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경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나카오 사스케 지음, 김효진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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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바나 농경문화 전파로 인도에서 재배 가능해진 ‘벼’

[서평] 『농경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나카오 사스케, 김효진 역, AK, 2020.05.10.)


유전 육종학과 재배 식물학을 전공한 나카오 사스케 교수. 그는 농경의 기원에 대해 관심이 많다. 각 농경문화는 각각의 작물을 재배해왔다. ▲ 근재 농경문화(根栽 農耕文化. 뿌리와 지하 경작) : 사탕수수, 타로감자, 얌, 바나나 ▲ 사바나 농경문화 : 동부콩, 손가락조, 호리병박, 참깨 ▲ 지중해 농경문화 : 보리, 완두콩, 순무, 소맥 ▲ 신대륙 농경문화 : 감자, 강낭콩, 호박, 옥수수. 


“농경문화에는 문화재가 넘쳐난다. 전 세계 수많은 농경민들이 농기구나 농경 기술의 놀라운 진보를 이루었다.”-7∼8쪽. 




‘밀로의 비너스’는 예배 대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아름다움을 동경하던 그 옛날 고대 인류는 과연 어떤 마음가짐이었을까? 저자 나카오 사스케는 이 조각상과 더불어, 보리 한 줄기, 벼 한포기는 그 유용성 덕분에 오늘날에도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보리의 기원에 대해 찰스 다윈이나 오귀스탱드 캉돌 같은 과학자들이 연구했지만, ‘신이 주신 것’이라는 피상적인 접근밖에 하지 못했다. 


그런데 러시아의 니콜라이 바빌로프가 다량의 야생원종을 채집하며, 벼, 이조 대맥, 일립 소맥, 에머 소맥 등 재배 식물의 야생 원종이 드러났다. 벼의 경우에는 야생종이 오리자 페레니스이며, 야생종의 분포지는 범열대다. 야생종과 재배종을 구분하는 방법은 낟알의 탈락성이다. 야생종의 낟알을 모으는 방법은 시드 비터를 사용하는 것이다. 혹은 덜 익은 이삭을 베는 것이다. 


『농경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는 ‘종자에서 위장까지’만을 주로 다룬다. 모계 제도나 모권 문화, 농지 제도, 농경의례, 종교와의 연결성 등은 배제한다고 저자 나카오 사스케는 밝혔다. 언어와 민족은 다르지만 인류는 4가지의 기본 복합체에 따라서 농경문화를 일구어왔다. 재배 식물의 기원에 대한 연구는 계속 계승, 발전돼 최종적으로 다음과 같이 정리됐다. 즉, 티그리스·유프라테스 강의 ‘비옥한 초승달 지대’에서 최초의 소맥, 대맥, 완두콩 등의 재배화와 농업이 시작되었다. 그 후, 여러 지역으로 재배 식물이 전파되었다. 


요새 우리는 잡곡을 건강에 좋다며 쌀에 섞어 먹는다. 이런 잡곡은 지금 우리가 마트에서 흔하게 구할 수 있지만, 그 옛날에 잡곡을 재배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사바나 농경문화의 작물군을 보면, 잡곡을 인류의 식탁에 올려놓았다. 이 잡곡으로 인해 사바나 농경문화가 완전한 영양 보급이 가능해졌다고 하니 대단한 일이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이런 잡곡류에 감자가 포함되지 못했다. 


건조한 지역에 있던 사바나 농경문화는 이제 비가 많이 오는 지대로 옮겨간다. 거기서 새롭게 재배한 것이 바로 ‘벼’이다. 우리가 밥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이유는 벼 식용화의 기원과 관련하여 가장 밀접한 인도 덕분이다. 벼농사의 걸림돌이 된 야생 잡곡인 피류의 두 종류도 함께 재배되었다고 하니 조금은 역설적이다. 앞으로 내 식탁에서 좀 더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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