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의 명수 - 난공불락의 1위를 뒤집은 창조적 추격자들의 비밀
박종훈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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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와 평판을 얻는 기업들의 숨겨진 비밀

[리뷰] 『역전의 명수』(박종훈, 인플루엔셜, 2017.11.28.)


사실 ‘역전’이라는 의미는 시장에서 의미가 없다. 선발 기업을 추격하고 선발 기업은 달아나고, 고지를 탈환하고 뺏기고 하는 게 바로 경제시장의 생리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박종훈 경제전문기자(KBS기자협회장)는 이러한 기업의 생리를 7개의 장에서 제대로 강조하고 있다. 천천히 읽다보면 기업윤리의 측면에서 매우 지당한 이야기를 듣는 것 같다. 그만큼 정도를 걸었던 기업들이 승리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에필로그 부분에 취재하는 장면이다. 9.11 사건을 계약직 카메라 감독 1명과 미국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며 리포팅을 했다. (거의 둘이 뉴스를 만들고 보냈던 모양이다.) 그런데 KBS감사실에선 왜 CNN이나 NBC와 같은 질의 뉴스가 나오지 않느냐며, 카메라 감독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겠다고 박종훈 기자에게 전했다. 박 기자는 공분했고, 만약 감사가 계속 진행되면 이 문제를 공론화 하여 끝까지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다행히 감사는 중단되었다고 한다.


이 당시 KBS의 상황을 보면 얼마나 조직이 한 개인을 억압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좋은 긴장감과 협력 관계가 아니라 거의 협박하는 수준의 감사이다. 현재 KBS가 JTBC 뉴스에 밀리는 이유도 조직문화와 연관되어 있지 않을까? 박종훈 기자에 따르면, KBS는 이전의 영광에만 매몰되어 있었다. 뉴미디어와 소셜미디어가 등장했지만 변화의 물결을 보지 못한 것이다. 다들 알다시피 JTBC는 심층보도와 팩트체크로 시청자들의 신뢰를 얻었다.


요샌 방송뉴스를 TV로 직접 잘 보지 않는다. 그나마 보는 건 JTBC 뉴스다. 유명 작가나 연예인들이 다른 곳이 아니라 JTBC와 인터뷰를 하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 아닐까. 맷 데이먼이 ‘제이슨 본’ 홍보차 한국에 왔을 때, JTBC에서 인터뷰를 한 적 있다. JTBC는 이미 해외 영화배우에까지 신뢰를 얻을 정도이다. 특히 JTBC는 기자 한 명 한 명의 개성을 살려 캐릭터를 부여했다고 박종훈 기자는 분석했다. 더불어, 공정성과 신념, 자부심을 언론인으로서 갖게 해 조직에 대한 충성도를 높였다.




JTBC가 KBS를 앞지른 이유는?


『역전의 명수』는 각 장의 제목만 보아도 저자의 생각이 엿보인다. 우리 기업이 눈여겨보아야 할 대목들이다. ▲ 1장 : 남들이 포기한 타이밍을 잡아라 ▲ 2장 : 창출하지 말고 연결하라 ▲ 3장 : 추격자의 눈으로 다르게 보라 ▲ 4장 : 작게 시작해서 모두 차지하라 ▲ 5장 : 지지자와 동맹군의 마음을 얻어라 ▲ 6장 : 성과가 적어도 중심은 지켜라 ▲ 7장 : 구성원의 신념을 끌어올려라.


전체 핵심은 유명 작가들의 일침에 잇다. 책 첫머리와 중간에 보면 괴테와 T.S. 엘리엇의 명구가 들어가 있다. 괴테는 “천재성과 힘, 그리고 마법은 대담함 속에 들어 있다”고 적었다. 또한 앨리엇은 “멀리 갈 위험을 감수하는 자만이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는지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인이나 작가나 기자나 모두들 쓰는 사람들이라고 간주하면 유념할 대목들이 참 많다.


