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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아들의 교향곡 - 음악에 살고 음악에 죽다
금수현.금난새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1월
평점 :
가곡 <그네> 작곡한 아버지, 오케스트라 지휘자 금난새
[서평] 『아버지와 아들의 교향곡』(금수현, 금난새(지휘자) 저, 다산책방, 2019.11.18.)
책의 부제가 심상치 않다. ‘음악에 살고 음악에 죽다’이다. 금난새는 누구나 다 알 정도로 유명한 지휘자이다. 그의 아버지 역시 유명한 음악인이었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故 금수현 씨는 음악교사로, 교감과 교장선생님으로 평생 지내면서 음악 관련 일을 꾸준히 해왔다. 말년에는 평생의 작품인 오페라 <장보고>를 완성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는 작고했다.
『아버지와 아들의 교향곡』은 총 4악장으로 구성돼 있다. △ 제1악장 : 거리에서 본 풍경 △ 제2악장 : 사람 속마음 들여다보기 △ 제3악장 : 생각이 보배다 △ 제4악장 : 인생은 음악과 같다. 금난새의 아버지 故 금수현 씨는 가곡 <그네>를 작곡했다. 김말봉의 시에 故 금수현 씨가 곡을 붙였다. 김말봉 씨는 故 금수현 씨의 장모이다. 故 금수현 씨는 음악, 문학, 영화, 예술을 참 많이 사랑했던 사람이라고 한다.
이 책은 故 금수현 씨와 금난새 지휘자가 함께 만든 책이다. 3악장까지는 원래 故 금수현 씨가 신문에 연재했던 글이고, 이미 『거리의 심리학』으로 출판된 바 있다. 4악장은 금난새 씨가 새로 썼다. 금난새 저자는 현재 성남시립교향악단 음악감독이자 서울예고 명예교장으로 지내고 있다. 아버지인 故 금수현 씨가 돌아가신 나이쯤 되니 더욱 더 아버지가 그립다고 그는 프롤로그에 적었다.
아들이 그리는 아버지에 대한 향수
제일 처음 글은 어부지리에 관련한 글이다. 포수와 산돼지, 길손의 이야기는 명분과 손실의 이야기를 다룬다. 참 재미있는 이야기다. 그 다음 글은 시간에 대한 것이다. 시간을 돈으로 살 수 있을까? 시간은 너무나 상대적이어서 누구는 그냥 흘려보내길 원하고, 또 누구는 시간을 평생 아끼면 살아간다. 故 금수현 씨는 “시간으로 돈은 사되 자객은 사지 말자”(20쪽)라고 적었다. 음악인답게 故 금수현 씨는 청각에 예민하다. 자동차 경적 소리에도 좀 더 부드러운 화음이 들어가면 좋겠다고 밝혔다. 학교 종도 시작종과, 점심 종, 끝날 때 치는 종을 달리하면 좋겠다고 한다. 참 기발한 발상이다.
故 금수현 씨는 심리학, 이야기, 미디어를 참 좋아하는 듯하다. 그가 쓴 글들을 보자면 사람들의 내면과 심리를 잘 들여다보고 있다. 그는 숫자와 음악에도 일가견이 있는지 ‘전화번호 기억법’이란 글을 썼다. 기계적 기억과 논리적 기억을 구분하며 우리 일상에서 일어날 만한 법한 에피소드들을 재미있게 썼다.
음악은 사람들을 하나로 모은다. 금난새 저자는 故 금수현 씨가 ‘선 김에’ 맥주 하나 가져오라는 위트를 베를린에 ‘간 김에’로 구성지게 바꾸었다. 금난새 저자는 베를린 음악회에서 자선 공연을 하며 난민을 위한 모금을 했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더 나은 일을 하는 원동력이 된 것이다.
금난새 저자의 기억에 따르면, 故 금수현 씨는 한글을 정말 사랑하셨다고 한다. 그래서 성 씨마저 ‘김’에서 ‘금’으로 바꿀 정도였다. 또한 故 금수현 씨는 탁구를 정말 잘 치셨는데, 공격보다는 수비 위주였다고 한다. 그래서 탁구를 칠 때 일종의 랠리가 계속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를 통해 금난새 저자는 오케스트라의 앙상블을 떠올린다.
누구나 아버지가 있다. 그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그리움이자 사랑이다. 그 연결고리가 음악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즐거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