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만의 파란 문장 엽서집 - 파란만장한 삶이 남긴 한 문장의 위로
유영만 지음 /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애플북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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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의 깊이가 결국 삶과 앎의 깊이

[서평] 유영만의 파란 문장 엽서집 (파란만장한 삶이 남긴 한 문장의 위로)(유영만(대학교수) , 비전코리아, 2019. 11.18)

 

캘러그라피로 쓰인 55장의 문장 엽서집이 있다. 처음에는 이것을 과연 책이라 부를 수 있나, 생각을 했다. 한 장 한 장 읽어나가며 나는 내 자신이 도중에 쉬기도 하고 또 어떤 부분에서는 오래도록 머무르며 생각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책 한 권을 읽은 만큼의 교훈이 있음도 깨달았다. 유영만의 파란 문장 엽서집이 바로 그것이다.

 

소설과 같은 이야기가 담겨 있지는 않지만 인생을 되돌아 생각하게 한다. 교양서처럼 지식과 정보가 담겨 있지는 않지만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게 한다. 책은 저마다 특징이 있는 것이다. 이 엽서집의 특징은 누구나 살면서 겪는 사건의 결론이 비슷비슷하기 때문일 것이다.

 


 

짧은 문장이지만 책 한 권의 내용이 담기다

 

삶의 중심을 잃고 방황하다 우연히 마주친 한 문장이 한 사람의 운명을 바꾼다. 힘들고 괴로울 때마다 그 한 문장을 가슴에 품고 거친 삶의 바다를 다시 항해할 힘을 얻는다. 저자는 엽서로 담은 짧은 한 문장을 쓰기 위해 고뇌를 하였고 그 정수를 담았다. 엽서집은 총 8가지 주제로 묶여 있다. 첫째는 자존과 자유.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는 자존감을 드높이고 자기의 존재 이유, 즉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다. 자존심이 상하는 이유는 타인이 나를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인정해주지 않기 때문이고, 자존감이 흔들리는 이유는 자신의 존재 가치가 생각보다 별 볼 일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존심은 다른 사람이 세워주지만, 자존감은 내가 스스로를 존중해주고 존귀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생긴다. 이 장에서 맘에 드는 문장은 남의 뒤를 따르는 사람은 남을 따르게 만들 수 없다!”나 다움이 없으면 다음도 없다!”가 있다.

 

둘째는 일상과 상상이다. 반복되는 일상이 지겹고, 상상력이 메말라간다고 느낄 때 사소한 일상에서도 비상하는 상상력의 텃밭을 가꿀 수 있어야 한다. “다짐이 많아지면 짐이 된다!”시간이 나서하는 사람보다 시간을 내서하는 사람이 내일을 주도할 수 있다!”라는 문구가 특히 마음에 와 닿았다.

 

셋째는 관심과 관계. 관심은 관계를 유지하는 접착제이자 각성제다. 내가 관심을 갖고 사랑하기 시작하면 알고 싶은 강렬한 호기심의 씨앗이 자라기 시작한다. “누군가에게 한 사람은 한 세상이다!”인기 많은 사람보다 인기척 내는 사람이 좋다.” 문구가 괜찮았다.

 

한 장씩 나눠 줄 수 있는 엽서집

 

엽서에 담긴 문구들을 보고서 친구나 가족끼리 서로의 삶을 설명하고 반추하는 시간을 가지는 재미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본다. 문구에 대해 각자만의 의미가 부여될 것이며 할 말이 많을 것이다. 넷째 주제는 배려와 존중이다. 내가 먼저 상대를 배려하면 의외로 염려하는 마음도 없어지고 우려하는 걱정도 없어진다. 배려했다고 생각했지만 상대는 그 배려가 염려와 우려를 낳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관계 속에서 주고받는 대화, 그리고 그 속에 숨겨진 사연과 맥락을 파악하면 오해의 소지가 줄어든다. “‘안다안는다는 의미다. 알아야 안아줄 수 있기 때문이다.”삶을 들여다 보면 사람이 보이고 그 사람의 아픔도 보입니다!” 그리고 사람에게는 세 가지 손이 필요하다. 왼손과 오른손 그리고 겸손’” 문구가 맘에 들었다.

 

다섯째 희망과 용기에서는 “‘나중에 하겠다고 다짐하는 사람보다 맨 나중까지 노력하는 사람이 세상에 이름을 남긴다!”누구나 뭔가를 시작할 수 있지만 아무나 뭔가를 끝까지 하지는 않는다.” 문구가 가슴에 와 닿았다. 여섯째는 반성과 성찰로 우연히 만난 한 문장에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받기도 하고, 자신의 일상을 반추하며 반성하기도 한다는 내용들이 담겼다.

 

일곱째는 통찰과 지혜. “생각만 해본 사람은 당해본 사람을 못 당한다.”낯선 마주침이 색다른 깨우침을 낳는다!” 그리고 고통의 깊이가 앎의 깊이이자 삶의 깊이다.” 문구가 좋았다. 짧은 문장들이기만 저자의 신념이 담긴 문장들로서 잠시 멈춰 서서 거기에 담겨진 의미를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촌철살인의 흔적들이다. 문장들마다 온몸을 던져 사투 끝에 건져 올린 사유가 농축된 깨달음의 진국이 들어 있었다.

 

여덟째는 독서와 창조. 독서는 나를 부끄럽게 만들어주는 거울이다. 부끄러움은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소중한 미덕이다. 부끄러워한다는 것은 자신의 무지와 한계를 알고 있다는 의미다. 독서를 멈추는 순간 사람은 자만에 빠지고 교만에 젖어든다. “‘글발은 지금까지 읽은 과 몸으로 체험한 발품의 합작품이다.”복잡함은 나태함의 산물이고 단순함은 치열함의 선물이다!” 그리고 깊이 파지 않으면 결코 피지 않는다!”가 좋았다. 엽서집의 문구들은 비슷한 운율과 반복을 가지는데 그러면서도 의미가 잘 맞았다. 가지고 다니면서 한 장씩 사람들에게 나눠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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