러다가 책의 어느 구절을 읽고는 생각을 고치게 되었다. ‘인간의 복은 하늘이 정한 것과 사람이 만들어 가는 두 가지가 있다. 사주는 타고날지라도 스스로 만들어 가는 운세에 따라 팔자가 뒤바뀔 수 있다.’는 구절이었다. 때문에 반야는 때때로 눈에 보이는 상대의 운세에 대해 입을 다물고 스스로 만들어 가는 복에 대해 강조하였다. 운명을 점침으로 현재를 소홀히 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내가 미래를 보고 싶어 했던 이유 역시 현재를 어떻게든 회피하려는 부분이 다소 들어 있었던 것이다.
소설은 당시 궁의 상황과 하대 받던 무인들이 안타깝게 그려졌다. 혼란스러움이 이어지는 가운데 반야는 그러한 혼란을 잠재우는 역할을 해나갔다. 그러나 신기가 있더라도 반야는 스스로를 위해서는 신기를 쓰지 못하고 있었다. 자신을 위하여 쓰는 신기는 탁해져 더 이상 신기일 수 없는 것이 이유였다. 이에 대해서는 아마 2권 이후부터 무슨 일인가가 나올 복선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종합적으로 보자면 『반야1 (제1부 그 별들의 내력)』은 흡입력이 있어 다음 권으로 금세 넘어가게끔 되어있었다. 2권을 얼른 사서 읽어보고 싶을 지경이었다. 소설은 시선 처리를 원거리에서 근거리로 옮겨 다니며 입체적인 묘사를 하였고, 전지적 시점으로 마치 반야가 사는 시대를 내려다보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송은일 작가만의 문체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내가 그동안 알지 못했던 무인의 세계를 볼 수 있었다. 무인도 사랑을 하고 괴로움을 느꼈다. 앞으로 반야 10권까지를 모두 보고나서 작가의 생각과 그에서 탄생한 반야와의 관계를 다시금 정립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