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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주의자의 은밀한 뇌구조 - 뇌과학, 착한 사람의 본심을 말하다
김학진 지음 / 갈매나무 / 201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게임 중독 같은 ‘인정 욕구’가 이타성의 뿌리
[서평] 심리학 전공자 김학진 교수의 <이타주의자의 은밀한 뇌 구조>
물에 빠진 낯선 아이를 구하거나, 선로에 뛰어든 사람을 대신해 죽음을 맞은 사람에 대한 기사가 신문에 종종 뜬다. 사람들은 이들의 희생을 이타정신이라며 칭찬한다. 순수하게 타인을 위해 자신의 몸을 던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이들은 이타적 동기로 몸을 날린 걸까.
인간은 타인의 말 한마디나, 요구, 험담에 따라 여러 충동을 느낀다. 충동 중 하나인 분노는 인정받지 못함에서 주로 일어난다. 이에 따르자면 우리 인간은 인정받기 위해서라면 이타적으로 행동할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인정받기 위해 물에 빠진 낯선 이를 구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출간된 『이타주의자의 은밀한 뇌구조』 (김학진, 갈매나무)는 사람들의 이타성을 뇌 구조로 분석해 설명한 책이다.

이타성을 만드는 뇌의 부분들
인간의 이타성을 알기 위해 꼭 살피고 가야할 뇌 부분이 있다. 대표적으로 ‘측핵’과 ‘편도체’다. 김학진 교수에 따르면 측핵은 “신체 내부의 균형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대상을 향해 접근하는 강력한 신경학적 신호를 만들어내는 부위”이고 편도체는 “위험하거나 불쾌한 자극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위험 회피 행동을 학습하게 하는 부위’이다. 이 둘은 여러 상황 속에 인간을 ‘접근’하게 하거나 ‘회피’하게 만든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중요한 뇌 부분은 ‘복내측 전전두피질’이다. 이곳은 중요한 경험의 흔적들이 남겨지는 뇌의 부분이다. 우리는 성장하면서 경험을 쌓는다. 단순히 배가 고파 음식을 먹었던 어린 시절과 달리, 커 갈수록 옆에 있는 누군가가 음식을 먹고 있거나 스트레스를 받았거나 하는 이유로도 음식을 먹는다. 단순한 내부 감각 신호에서 외부 감각 신호로 범위가 확대되는 것이다.
사회에서 효율적으로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쌓아온 내부, 외부 가치 사이를 긴밀하게 연결시킬 수 있어야 한다. 바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다. 이를 통해 예전에 경험한 상황이 또 다시 닥칠 경우 감정 반응을 능숙하게 조절할 수 있게 된다. 외부 자극(사기, 질투 등)에 따라 우리는 내적 자극만으로 익혔던 세상을 달리 보는 것이다. 만약 누군가로부터 ‘순수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가. 그건 당신이 외부 자극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기에 어수룩한 어른이라는 표현일 수도 있다.
인정받기 위해 남을 돕다
책은 경험을 쌓은 사회인의 뇌를 드러내 보였다. 위에서 말한 ‘복내측 전전두피질’은 경험에 따른 이타성 외에 칭찬이나 돈, 음식 따위로 보상을 받았을 때에도 활성 한다. 보상을 받았다는 것은 자신이 인정을 받았다는 의미다. 인정을 받는 건 자신의 평판이 타인에게 드러나 보이는 것으로, 위험에 처한 사람을 도울 때 타인에게 인정을 받는 경우와 같다. 이 경우에도 ‘복내측 전전두피질’이 활성 한다.
보상받거나 인정받으려는 심리는 타인을 위해 몸소 나서는 이타성을 보이면서도 한 편으로는 자신을 해하기도 한다. 인정 중독에 빠지기 때문이다. 더 많은 인정,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싶어 자신이 속한 무리와 다른 문화권 사람들을 강하게 배척하여, 마치 자신이 무리의 지도자인 것처럼 행동하기도 한다. 이는 사회를 비교하거나 타 집단을 혐오하기에 이르게 된다. 인정 중독은 점점 강력한 순환 과정을 거친다. 마치 게임 중독자와 같다.
