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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성 1980 ㅣ 작가와비평 시선
박주초 지음 / 작가와비평 / 2020년 1월
평점 :
활자에는 사람이 없지만 작가를 만나보자…형성 1980
[서평] 『형성 1980 (박주초 시집)』(JC(공연기획자), 작가와비평, 2020. 01.05.)
작가는 학교를 그만두고 건설 회사를 다니던 10대, 다양한 전공으로 뒤섞여 살던 20대, 사업과 예술을 동시에 하고 싶었던 30대 그리고 미약하나마 깨달음을 얻기 시작한 40대 초입까지 지난 25년간 써온 시를 모아 『형성 1980 (박주초 시집)』으로 묶었다.
‘사람으로 태어났다/ 배고픈 건 다 배고프고/ 졸린 거는 다 졸리웁다// 마음을 가졌기에/ 보고픈 건 다 보고프고/ 그리운 건 다 그리웁다// 그래서/ 슬픈 것도 다 슬프다// 함께 울자// 그대 왜 슬픈지 알지 못해도/ 슬픈 거는 다 슬프다 - <슬픈 거는 다 슬프다>’ 20p
‘폐쇄공포증 환자는/ 갇힌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갇힌 내가 겪을 실신, 사망 그리고 미치거나 정신을/ 잃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실패는/ 실패 그 자체를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실패한 나를 바라보는 시선과/ 다시 시작할 힘과/ 용기가 없을까에 대한 두려움이다……. - <두려움의 본질>’ 26p
사랑을 아는데 인생 절반을, 사랑하는 데 나머지 절반을
하루하루 시간이 흘러 나이를 먹고, 다양한 경험 가운데 삶을 살다보니 나 역시 시를 감상하는 감수성 역시 생겨나고 있다. 경험을 해야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을 시는 시구로 녹아내면서 독자들의 공감을 얻고 있었다. 어려운 어휘나 한자어가 쓰이지 않았으며, 신조어 역시 시의성에 맞게 시구에 녹여내면서 마음이 우울한 현대인들의 감정을 대변하는 시들이 많았다.
‘이제 곧 일어날 누군가에게/ 새로운 아침을 맡기고/ 그보다 두어 시간 더 잠들고 일어나면/ 지난밤 한 켠에 쌓인 추억과/ 그리움에 몇 자 더해/ 시인의 늦은 아침/ 맞이하는 인사로 남겨지기를 - <아침이 온다 中>’ 39p
‘봄// 당신에게서 꽃을 볼 수 없기에/ 산과 들로 다니느라 당신을 외면했었다// 여름// 나의 분주함 때문에 혹은 오고감에 지칠까/ 당신을 외면했었다// 가을// 쓸쓸하게 변해버린 모습을 볼 수 없어/ 고개를 돌려 당신을 향한 그리움을 외면했었다// 겨울// 사람도 온기도 남지 않은 당신에 대한 죄책감으로/ 나의 가슴은 당신을 외면했었다// 이제는/ 계절이 무색해지고/ 나의 눈에 작은 바다가 흐름에/ 당신을 불러본다// 어머니.../ 아들입니다 - <바다는 원래 거기 있었다>’ 80p
시인은 윤동주를 특히 좋아하는 듯했다. 윤동주 시와 비슷한 시구가 많았으며 하늘과 자연을 묘사한 부분들이 또한 비슷했다. 위의 시 <바다는 원래 거기 있었다>의 경우 책에 나온 시들 가운데 가장 빠른 흐름으로 한 생을 돌아보게 하였는데,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계절로서 표현한 부분이 인상 깊었다.
책 마지막 장에는 짧은 문구들로 촌철살인을 야기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시구들이 실려 있었다.
‘내키지 않는 약속만큼/ 체하거나 취하기 쉬운 것도 없다 - <내키지 않는 약속만큼...>’ 97p
‘한 권의 책을 읽는 것보다/ 한 사람을 사귀는 것이/ 내게 더 유익하다 - <활자에는 사람이 없다>’ 106p
시를 통해 작가가 세상을 보는 느낌과 눈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래서 시를 읽는 것이 아닌 작가를 간접적으로 만난 듯했다. 작가가 위에서 말한 <한 권의 책을 읽는 것보다 한 사람을 사귀는 것이 내게 더 유익하다>는 문구와 정반대되는 느낌을 나는 느꼈던 것이다. 책 읽기도 그 작가를 만나는 일이기에 한 사람을 사귀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전반적인 느낌은 『형성 1980』 작가의 경우 삶에 대한 내공을 시구로 표현하면서 자신만의 신념을 지니고 있었다. 무엇보다 가족 간의 사랑과 지나간 사랑에 대한 회한을 가득 품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