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고양이 델마 (일러스트 에디션) 나의 아름다운 고양이 델마
김은상 지음, 배민경 그림 / 멘토프레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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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하는 아기고양이를 지켜보는 어미고양이 마음

[서평] 나의 아름다운 고양이 델마 (일러스트 에디션)(김은상 글, 배민경 그림, 멘토프레스, 2019.11.05.)

 

고즈넉한 마을에는 항상 고양이가 배경으로 나온다. 무언가를 응시하는 듯한 작은 목석같아 때로는 생명체가 아닌 줄 알고 근처로 다가갔다가 깜짝 놀라는 일이 다반사다. 고양이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작품들 역시 갈등이 난무하는 줄거리라 하더라도 분위기는 고요하다. 김은상 작가의 나의 아름다운 고양이 델마는 이러한 고양이를 닮은 소설이다. 크게 4개의 파트로 나뉘며 작가의 회상과 어린 시절 이야기가 나온다.

 

<때로는 사랑의 목적지가 이별이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자신이 낳은 아이들을 자신이 살아가는 영역의 바깥으로 밀어내는 어미 고양이처럼.> -13p

 

집 뒤로 나 있는 작은 텃밭에는 하루에서 몇 번씩 다채로운 고양이들이 지나다닌다. 어미를 따라 세상을 배우려는 아기 고양이들이 특히 가을 때면 자주 보이는데, 겨울이 닥칠 때면 어미로부터 독립을 했는지 더는 나타나지 않았다. 어느 날 독립하는 새끼를 지켜본 적이 있었다. 멀리 수풀 가운데 어미가 그 새끼를 쳐다보고 있었는데 처음 이 사실을 알고는 눈물이 핑 돌았다.

 

새끼는 스스로 영역을 확장하는 가운데 싸움을 벌이기도 하고 때로는 굶기도 하고, 인간들로부터 밥을 구걸하느라 울기도 했다. 그때마다 어미는 조용해 새끼와 그다지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아마 어미 역시 초조함 가운데 눈물을 흘리고 있었을지 모른다.

 

가끔은 새끼 앞으로 성큼 걸어와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다. 그럴 때면 새끼는 반가워 배를 까고는 온갖 애교를 부렸다. 하지만 어미는 처음에 으르렁거리며 밀어내며 떨어지려 했는데, 곧 새끼를 핥아주고는 그렇게 햇살 아래서 시간을 함께 보내주었다. 이후 다시 독립을 지켜본다. 이게 고양이 독립의 과정이었다.

 

 

고양이와 살면 삶은 꿈이 된다

 

<나는 제법 몽상적인 아이였습니다. 한때 이런 기질은 창의력으로 불리며 어른들에게 칭찬을 듣게 했지만, 창의력에도 유통기한이 있었습니다......“선생님! ‘가요 가 되고 싶다고 하면 라고 읽어야 하나요? 아니면 라고 읽어야 하나요?”> -17p

 

책의 저자는 부모님의 이혼과 피아노 교습소를 운영하는 어머니 아래서 성장했다. 조용하고 친구가 없어 심심하던 때 고양이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고양이와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저자는 고양이가 나비로 불리는 이유를 경화라는 여자아이를 통해 깨닫기도 했다.

 

<“고양이가 누군가의 무릎에 앉는다는 건 자신의 생명을 맡긴다는 뜻과 같아.” 마음이의 푸른 눈동자에 경화의 웃음이 그려졌습니다...“! 만약 고양이가 너의 손길에 가느다란 목을 맡기는 순간이 온다면, 그건 그만큼 네가 사랑받고 있다는 뜻이야.”> -57p

 

책은 어른 동화 같이 잔잔히 흘렀다. 미염약과 기관지 확장제를 입에 달고 살아야 할 정도로 고양이와 가까워질 수 없는 몸이었지만 도저히 떨어질 수가 없었다. 그만큼 고양이는 매력적이고 저자에게 세상과도 같았다.

 

<나의 하루를 마중하고 배웅하는 손바닥 크기의 암코양이가 지구의 전체처럼 느껴졌습니다. 새벽이면 내 머리칼을 쓰다듬었고, 집을 나설 때는 슬픈 표정을 지으며 작은 새소리로 칭얼댔습니다....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무 조건 없이 내가 나이기에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델마는 나라는 존재 하나만으로 충분히 만족했습니다. 자신의 식탁에 값비싼 음식이 놓이지 않아도, 화려한 가구와 넓은 집을 갖고 있지 않아도, 델마는 매순간 내 곁을 호흡했습니다.> -75p

 

델마의 죽음 이후 저자는 길고양이들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여러 고양이들과 친해졌는데 이상하게도, 장기간 함께했던 고양이들에서 공통적인 모습이 보였다고 한다. 자신을 떠나기 한두 달 전부터 손을 핥아주거나, 무릎에 올라와 잠을 자기도 하는 등의 동일 행동을 반복했던 것이다. 좋은 기운을 주고서 떠나고픈 고양이의 마음이었다. 책은 시적인 언어로서 아름다운 일러스트와 함께 한편의 동화와 같았는데, 한편으로는 크게 특색이 없는 전개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양이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책은 고양이가 아닌 저자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었다. 사귀는 여자와의 이별, 좋아했던 여자아이 경화의 죽음, 어머니의 고된 삶 가운데에는 항상 고양이가 있었다. 저자는 조금씩 세상을 고양이 눈처럼 바라보고 있었다. 이를 통해 주인공의 삶의 고됨이 어떻게 안정을 찾아갔는지가 책에는 드러나고 있었다. ‘델마는 저자가 기르던 고양이로서 오래 인연을 맺지는 않았지만 큰 영향을 끼쳤다. 주인공의 삶의 인식을 전화시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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