게임 중독에 빠진 아이의 시각에서 보자면, 아이가 게임으로 얻는 즉각적 즐거움은 선생님에게 인정을 받기 위해 내일까지 마쳐야 하는 발표 준비보다 더 빠른 보상을 준다. 기다림이 필요 없는 보상이다. 기다림이 필요하거나 추상적인 보상의 경우 가치를 약하게 본다. 게임 중독처럼 큰 노력 없이 빠른 시간에 ‘사람들의 인정’이라는 보상을 받는 몇 가지 사례가 있다. 대표적으로 셀카와 SNS 중독이다. 셀카와 SNS에 중독된 이들은 높은 보상을 위해 그리고 새로운 자극을 위해 더 독하게 변해간다. 호감과 인정을 얻기 위해 행동하는 사람이 되며, 자기만족 보다는 타인으로부터 호감을 얻지 못할 거라는 불안감을 더 가지게 된다.
이처럼 카메라와 CCTV가 난무하는 시대는 사생활 침해 논란이 있긴 해도 사람들의 시선을 대신할 장치가 되기도 한다. 사람들이 없는 상황에서 상대를 도울 수 있는 이타성을 보이도록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의 행동이 찍히는 걸 알기에, 그리고 그 행동을 전 세계인들을 포함한 더 많은 사람들이 보는 것을 알기에 우리는 기꺼이 외진 곳에서도 사람을 구하려 노력한다.
이타성과 거리가 먼 꼰대가 되기까지
인정받으려는 욕구가 증가하게 되면 전에 받았던 수준의 존중으로는 만족감을 느끼기 어렵게 된다. 그럴수록 더욱 높은 존중을 요구하면서 욕심을 부리게 된다. 만약 만족할 만큼 보상받지 못하면 무시당했다는 기분을 느끼며 때론 분노를 표출한다. 마치 금단현상과 같다. 대표적인 예로 대한항공의 땅콩회항 사건이 있다. 무엇이 중요한 가치인지 판단을 못하는 사람이 되어가는 것이다.
책에서는 공감의 경우를 이타성에 끼워 설명을 했다. 공감은 편도체의 활동과 관련이 깊다. 우리는 공감을 너무도 잘하는 사람은 이타적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사람 자체로는 불이익이 되기도 한다. 합리적인 판단이나 결정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당신이 공감을 잘 하는 기업의 대표라 했을 경우, 직원들이 피곤한 기색을 보이면 일을 그만두게 하고 퇴근을 시킬 것이다. 이는 인간적이기는 해도 기업 입장에서는 합리적이지 않다. 한편, 공감 능력이 적어야 쉽게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그래서인지 정치와 종교 분야 지도자들 중 타인의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현저히 높다고 한다.
우리의 뇌는 물리적 경험 없이 정서적 경험만으로도 공감을 이끌 수 있다. 공감은 위급한 상황을 직접 경험하지 않고도 피할 수 있는 지혜를 준다. 이러한 반응들은 집단의 의견을 좇아 행동하기도 한다. 생존과 번식에 유리하기에 우리는 공감을 하고, 타인의 시선을 따르고, 공동체에 소속되려고 한다. 어쩌면 자기중심적 기준으로 세상을 보았는데 그것이 남들 눈에는 이타적으로 보인 것일 수 있다. 오래도록 인정받으며 군중에 소속되려는 굳건한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우리는 소속체들을 돕는 것이다.
조상들이 만들어 놓은 뇌를 물려받은 우리는 뇌 속에 어떤 역사가 있는지를 보고 싶어 한다. 생존을 위해 뇌는 마치 이타성을 보이는 식으로 진화를 했다. 좋은 일을 하는 사람들을 존경해야 하는 건 마땅한 일이지만 생물학적·사회적 이유를 간과할 수 없다. 조금은 매정하지만 말이다.
이에 따라 책은 인간 사회에서 흔히 일어나는 사회적 문제를 뇌의 보상 측면에 두고 흥미롭게 전개를 했다. 또한 유명 심리 실험과 실제 사건, 사고들이 소개되어 지루함을 덜했고, 이와 함께 김학진 교수의 의견이 들어있어 강의를 듣는 느낌도 받았다.
한편으로 뇌에 대한 설명보다는 사회 문제를 중심으로 전개되었기에 뇌 과학 책이라 보다 인문학 책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인간의 이타성을 다시금 생각해본 좋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