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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다움의 사회학 - 남자를 지배하는 ‘남자라는 생각’
필 바커 지음, 장영재 옮김 / 소소의책 / 2020년 3월
평점 :
지배·통제의 압박을 느낀다…남자다움의 사회학
[서평] 『남자다움의 사회학 (남자를 지배하는 남자라는 생각)』(필 바커 저, 장영재 역, 소소의책, 2020. 03.26)
털이 수북한 남성이 옷을 열어젖히고 있다. 가슴에는 기계의 톱니바퀴들이 가득하다. 남자의 마음이 기계처럼 서늘하다는 말인지, 감성이 없다는 의미인지 궁금할 정도다. 『남자다움의 사회학』은 남자뿐 아니라 여자 역시 읽으면 좋을 책이다. 남자라는 정의를 사회학적으로 풀었으며 읽기에 어렵지 않은 전개를 갖추었다.
저자는 말한다. 남자들은 남자다움을 배워야 한다고. 남자다움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닫기 시작하는 어린 소년의 경우 자라나는 동안 ‘남자다워라’는 말을 수없이 듣는다. 어린 소년은 선택의 여지도 없이 들은 대로 행동해야 한다. 결과 사랑 없는 포르노를 보며 범죄를 저지르고, 여성 혐오를 선택하기도 한다. 무엇 때문에 이러한 일이 벌어진 것일까. 또한 남자답게 산다는 건 무엇이고, 남자다움은 무엇인가.
남자다운 것보다 인간답게 키우자
책을 다 읽고 나면 남성과 여성이 동등한 위치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세상이 불가능이 아님을 알게 된다. 지금 성적 범죄는 잘못된 남자다움을 배운 남자로 인해 벌어진 경우가 허다하다. 책은 이와 관련된 사례들도 싣고 있었다. 아이들은 한 살만 되어도 이미 자신의 성별을 인식하고 강한 정체성을 느낀다. 대부분의 소년소녀들은 주변인의 행동 방식을 보면서 빠르게 순응한다. 그러면서 소년들은 자신의 감정에 관한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다는 말을 듣곤 한다. 하지만 남자들에게도 자신이나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자신을 표현할 수단이 필요하다.
남성이 가족 간 폭력을 저지르고 여성과 아이들이 폭력을 당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은 대단히 불편한 진실이다. 폭력을 선택하는 남자들이 존재하는 이유에 주목할 용기를 내지 못한다면 결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더불어 남자다움의 의미에 관한 편협한 생각은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 남자들은 때때로 지배하고 통제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낀다. 남자는 튼튼하고 강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러한 성별 규범 또한 주의해야 한다. 남성을 향한 기대는 여성에 대한 폭력, 학대, 통제가 발생하는 상황을 조성할 뿐이다.
소년이 훌륭한 남자로 성장하도록 하는 문제에 관한 논의를 20년 넘게 주도하고 있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심리학자 스티브 비덜프(Steve Biddulph)는 소년들에게 본보기가 되는 남자들이 필요하다는 확고한 믿음을 갖고 있다. 건전한 남자다움은 그냥 저절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가르쳐야 한다. 저자는 책을 준비하고 남성 문제에 관한 글을 쓰면서 우리 사회의 나이 든 남자들에게 젊은 형제들에 대한 의무가 있음을 이해하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본보기와 애정 어린 조언을 통해 그들에게 사랑하고 존중하는 여성과의 관계가 소중하고, 기쁨을 주고, 경이로운 관계임을 보여주어야 하는데, 그 경우 그런 관계가 여성을 물건 취급 할 때 얻을 수 있는 그 어떤 경험보다 훨씬 더 섹시하다는 것을 젊은이들이 이해하게 된다는 것이다.
우는 남자가 되어야 하는 이유
마틴 루터 킹은 ‘결국 우리를 가장 아프게 하는 것은 적이 하는 말이 아니라 친구들의 침묵이다’라고 말했다. 한때 남자들은 여자와 자녀들을 위한 공급의 대가로 여성의 복종을 기대했다. 문서화되지 않은 계약이었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남자들도 변했다. 가족을 부양하거나 ‘생계비를 버는 일’이 더는 남자들의 도전 과제가 되지 않게 되었는데, 오히려 목적을 찾고 가치를 더하고 의미를 경험하는 일이 중요해졌다. 무언가 재미있고 시간을 투자할 가치가 있는 일을 찾아내야 하는 것이다.
미래는 우리에게 남자다움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 말한다. 가르침 받은 대로 남자다운 남자가 되었다는 단순한 이유로 경력의 발전을 위한 실탄인 창조성에서 배제될 것이다. 소년들의 감정은 아직도 전반적으로 억제되고 있다. 눈물은 정신건강을 보호하고 상실을 겪은 뇌를 치유한다. 소년들이 울지 않는다면 억눌린 정서가 흔히 폭력과 분노 같은 다른 방식으로 나타나게 된다.
폭력과 분노, 슬픔을 억제하는 것. 울지 않는 것. 우리는 얼마나 일찍부터 아들들을 사회화하고 있는가? 훌륭한 남성의 롤 모델-아버지, 삼촌, 친구들-은 다양한 정서를 표출하면서 건전한 인간관계와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낼 젊은 세대를 기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남자란 결국 내재된 본능이기보다 사회화된 결과물이 될 수 있고, 이를 통해 미래는 남녀의 정의가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동등한 존재로서 바로서는 세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