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덤, 어떻게 자유로 번역되었는가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야나부 아키라 지음, 김옥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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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어 ‘자유’ 대신 ‘자주’, ‘자재’, ‘불기’, ‘관홍’도 있었다!

[서평] 『프리덤, 어떻게 자유로 번역되었는가(이와나미 시리즈)』(야나부 아키라, 김옥희 역, 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2020.03.10.)


오랫동안 번역어와 비교문화론을 연구한, 이제는 고인이 된 야나부 아키라라는 교수가 쓴 책. ‘프리덤, 어떻게 자유로 번역되었는가’에는 ▶ 사회 ▶ 개인 ▶ 근대 ▶ 미 ▶ 연애 ▶ 존재 ▶ 자연 ▶ 권리 ▶ 자유 ▶ 그, 그녀에 대한 번역 세계를 다룬다. 


‘사회(社會)’는 우리도 많이 쓰는 용어이다. 영어 ‘society’를 번역한 것인데, 일본에서는 1796년도부터 사전이란 걸 만들어 쓰면서 번역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교제하다, 모이다’는 뜻으로 쓰이다가 그 뜻이 ‘모임 또는 집회’, ‘동료, 교제, 일치’로 확장된다. 또한 후에 후쿠자 유키치는 서구를 다녀온 뒤 경제학 원론을 번역했다. 여기서 그는 사회를 ‘인간 교제’, ‘사귐’, ‘나라’, ‘세상사람’ 등으로 번역했다.  

“일본인이 일상의 평범한 언어 감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개념을 토대로 출발한다. 그런 다음 단어 사용법에 대한 연구를 통해 의미의 모순을 이끌어내고, 그 모순에 의해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갔다.”-21쪽. 


1872년에 오면 나카무라 마사나오가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지리(자유론)』을 번역하면서 ‘society’를 다양하게 해석했다. 예컨대, ‘총체인’, ‘회사’, ‘인민의 회사’ 등으로 말이다. 그러다가 특정 목적을 위해 모인 모임과 회동의 의미로서 ‘사회’로 번역되기 시작한다. 




시대와 번역자에 따라 달라진 번역어들


‘individual’은 지금 우리도 ‘개인(個人)’으로 쓰는데, 일본 번역어이다. 원래는 ‘일개인’이었는데, ‘일’이 빠져나갔다. ‘개인’은 다음과 같이 번역되어온 흐름이 있다. ▷ 혼자 ▷ 인민각개 ▷ 인민일개 ▷ 사람 ▷ 한 사람의 국민 ▷ 독일개인(獨一個人) ▷ 일개인 ▷ 개인. 


영어의 ‘freedom’, ‘liberty’는 ‘자유(自由)’로 번역된다. 그런데 일본에서도 이 번역어 ‘자유’가 망종과 비슷한 나쁜 의미로 쓰였다고 한다. 에도막부 말기에 네덜란드어의 자유를 뜻하는 말은, 일본어 ‘제멋대로’로 번역되었다. 부정적 의미가 담겨 있었던 것이다. 긍정적 의미 또한 존재한다. ‘자유 해탈’은 도를 깨우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처음에 ‘자유’로 번역된 것은 부적절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고문헌들을 살펴보면, 번역어 ‘자유’의 역사는 ‘거치적거림이 없음’, ‘마음을 털어놓는’, ‘제멋대로 구는’, ‘정직한’, ‘용이한’, ‘방해받지 않는’, ‘면허, 허가를 받는 것’, ‘인색하지 않은’, ‘만사에 두려움이 없는’ 등으로 번역돼 있다. 허나 일부 학자들은 ‘자유’가 적절한 번역어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대신 등장한 번역어는 ‘자주’, ‘자재(自在)’, ‘불기(不羈)’, ‘관홍(寬弘)’, ‘리버티(liberty)’ 등이다. ‘자유’란 말은 ‘스스로 말미암다’이다. 그렇다면 왜 부적절한 번역어였던 ‘자유’는 살아남았을까? 민중의 일상어였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적었다. 그 뜻은 점차 “내 생각대로 하면서도 타인의 방해를 받지 않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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