이 책이 좋은 이유는 구체적인 사례들이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2014년 5월, 스페이스엑스의 CEO이자 테슬라 회장인 앨론 머스크는 테슬라가 갖고 있는 전기 자동차의 특허를 모두다 무료로 공개한다는 선언을 한다. 그 이유는 테슬라에서 혁신적인 전기 차를 개발하면 응당 기존의 내연기관차과 경쟁을 피할 수 없다.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려면, 특허를 보고 전기 차 시장에 뛰어든 여러 기업들과 동맹을 맺어 전통적 개념의 차를 밀어내야 한다. 혁신과 창의성이 발현되는 메커니즘은 맞닿아 있다.


사회적 기업과 평판 관련 부분이 참 눈에 띈다. 예를 들어, 미국의 반려동물용품 전문 매장 펫스마트는 비영리 유기동물 입양 센터를 적극 후원하면 고객들을 사로 잡았다. 윈윈이다. 펫스마트는 1994년부터 미국과 캐나다 등 1,470개 매장에 유기동물 입양센터를 만들어서 후원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이케아는 기업의 이윤을 고객과 납품 업체와 함께 나눠 세계적인 가구 업계로 성장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은 사례는 많다. 켈로그는 극빈자들에게 시리얼을 무료로 배급하고, 불경기 속에서도 직원들을 해고하지 않고 ‘일자리 나눔’을 통해 고용을 계속 유지했다. 또한 대공황의 절정기에서도 아동복지재단을 설립하고 4년간 현재 화폐 가치로 2조 원 정도를 기부했다고 전해진다. 그 결과 켈로그는 기존의 1위 업체인 포스트를 밀어냈다.


사회적 기업으로서 평판을 얻는 비밀


이외에도 눈여겨 볼만한 부분들이 많다. 이베이 설립자는 이베이가 수익을 많이 내는 가운데서도 기존의 본인 직장을 계속 다니면서 9개월 동안 봉급을 받았다고 한다. 안전하게 시작하려고 했던 것이다. 또한 후지필름은 절체절명의 전통 필름 산업 위기에서, 필름 보관 기술을 응용해 노화 방지용 화장품 아스타리프트를 만들어 재기에 성공했다. 구글은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젝트를 통해 팀원들에게 ▶ 심리적 안정감 ▶ 종속감 ▶ 구조적인 명확함과 투명함 ▶ 의미와 임팩트를 주어 신뢰를 얻고 있다.


한편, 전 세계적인 커피 업체 네슬레가 네스프레소를 런칭하면서 본사의 눈치를 보지 않게 했다. 통제권과 선택권을 갖게 함으로서 자신감을 상승시켰고 프로젝트가 성공하게끔 유도한 것이다. 사사건건 통제하려는 대한민국의 기업과는 차원이 다른 얘기다.


고약한 냄새가 나는 플라스틱 공장 옆에서도 주어진 소명을 다한 ‘스컹크 워크스’나 알리에게 패배하고 목사로 살다가 뒤늦게 45세에 다시 헤비급 챔피언을 따낸 조지 포먼, 감독과 방송 제작자들에게 팬텀이라는 영상촬영 드론을 무료로 나눠저 시장의 특정 타깃을 잡아낸 중국의 왕타오 등은 모두 신뢰와 평판을 얻어 기업과 자신을 살린 경우이다.


경제학에 문외한인 필자에게 눈에 띄는 부분도 있었다. 하이프 사이클 5단계나 ‘란체스터 제곱의 법칙’이다. 하이프 사이클 5단계에선 기술이 촉발되고 과도한 기대치가 높아지나, 환멸과 깨달음을 거쳐 생산성 안정기로 진입한다는 분석이다. 또한 란체스터 제곱의 법칙은 적군의 전력이 두 배라고 해서 단순히 전력이 두 배가 되는 게 아니라 적은 네 배까지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비행전투전에선 비행기 4대 : 2대가 맞붙는다고 적군 2대만 살아남는 승부가 나진 않는다. 오히려 적군 3개가 남거나 4대가 남을 수도 있다. 전력은 16 : 4가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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