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시대, 예술의 길
김선영 지음 / 봄봄스토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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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제닉 아티, 조직공학 … 바이오아트와 생명윤리

[서평] 『4차산업시대, 예술의 길』(김선영, 봄봄스토리, 2020.04.15.)


주로 콘텐츠 관련 일을 해온 저자 김선영 씨는 현재 홍익대 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다. 코로나19와 4차산업혁명 시대에 과연 예술은 어디로 가아할까? 우선 저자 김선영 교수는 현대미술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래서 현대미술에 평론이 빠질 수 없다. 예술 차원에서 공급자 위주의 생산방식은 소비자로부터 예술을 멀어지게 만들었다. 특히 시간에 쫓기는 현대인들은 미술관에 들르기도 벅찬 현실이다. 그래서 등장한 게 구글 아트 팔레트 등 가상현실이다. 


새롭게 등장한 예술은 예술이 지닌 의례가치, 전시가치에 더불어 조작가치를 가지게 해준다. 이미지가 움직이는 것이다. 뒤샹은 예술이 ‘미세한 차이(엥프라멘스)’라고 했다. 인공지능과 인간을 구별해주는 것은 예술분야에서 두드러질 수 있을까? 이미 인공지능은 컴퓨터와 인공지능 로봇으로 예술을 창작하고 있다. 딥러닝을 이용한 ‘딥드림’이나 ‘넥스트 렘브란트’이나 소설과 영화인 <컴퓨터가 소설을 쓰는 날>, <선스프링> 등이 등장한 것이다. 


인공지능이 만든 예술 작품의 대표적인 예로서 ‘딥드림’에 접속해보았다. 과연 인공지능이 만든 게 맞나 싶을 정도로 빼어난 작품들이 많다. 연주나 도자기를 빚을 때 인공지능은 실수를 하지 않는다. 미국의 한 미술비평가는 예술과 비예술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사실상 모든 것이 예술이 되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했는데, 그 이유는 아마도 기술의 발전에 있지 않을까 싶다.


모라벡의 역설은 인간에게 쉬운 일은 로봇에겐 어렵고, 로봇에게 쉬운 일은 인간에겐 어렵다는 것이다. 이것은 조금씩 깨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저자 김선영 교수는 폴라니의 역설을 설명했다. 폴라니의 역설은 ‘할 줄은 알지만 설명할 수 없는 지식과 능력’인 암묵지(tacit knowledge)를 기계가 모방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기계가 인간의 암묵지를 추월했다’는 이른바 ‘폴라니 암묵지 붕괴설’을 예술영역까지 확대해서 해석하기는 어려워 보인다.”(31쪽)고 적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예술을 모방할 수 있을까


『4차산업시대, 예술의 길』에서 눈길을 끌었던 건 터키 출신의 사진작가 아이딘 바이야크타스이다. 그는 드론을 이용해서 건물과 도로, 광야를 촬영했다. 구글에서 그의 이름을 검색하면 금방 그의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정말 독특하다. 마치 영화 <인셉션>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하다. 또한 책에서 흥미로웠던 건 비릴리오의 ‘질주학’이다. 속도의 과학을 의미하는 질주학은 권력 다툼 역시 속도로부터 좌우된다고 본다. 


이외에도 책에선 장예모 감독의 <대화·우화 2047> 등 눈여겨볼 것들이 많다. 특히 바이오아트의 ‘트랜스제닉 아트(Transgenic Art)’는 기괴하다. 유전자 변형예술로 번역되는 이 ‘트랜스제닉 아트’는 브라질 출신의 카츠(Edurado Kac)가 처음 사용한 용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사람의 유전자를 선인장에 주입해 선인장 가시가 머리카락처럼 변하는 작품이라든가 흰색 토끼에 발광해파리의 유전자를 주입해 녹색 빛을 발산하는 형광토끼 등이 있다. 


조직공학을 활용한 예술도 있다고 한다. 호주의 행위예술가 스텔락이 그 예이다. 그는 ‘Extra Ear : Ear on Arm’에서 팔에 귀를 이식한 작품을 선보였다. 하지만 바이오아트는 생명을 다룬다는 점에서 윤리적 문제를 야기한다. 김선영 교수는 각 작품을 통해 윤리적 문제를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4차산업시대, 예술의 길』에는 협치, 지역성, 빅데이터 등 문화예술의 발전을 위한 여러 제언이 담겨 있다. 모쪼록 기술이 전면에 등장하는 시대에서 예술의 품위를 잃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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