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만 아는 농담 - 보라보라섬에서 건져 올린 행복의 조각들
김태연 지음 / 놀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알고 보니 보물지도 자체가 보물이었네

[서평] 우리만 아는 농담(김태연, , 2019.10.16.)

 

심심한 세계란 표현이 인상적이다. 그런 세계로 돌아갈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니. 그러면 그동안 정말 안 심심하게 살아왔다는 뜻이다. 남태평양의 보라보라 섬에서 9년을 살았으니 말 다했다. 책의 첫 장에 파스칼의 명문이 나온다. “사소한 일이 우리를 위로한다. 사소한 일이 우리를 괴롭히기 때문에.”

 

생각해보면 나의 가난을 핑계로 지금껏 얼마나 많은 이들의 낭만을 비웃었는지 모르겠다.”(16)

 

군산터미널에서 아버지와 헤어진 김태연 씨는 어느 날 새벽 인천공항으로 가서 보라보라 섬으로 떠났다. 그리고 저자 김태연 씨는 보라보라 섬에서 결혼을 했다. 따뜻한 바다 속에서 청혼을 받고 승낙을 했다. 참 낭만적이다. 서투른 불어로 살아가야 하는 그곳 삶은 때론 피곤하기도 하다. 문득 친구의 연락을 받고 관광 상품을 파는 가게에서 일을 도와주곤 한다.

 

주인공이 만난 세 살 배기 모아나와 그의 가족들은 겉으로만 보면 가난한 것 같다. 하지만 땅도 있고 배도 있다. 외부로 드러나는 것에 신경을 많이 쓰지 않는 보라보라 섬사람들이다.

 

김태연 저자는 자신의 돈으로 가족들을 초대했다. 부모님과 언니, 그리고 조카와 함께 보라보라 섬에서 작은 추억을 만들었다. 그 기억만으로도 충분히 외로움을 견뎌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적었다. 나도 언젠간 그 섬에 가보고 싶다. 한국이 아닌, 아주 많이 떨어진 섬으로 말이다.

 


 

보라보라 섬에서 느끼는 외로움

 

김태연 저자의 남편은 늦은 나이에 피자 가게를 맡아보고 싶어 한다. 어릴 때 꿈이 피자가게 주인이었다고 한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밤늦은 시간 피자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그녀는 꼭 꿈이 있어야 하는 건 아니라고 말한다. “꿈의 바깥에도 삶은 있다.”(45)

 

김태연 저자는 언니가 있다. 한국에서 살 때는 서로 정이 붙기 어려웠다. 한 침대에서 너무 오랫동안 붙어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다. 그런데 거리가 서로 멀어지자 오히려 더 자주 통화하고 살가워졌다고 한다. 거리 반비례 법칙인지 모르겠다.

 

그 먼 보라보라 섬에서 저자 김태연 씨는 고양이 쥬드를 만났다. 폴 메카트니가 친구의 아이를 위해 만들어줬다는 노래의 제목으로 새끼 고양이의 이름을 지어주었다. 그렇게 쥬드는 김태연 저자의 동반자가 되었다.

 

호기심이 사라져버린 어른들에게도 고양이란 존재는 물음표를 선물했다.”(72)

 

마트에서 물건 사기도 쉽지 않았던 저자. 그녀는 여행을 참 좋아한다. 책의 말미에 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사실은 보물 지도 자체가 보물이었던 셈이라고. 그렇다 우리도 보라보라 섬을 가보고 싶은 바람이 사실은 아름다운 것이다. 그곳에서도 사람들은 살고 문명은 있다. 그래도 언젠가는 꼭 가보고 싶다. 보라보라 섬으로, 오테마누산으로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