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도생 사회 - 어설픈 책임 대신 내 행복 채우는 저성장 시대의 대표 생존 키워드
전영수 지음 / 블랙피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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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도생만이 진정한 행복에 이르는 길일까?

[서평]  『각자도생 사회 (어설픈 책임 대신 내 행복 채우는 저성장 시대의 대표 생존 키워드)』(전영수(대학교수) 저, 블랙피쉬, 2020. 03.25.)


각자도생이란 각자 살길을 스스로 도모한다는 의미다. 2019년 직장인이 가장 많이 선택한 그 해의 사자성어 1위였다. 싫든 좋든, 살아내자면 누군가를 의존하기보다는 자립할 수밖에 없는 시대 변화를 뒷받침한다. 『각자도생 사회』는 가족 구성원 내에서의 홀로서기를 설명한 책이다. 


책에 따르면, 가족이 위험해졌다. 행복의 원천이라 여겨졌던 가족이 불행의 씨앗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내 삶이 아프고 힘든 원인의 상당 지분이 가족에게 있다면 상황은 심각해진다. ‘일하는 아빠와 전업주부 엄마’ 모델은 더 이상 표준 가족의 기준이 아니다. 책은 캥거루족과 헬리콥터맘 등 가족 구성원을 책임져야하는 여러 상황들을 사례로 들고 있다. 


다음과 같은 사례가 있다. <아내를 설득해 어머니를 집에서 모셨다. 요양시설도 생각했지만, 부모는 자식이 모셔야 한다는 친척들의 압력에 굴복했다. 하지만 이게 결정적 실수였다. 갈수록 아내의 정신적. 신체적 피로가 깊어지며 신경질적인 반응이 늘었다. 참다못해 아내는 가출했다.> 이 이야기를 통해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은 지나친 개입을 서로 하지 말자는 것이다. 한국사회처럼 누군가의 삶 깊숙이 끼어드는 사회도 잘 없다는 것이다.  


만약 기대한 만큼 돌아오지 않으면 가족 간 낙심도 크다. 자녀로서도 역할 분리가 힘들어진다. 특정 시점이 되면 부모는 자녀의 인생에서 뒤로 물러서는 게 옳다. 때가 되면 둥지를 떠나는 건 동물의 본능이다. 따라서 가족 분리는 필연이다. 이런 점에서 양육 졸업을 선언하는 새로운 부모의 출현은, 본능은 물론 시대 변화에 순응하는 합리적인 선택지다. 언뜻 냉정하게 보여도 훗날 자녀와의 갈등을 막으려는 용감한 행동이다. 그러면서 저자는 젊은이들의 결혼과 동거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얽히지 않고 각자의 삶을 살자는 저자


100세 철학자로 유명한 김형석 명예교수는 노년 인생에서 꼭 필요한 3대 행복요소 중 하나로 연애를 꼽았다고 한다. 이와 함께 책은 노년의 가족에 대한 설명으로 넘어갔다. 황혼 인연이라는 말이 있다. 현재 뚜렷한 사회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통계를 보면 2000~2017년 사이, 65세 이상의 재혼 건수는 남녀 모두 증가했다. 한편 인연 단절도 증가세다. 자발적인 싱글 노년으로 변신하려는 시도다. 요컨대 황혼 이혼이 그렇다. 신노년은 노화에 대한 오해와 착각, 고정관념의 오류 수정을 당당히 실현하며 본인이 지향하는 가치에 특화된 방법론을 찾는다. 스스로 인재임을 증명하고 생산성을 증빙함으로써 ‘노년=도전’의 새로운 등식을 완성해간다. 늙으면 죽어야지, 대신 길어진 인생살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남은 시간을 어떻게 즐길지 고민한다. 


중년의 가족관에 대해 저자는 ‘중년에게 가족은 전부다’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현재의 중년은 전통관념을 준용하며 물적. 심적으로 부모를 위하고 자녀를 챙기는 최후 세대다. 효도를 의무로 아는 부모와 효도를 기대하기 힘든 자녀에 낀 최초 세대인 건 물론이다. 중년은 그래서 어렵고 힘들다. 이밖에도 쉐어하우스와 젊은이들 사이에서의 달라진 회사관, 1인 가구 증가 등이 소개되었다. 저자에 따르면 각자도생을 위해서는 가족보다는 본인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한다. 가족은 타인이며 완벽한 남까지는 아닐지언정 분명 내가 아님은 확실하다. 우연히 핏줄로 얽힌 가족으로 살지만, 실은 전혀 다른 인생을 사는 타인이다. 


하지만 이러한 저자의 논지는 너무도 가족을 해체시키려는 경향이 돋보이기도 했다. 가령 이혼을 나쁜 시각으로 보지 않고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식으로 가볍게 말하고 있었다. 책임감 자체를 짐으로 여기며 자유로운 연애와 삶만이 최선이라는 식으로 내용을 전개했다. 행복이 꼭 각자도생에서만 있는 것은 아니기에 가족의 해체와 홀로서기 등의 내용이 강하게 주장되고 있다는 점에서 책은 설득력이 크지 않았고, 반감이 생기기도 했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 이러한 문제를 주장하는 책이 나온 계기를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고 싶다면 읽어봐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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