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사전에 숨은 예쁜 낱말 - 아름다운 예문과 함께하는
이승훈 지음 / 해드림출판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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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포화 된 감정들 표현 … 딱 좋은 예쁜 우리말

[리뷰] 『국어사전에 숨은 예쁜 낱말(아름다운 예문과 함께하는)』(이승훈, 해드림출판사, 2017.)


스마트한 세상에 사는 우리는 주로 언론 상으로부터 한국말을 익히고 최신 유행어를 듣는다. 고전이나 근대문학을 읽는 사람은 몇 되지 않는다. 때문에 사람들은 외래어에 찌든 한국말 외에 아름답고 부드러운 우리말이 얼마나 많은지 알지 못한다.


이러한 문구가 있다. ‘윤슬이 뛰노는 물낯 같은 표정.’, ‘방탄 국회, 저 물황태수들!’, ‘조용히 묵상하며 밤길을 걷는데 어떤 기운이 헤뜨듯이 다가왔다.’ 간단한 문장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처음 들어보는 단어들이 들어있을 것이다. 한자말이나 신조어로 착각할 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 모두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온 아름답고 순수한 우리말들이다. ‘윤슬’은 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이고, ‘물낯’은 표면이다. ‘물황태수’는 자신의 지위나 능력을 믿고 방자하게 구는 사람이며, ‘헤뜨다’는 자다가 놀라다는 우리말 뜻이 있다. 이 중 ‘헤뜨다’는 처음 보는 이에 따르면 ‘해뜨다’의 오타로 알려질 정도로 생소하게 다가오게 된다.



인터넷 세대의 언어 사용과 우리말


『국어사전에 숨은 예쁜 낱말(아름다운 예문과 함께하는)』(이승훈, 해드림출판사, 2017.)의 저자 이승훈은 해드림 출판사의 대표이기도 하면서 오래도록 우리말을 수집해온 자다. 트위터나 SNS에 올라온 신조어에는 이 책에 나온 우리말이 거의 들어있지 않다. 인터넷상 사람들이 쓰는 어휘는 대게 한정되어 있고, 그 마저도 대부분은 비방어다. 한 마디로 현대인들은 일정한 어휘의 틀 안에서 쳇바퀴처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언어가 품은 미세한 감정들을 표출할 길을 모른다면 우리의 정서는 삭막해진다. 이는 많은 어휘를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아름다운 시와 소설, 산문 등을 읽어 정서를 키워야 마땅하지만 요즘 세대는 책을 거의 읽지 않는다.


나는 한 때 우리말들을 찾아보며 노트에 정리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일상에서 쉬이 쓰지 않아 잊어버린 지 오래기에, 다시금 노트를 들춰보면 생소하게 다가온다. 우리말을 함께 나눌 사람이 없기에 쓸 일이 없었던 것이다. 말과 글은 혼자만 쓰고 혼자만 알아서는 안 된다. 행여 내가 ‘자기 앞에 놓인 빵들을 걸태질 하듯이 끌어당겼다.’는 문장을 인터넷 상에 썼다고 하자. ‘걸태질하다’는 어휘를 처음 보는 이는 문장을 제대로 이해하거나 느끼지 못한다. 차라리 ‘염치없이’ 라고 썼다면 이해를 할지도 모르겠다.


어휘가 널리 쓰이려면 다수의 사람들 역시 특정 어휘 속에 자신의 느낌과 감정과 체험을 넣어야 한다. 그런데 오직 나만이 아는 예쁜 말일 경우,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이들은 어휘 속에 자신들의 감정을 담지 않아 외국어처럼 낯설게 느낀다. 저자는 ‘아름다운 낱말이 상용화되지 못한 채 지금껏 묻혀 있었던 것이니, 마치 내가 만들어 등재한 낱말이거나 내가 발견한 보석처럼 느껴진다.’고 적었다. 우리말을 쓰는 사람이 한정되면 말은 희소성을 가진다. 그래서 보물이 된다. 훗날 많은 이들이 이 책에 나온 우리말을 인터넷 상에서 쓴다면 통용어가 되기에 희소성은 줄어들 것이다.


우리말의 희소성을 줄이려면 공유되어야


우리말들은 정말 매력이 있다. 우리말로 적힌 종이는 유난히 반짝이는 듯하고, 또 우리말이 뿜어지는 입술은 유난히 촉촉하게 보인다. 처음 우리말을 쓸 경우라면 품사를 혼동해 문장 가운데에 넣는 위치를 착각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우리말이 쓰인 책을 많이 읽거나 자주 쓰다보면 익숙해지게 된다.


어휘 하나하나에 모두가 자신만의 감성을 담아 풍부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게 된다면 인터넷 상의 비방은 줄어들고, 좀 더 아름다운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어휘로 인해서 말이다. 어휘는 화가들의 색채와 음악가들의 악보처럼 다양한 감정을 끌어낸다. 그래서 문학도 하나의 예술에 포함된다. 글쓰기도 수련이며, 습득하는 것이다. 남들이 쓰고 있다고 따라 써야만 하는 정도가 아니다. 그건 모방이자 획일화된 표본에 불과하다.


우리가 쓰는 어휘들에는 우리의 감정이 이미 포화되어 들어찬 상태다. 불포화된 감정들을 대체할 어휘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렇기에 자주 쓰이지 않는 우리말들이 딱 적합하다. 저자는 앞으로 시간이 날 때마다 새로운 낱말의 문장을 만들어 시리즈로 책을 내고 싶다고 했다.


『국어사전에 숨은 예쁜 낱말』에는 우리말 하나마다 최소 다섯 가지 이상의 예문이 실려 있다. 사전처럼 뜻만 아는 것이 아닌 실제 쓰임과 문장들이 들어있어 쉽게 익힐 수 있다. 하루에 한두 개씩 우리말을 익혀 일기를 쓰거나 주위 사람에게 말을 해본다면 어떨까. 그러면 보이지 않던 언어의 아름다움이 다시금 세상에 살아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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