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살아도 돼
신효재.윤재진 지음 / 꽃신 / 2019년 10월
평점 :
절판


동해의 망상·문암해변 등을 여행하고 기록하다

[서평] 대충 살아도 돼(신효재, 윤재진 저, 꽃신, 2019.10.14.)

 

사진작가와 베스트셀러 작가가 뭉쳐서 사진 에세이집을 펴냈다. 동해 여행을 통해 작가들은 여유로움이라는 호사를 누렸다. 동해는 그렇게 사람의 마음을 넉넉하게 만든다. 동해에선 해가 뜬다. 해가 뜨는 곳은 욕심을 버리게 할 줄 아는 마법을 지녔다.

 

망상(望祥)이라는 곳에서 바다상점이라는 카페를 운영하는 신효재 저자. 그녀는 가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훌쩍 떠났다. 통장에 있는 재산 2,000만원을 모두 투자해 카페를 열어 여유롭게 살고자 했던 신효재 저자. 바다상점 카페를 하면서도 신효재 저자는 기사를 쓴다. 기자로서 사명을 다하는 것이다. 하지만 동네의 텃새가 있고, 해야 할 일은 참 많다. 눈 코 뜰 새 없는 일상이지만 그 안에서 행복을 찾고자 한다. 책의 부제가 행복바이러스라는 게 이해된다.

 

카페 바다상점을 통해서 얻은 게 있다면 딸과의 어색함이 사라진 것이다. 그동안 기자 생활을 하느라 바쁘게 살았던 저자 신효재 씨. 그녀는 쫓기는 삶 때문에 딸과 많은 시간을 함께 하지 못했다. 딸은 조부모 손에서 커야 했다. 그래서 딸과의 서먹서먹함이 생겼다. 1년간 카페를 운영하며 딸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돼 그 자체만으로 기쁘다.

 

대충 살아도 돼는 물질에 대한 욕심, 욕망에 대한 욕망을 이제 내려놓자고 말한다. 소유란 정말 부질없는 것. 그걸 깨닫는 과정이 인생일지도 모른다. 그 작은 깨달음 하나 얻고자 그렇게 많은 시간과 고통과 눈물을 허비한다. 사진작가 윤재진 씨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서인지 그의 사진들 속에는 어떤 애틋함이 묻어 있다. 윤재진 저자 역시 왜 그리 열심히 살아왔는지 돌이켜본다.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말이다.

 


 

자신을 사랑하기 위해 떠나는 여행

 

추천사를 보면 최문순 강원지사부터 여러 사람들이 작가들을 응원하고 있다. 그만큼 지역사회에서 열심히 살았다는 뜻이 될 것이다. 망상해변 바다상점엔 손님이 많지 않다. 그래서 신효재 카페주인은 리사이클링 수업을 열기도 했다. 생계문제는 누구나 빗겨갈 수 없는 절박함이다. 책을 읽다보니 별별 사연이 다 나온다. 망상해변 바다를 벗어나지 못하는 한 할아버지는 매일 만 원짜리 한 장을 들고 와 카페에서 음악을 듣다가 간다. 바다와 추억에 이끌려 그곳을 벗어나지 못하는 인생이다.

 

카페 근처 허름한, 아니 그곳에서 제일 오래된 낡은 빌라를 임대한 신효재 저자. 하지만 그곳은 그 낡음만큼 벌레들의 천국이다. 처음에 카페도 그러했으나, 집 역시 많은 벌레들이 있다. 신효재 씨는 큰 바퀴벌레가 날아다니는 것을 보며 그전에 살다 돌아가신 할머니가 환생한 듯한 착각을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영혼을 청소해야겠다는 깨달음을 갖게 되었다. 집이나 마음 역시 오래두면 벌레들이 꼬이기 때문이다.

 

한 평생 남들보다 앞서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 휩싸였던 신효재 저자. 그녀는 이제 다른 일상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리고 실패해도 스스로를 너무 옥죄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삶이란 억지로 무언가를 원한다고 뜻대로 잘 되는 게 아니다. 때론 놓을 줄 알아야 한다.

 

윤재진 사진작가이자 저자는 그리움을 모르더라도 여행을 떠날 수 있다고 적었다. 그는 문암해변을 갔다가 문득 아버지의 땀방울을 기억했다.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사셨던 아버지. 당신에 대한 기억. 저물어가는 밤하늘을 지켜보며 아버지와 자신의 자식들을 생각한다. 사실 그게 가장 소중하고 애틋한 추억이다. 행복이란 먼 곳에 있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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