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말을 쏘았다
호레이스 맥코이 지음, 송예슬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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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는 글로리아의 ‘말’을 듣고 총을 쏘았다!

[서평] 『그들은 말을 쏘았다』(호레이스 맥코이, 송예슬 역, 레인보우 퍼블릭 북스, 2020.06.22.)


작가의 이력이 특이하다. 돈이 없어서 작가 호레이스 맥코이의 책들과 앨범들을 팔아서 장례식을 치렀다니, 참 쓸쓸하다. 작가 맥코이는 실존주의 철학자 시몬 드 보부아르가 미국 최초의 실존주의 작품을 썼다고 극찬할 만큼 독특하다. 판결을 받는 주인공 로버트의 이야기로 소설은 진행된다. 로버트는 글로리아를 총으로 쏴서 죽였다. 그렇다면 사형을 받아야 할까?


작가 맥코이는 글 쓰는 삶을 살기 위해 여러 직업을 전전했다. 공군에 입대하여 프랑스에 파병된 적이 있으며, 또한 그는 신문사에서 스포츠와 범죄를 맡은 기자로 활약했다. 하지만 부유층과 잘못 어울려 재산을 탕진했다. 말년에 마라톤 댄스대회 경비원으로 일하며 겪은 일화들을 바탕으로 맥코이는 이 작품 『그들은 말을 쏘았다』를 썼다. 


“당신도 태어나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걸요?”(글로리아의 말 중에서. 35쪽)




로버트는 왜 글로리아의 요청대로 그녀를 총으로 쏴 죽였을까? 작품은 매우 사실적이고 구체적이다. 에둘러 가지 않고 사건이나 심리를 직접적으로 서술한다. 『그들은 말을 쏘았다』에서 중심 사건이 되는 건 바로 ‘마라톤 댄스대회’다. 이 대회는 2,500시간까지 춤을 춰야 승자가 가려지고, 상금을 탈 수 있는 무시무시한 대회다. 사람들은 춤추는 각 조들을 바라보면서 즐거워 한다. 로버트와 글로리아는 어떻게든 이 대회에서 우승하여 평범한 삶을 살고자 한다. 


할리우드 영화판에서 배우를 꿈꾸던 두 남녀. 그들은 우연히 만나 생계를 위해 마라톤 댄스대회에 참여한다. 댄스경연이 펼쳐지는 무대는 바다 위의 건물이다. 이는 마치 파도가 넘실대고,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는 우리의 인생과 닮았다. 죽을 때까지 춤을 춰야 하는 경연자들은 대신 먹을 것과 입을 것을 제공 받는다. 의사와 간호사는 항시 대기하며 그들을 돌본다. 


글로리아는 어렸을 적 상처가 크다. 성폭력으로 시달리던 글로리아는 삐딱한 성격을 갖게 되었다. 주인공 로버트 역시 빈곤한 삶을 전전하다 할리우드에서 엑스트라라도 하나 따 보려는 작은 소망을 갖고 있다. 그는 마라톤 대회가 마치 투우 경기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왜냐하면 끊임없이 난투극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소설 제목인 ‘말’이라는 건 글로리아의 바람을 뜻한다. 누군가 언제든 죽기를 원할 때가 있다. 그때 그 말들을 주워 담아 쏘아버린다면 로버트와 같은 비극이 일어날 것이다. 마라톤 댄스대회는 인생과 닮았다. 누군가는 누군가를 후원하고, 춤을 즐거워하며 온갖 사건이 일어난다. 가히 실존주의 소설이라 할 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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