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 미트 - 인간과 동물 모두를 구할 대담한 식량 혁명
폴 샤피로 지음, 이진구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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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없는 동물 배양고기, 청정 시대의 개막?

[서평] 클린 미트(폴 샤피로 저, 흐름출판, 2019. 11.22)

 

오늘날 고기나 우유 또는 달걀을 얻기 위해 사육되는 동물들은 대개 태어나지 않는 편이 좋았을 정도로 비참한 삶을 살고 있다. 공장식 사육에 닭, 칠면조, 물고기, 돼지가 미국 가축의 99%를 차지하는 상황이다. 이들의 수명과 삶의 질은 축산 업체의 손익에 좌우된다. 클린 미트는 동물 농장과 동물 사육 윤리 다음의 이야기를 하는 책이다.

 

오래 전 윈스턴 처칠은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우리는 가슴이나 날개를 먹기 위해 닭을 통째로 키우는 모순에서 벗어나 적절한 배양액 내에서 부위별로 닭을 키우게 될 것이다.”

 

기술의 진보가 인간과 여타 동물의 관계를 송두리째 뒤바꿔버릴 것이라 예상이었다. 역사적으로 볼 때 1960년 이후 인구가 2배 늘어날 동안 동물 생산물의 소비는 5배 증가했다. 예측에 따르면 2050년에는 90~100억 명의 인구가 지구상에 발을 딛고 살게 된다. 그중 대다수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얼마나 막대한 양의 땅과 다른 자원이 필요할지는 알 수 없는 실정이다. 게다가 중국과 인도처럼 빈곤했던 국가들이 더 부유해지면서 과거 식물 위주의 식단으로 연명하던 많은 시민들이 고기, 달걀, 유제품이 풍족한 미국식 식사를 원하기 시작했다.

 


 

동물, 사람, 환경의 입장을 대변하는 책

 

지구와 야생동물의 경우 우리 인간들이 고기 소비를 줄이기를 원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방법을 취해야 할까. 책에 등장하는 과학자와 기업가들은 수많은 병폐의 중심에 있는 농축산업을 올바른 방향으로 돌릴 방법을 찾고 있다. 이들의 실험은 각양각색이지만 목표는 고기와 다른 동물 생산물을 닭이나 칠면조, 돼지, 물고기, 소를 죽여서 얻는 것이 아니라, 생명과 감정을 가진 동물들을 완전히 배제한 배양 공정을 통해 만들어내는 비전을 실현하는 것으로써 같다.

 

환경적으로 축산업은 온실가스 배출의 주원인이다. 미국에서는 대부분의 농장 동물을 곡물로 사육하고 있는데, 고기 소비를 선택한 대가로 엄청난 양의 식량을 내다 버리는 것이나 매한가지였다. 예를 들어, 닭의 곡물 요구량은 엄청나서 9칼로리를 투자하면 고기 1칼로리로 되돌려 받는다. 가장 효율성이 높은 닭고기가 이 정도다.

 

스탠퍼드대학교 생물학과 교수인 브라운은 자동차, 버스, 트럭, 기차, , 비행기, 로켓을 모두 합쳐보세요. 그래도 축산업보다는 적은 온실가스를 배출합니다.”라고 주장했다. 배양 고기는 기존 고기에 비해 에너지는 45%, 토지는 99%, 물은 96%를 덜 필요로 한다. 또 온실가스 배출과 경작지 수요를 현저하게 감소시키게 된다. 사회적인 측면에서 배양 고기는 질병 예방의 효과가 있다. 살모넬라균은 장내에 존재하므로 우리가 먹는 고기에는 당연히 없다. 내장이 없는 고기를 생산하기 때문이다. 대장균과 살모넬라균 같은 장내 병원성 미생물이 없으므로 청정이라는 이름이 딱 들어맞는다.

 

이러한 최종 결과물을 지칭하는 이름이 청정고기다. 아마도 역사상 가장 깨끗한 고기일 것이다. 기존 고기와 방목한 유기농 고기 시료에서는 모두 세균이 잔뜩 성장해 있다. 동물의 몸 밖에서 배양 된 고기의 경우 완전한 무균 환경에서 생산된다. 따라서 분변오염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언젠가 실험 식품이 일상화돼 자연의 것을 그대로 먹는 것에 거부감 가지는 사회가 올지도 모른다.

 

동물 없이 과학으로 만드는 고기

 

공장식 사육이 포경선, 마차처럼 변하듯이, 도축장도 구시대의 유물로 여겨질 날이 올 것이다. 인간은 정말 고기를 좋아하기에 고기를 완전히 끊을 수 없을 것이다. 다만 고기를 대체할 식물성 제품의 홍보와 개선에 이미 많은 지원이 이루어질 수는 있다. 하지만 진짜 동물의 고기를 키운다는 발상에 투자함으로써 공장식 사육의 대체재를 만들어낼 생각은 그동안 아무도 해본 적이 없었다.

 

뉴스에 배로 이동 중 전복된 양 때’, ‘돼지열병 바이러스 확산’, ‘농장 구제역등의 기사를 보더라도 고기를 위한 축산이 여러모로 동물들에게 고통을 준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청정고기라는 개념을 퍼뜨릴지라도 처음 먹을 때는 당연히 망설임이 있기 마련이다.

 

청정 고기 시대가 시작된 만큼, 동물 없는 동물 생산물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귀중한 통찰이 필요하다. 한 때 과학자들은 고기를 배양하여 햄버거 시제품을 만들어 선보인 적이 있었다. 순수한 근육덩어리였다. 지방이 더해지지 않아 기존 고기와 동일한 식감을 가지지는 못했지만 꽤나 맛은 비슷했다.

 

세포의 온도와 건강, 영양을 유지하고 오염을 방지하려면 엄청난 노동력과 에너지가 들어간다. 세포를 혈청 없이 배양하는 것이 첫 번째 과제인데, 만약 세포 배양 시에 어떤 형태로든 동물성 혈청을 사용한다면 모든 시도가 윤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무의미해진다. 향상된 식감이나 맛을 위해서는 지금보다 훨씬 저렴한 성장인자 혹은 유사 물질을 찾아야 한다.

 

합성생물학 기술은 1세대 GMO보다 더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여타 식물성 고기나, 배양 푸아그라를 생산하여 시장 진입 장벽을 무너뜨리자는 과학자들의 요구가 나오고는 있지만, 효모 세균 등 미생물에서 만들어낸 우유, 달걀, 젤라틴을 거부감 없이 먹을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미룰 수는 없는 실정이다.

 

지구상 인구는 이미 75억 명이 넘었다. 이 인구를 먹이는 동안 또 수십억 명이 더 태어나게 된다. 생명체의 일부 조직을 먹기 위해 전체를 키우는 시대, 자원으로 쓰기 위해 동물을 죽이는 시대에서 더욱 문명화되고 진화된 행위로 나아가야 함이 시급하다. 클린 미트는 독자들에게 마지막으로 이런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무엇이 천연 혹은 자연스러운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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