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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 혁명 - 당신을 살리는 기름, 해치는 기름
시라사와 다쿠지 지음, 박현아 옮김 / 동아엠앤비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탄수화물보다 기름이 낫다?
[리뷰] 일본인 의학박사가 전하는 『기름 혁명』
건강하려면 기름을 잘 먹어야 한다는 주장이 실린 책이 있다. 『기름 혁명』(시라사와 다쿠지 저, 동아엠앤비, 2017.)의 저자는 올바른 오일 라이프를 하게 된다면 과식이나 달콤한 과자 등에 대한 강한 욕구를 사그라트릴 수 있다고 했다. 밥과 과자보다 기름을 우위에 둔 주장이라서 놀라웠다.

밥과 같은 탄수화물의 경우 1g에 4kcal의 에너지를 만들어 낸다. 그러나 기름은 1g에 9kcal의 에너지를 만든다. 같은 양으로도 칼로리가 높아 포만감을 갖게 된다. 그런데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의 경우 기름진 음식을 멀리하는 경향이 있다. 기름을 먹지 않는 다이어트를 했던 이들은 피부가 까칠까칠해졌다는 하소연을 많이 하는데 이는 세포에 기름이 부족하다는 증거이다. 저자는 식단 조절을 할 때에도 기름을 꼭 먹으라고 한다.
미국의 경우 1980년대에 저지방식을 식생활 지침으로 장려했었다. 기름을 삼가고 탄수화물을 늘리는 식생활을 주장한 것이다. 그런데 이후 당뇨병 환자가 오히려 더 늘어났다. 미국 뿐 아니라 대부분 선진국에서도 기름을 피하라고 장려를 한다. 한국의 환자들 역시 병원에서 진찰을 받을 때면 “기름진 음식을 피하세요.”라는 말을 한 번 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저자는 “탄수화물 식을 피하세요.”가 옳은 말이라고 한다. 저자에 따르면 웬만해서는 빵 등의 탄수화물을 삼가는 편이 좋지만 행여 먹을 일이 생긴다면 버터를 발라서 먹는 것이 좋다. 저자는 이야기를 들려주듯 “~입니다.”는 투로 나긋나긋한 글을 써 나갔다. 덕분에 신체와 음식 섭취에 대한 생물학적 설명이 쉽게 느껴졌다.
책에는 특히 코코넛 오일에 관한 부분이 많았다. 저자는 알츠하이머병을 치료하는 힘이 바로 코코넛 오일이라고 주장하였다. 게다가 코코넛 오일은 파킨슨 병 등의 신경계통의 병, 당뇨병 등의 생활 습관병까지 예방 및 개선할 수 있다. 파격적인 주장이다. 코코넛 오일을 활용할 때 주의할 점은 매끼 식사 때 한 큰 술이 적당량이라는 것이다.
또한 아침 식사 때 탄수화물을 먹지 않아야 한다. 왜냐하면 탄수화물로 생성되는 포도당이 체내에서 코코넛 오일의 성분을 분해하기 때문이다. 코코넛 오일의 성분 중 케톤산이 특히 분해될 가능성이 높다. 탄수화물 뿐 아니라 달콤한 탄산음료도 체내에서 포도당을 만들어 내기에 주의해야 한다. 게다가 탄산음료를 많이 마신 뇌는 쉽게 포도당이 부족하다는 착각을 일으켜 공복감에 짜증을 내게 되고, 이 짜증이 폭력 행위로 이어질 수 있다.
코코넛은 정말 무조건 좋을까
빵 역시 탄수화물이기에 코코넛 오일과 함께 먹으면 케톤체를 만들 수 없는데, 빵과 코코넛 오일을 함께 먹도록 장려하는 프로그램들이 많다. 저자는 이를 지적하며 자신의 주장이 옳음을 적극 내세워 나갔다. 한편으로는 코코넛 오일에 대해서 무조건 적으로 좋다는 식으로 전개가 되어 읽는 내내 불편하기도 했다. 책의 부제로는 코코넛 오일 뿐 아니라 “들기름, 올리브 오일, 아마씨 오일, 등 푸른 생선의 기름 제대로 먹는 법”이 적혀 있는데 이들 기름에 대한 설명은 책에 거의 없었다. 있더라도 한 줄이 끝이었다.
책은 여러 사례가 많았다. 카레에 코코넛 오일을 넣어 먹고서 알츠하이머병이 치료되고 사교댄스를 즐기면서 일상을 보내게 된 사람이나,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남편에게 코코넛 오일과 MCT 오일 두 가지를 매일 먹였더니 2개월 뒤 남편의 증상이 훨씬 좋아졌다는 내용 등이 그렇다. 그러나 책 전반적으로 나온 예는 10개가 채 되지 않았다. 표본이 너무 적었다. 사람들이 치료된 이유가 과연 코코넛 오일 덕분인지 확실치 않아보였다.
책의 아쉬운 부분은 또 있었다. 현대인의 단백질 섭취를 원시인의 1일 에너지와 비교한 것이다. 중세도, 근세도 아닌 너무 먼 인류와의 비교였다. 게다가 기름과 관련 없는 부분이 책의 4분의 1이나 차지했는데, 예를 들면 “당신을 살리는 음식은 이것” 장이 그렇다. 이 장에서는 라멘과 카레라이스 중 뭐로 점심을 먹는 게 좋나, 고등어된장조림 정식과 고기야채볶음 정식 중 어느 것이 점심으로 좋나, 햄버거와 크로켓 중 몸에 좋은 것은, 생과일과 과일주스 중 어느 것이 좋나, 와 같은 뜬금없는 내용들이었다. 차라리 기름 관련 내용을 더 넣었으면 어땠을까 생각이 든다.
책은 얇은 편이다. 그럼에도 그 안에 기름에 대한 충분한 이야기를 넣지 못하여 얇은 만큼 공허하다는 느낌이 든다. 다만 식사를 할 때 기름 역시 중요한 에너지원임을 주장한 점은 아주 좋았다. 자신의 식사 습관이나 식단을 돌아볼 기회가 되는 책인 것은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