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처럼 - 도청의 마지막 날, 그 새벽의 이야기
정도상 지음 / 다산책방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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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희순이가 겪은 공포와 분노…꽃잎처럼

[서평] 『꽃잎처럼 (1980. 5. 27 그 새벽의 이야기)』(정도상 저, 다산책방, 2020. 05.08.)


소설 『꽃잎처럼』은 ‘나’라는 일인칭 시점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총소리가 울리고, 밤이 깊은 시각이지만 이 모든 것을 견딜 수 있는 이유는 내일 ‘희순’이라는 여자를 만나기 때문이라고 소설은 소개된다. 소설 속 인물 가운데 희순이라는 인물이 크게 부각된다. 이는 독자로 하여금 이 여성이 주인공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궁금하게 만든다. 또한 총소리가 울리는 장소에 머무르고 있는 주인공이 과연 어떤 식으로 밤을 보내게 될지도 궁금하게 만든다. 

 

배경은 1980년 5월이다. 책은 5.18 민주화운동이 일어난 달에 맞추어 출간되었는데, 여타 비슷한 소재의 소설과 달리 희순이라는 여성이 큰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소설을 통해 계엄군의 손아귀에 사그라지는 사람들의 모습과 그 속에서 공포와 분노에 사로잡혔던 개개인의 심리를 긴밀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한 줄기 희망으로 비춰진 희순


5월 26일 저녁 7시부터 한 시간 간격으로 주인공이 겪는 사건과 희순에 대한 회상이 번갈아 나타난다. 그리고 5월 27일 새벽 5시에 소설은 끝이 난다. 다시 말해 장편소설 『꽃잎처럼』은 5·18 민주화운동 최후의 결사항전이 있던 5월 27일 새벽 전남도청을 배경으로 하며, 한 시간 단위로 디테일하게 구성돼 사실감과 현장감을 더한다. 광주민주화운동은 열흘 간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오백여 명의 시민군이 전남도청에서 결사항전의 순간을 기다렸다. 


이 소설이 더 사실감 있게 느껴졌던 건 당시 스물한 살 청년이었던 작가 정도상이 40년 만에 재구성한 현장 소설이자 기록 소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다수 등장인물들은 모두 실재했거나 실재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시민 여러분, 지금 계엄군이 쳐들어오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우리 형제, 자매들이 계엄군의 총칼에 숨져가고 있습니다…….”-218p


도청 옥상 스피커에서 박영순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어 총소리가 신호처럼 울리면서 계엄군이 소총을 갈기는 소리가 들렸다. 여기에 나온 박영순은 실제 인물이었다. 계엄군이 쳐들어오는 순간 기절을 하였는데, 이후 다행히 목숨은 건져 개명을 한 뒤 지금껏 살아오고 있으신 분이다. 이 분 말고도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수많은 여성이 뒤에서 보조를 하였다. 이러한 여성의 역할을 희순이라는 인물이 대변하고 있는 듯도 하였다. 


책은 계엄군과 맞닥뜨린 수많은 인물들의 심정과 계엄군의 날카로운 목소리를 실감나게 느끼게끔 구성되었다. 마치 당시의 상황 속에 들어가 체험을 한 듯 몸이 떨리기도 했다. 우리가 멀리서 객관적으로만 보았던 당시의 상황을 좀 더 주관적인 시각에서 살펴보게 하는 책이다. 희순이라는 인물로 대변되는 희망의 메시지를 음미하며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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