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읽고 울어 봤어?
송민화 지음 / 문이당 / 2019년 10월
평점 :
절판


지극해지는 순간은 공통의 기억童詩로 울다

[서평] 동시 읽고 울어봤어? (온 가족을 위한 동시)(송민화 글, 임현지 그림, 문이당, 2019. 10.15.)

 

한 글자, 한 문단이 바로 이해되고 공감되는 시는 처음이다.

 

엄마, 주름은 왜 생겨?// ……/ 주름은 훈장이야/ 기쁜 일 슬픈 일/ 괴로운 일, 외로운 일까지/ 다 견디고 온 사람에게만 주는 거야” -<주름> 27p

 

동시 읽고 울어봤어?에 담긴 이러한 시들은 감성적이다. 때론 감성적 묘사가 과학적 설명보다 기억에 남고 깊은 의미를 지닌다. 시집은 한동안 사는 게 바빠 감성적인 측면을 잃었던 내게 신선한 기분을 주었다.

 

어느 추운 겨울밤/ 은행 후문 쓰레기통/ 그곳이 저의 고향입니다// 여름밤이면 좋았으련만/ 밤서리 맞고 장애가 왔습니다// 먼 훗날/ 횡단보도 지나다/ 벚꽃놀이 갔다가/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에서라도/ 지나치는 사람들 중/ 누군가가 내 어머니이길 바라봅니다// 어머니 냄새를/ 내 영혼이 멀리서나마/ 맡을 수도 있으니까요// 내가 그리운 그만큼/ 내가 외로운 그만큼/ 내 어머니의 삶/ 꽃길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보육원에서 온 편지> 30p

 

이 시는 읽자마자 충격을 받았는데, 여타 어른들이 생각하는 감정의 범위를 넘어선 아이의 헤아리기 힘든 고결한 심정을 담고 있어서였다. 반전 영화를 보는 듯했다. 나에게 고통을 준 이의 행복을 비는 이가 우리 사회에 얼마나 있을까 싶다. 상대를 너무도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었다.

 

지금이야/ 얼굴을 내밀어 봐/ 우리가 발목을 잡아 줄게// 처음엔/ 눈이 부실 거야/ 바람이 뺨을 스쳐도/ 놀라지 마/ 햇살 먹으며/ 아침 저녁으로 키가 클 거야// 땅 밖 사람들은/ 너를 이렇게 불러/ ‘, 새싹이다’// 흙 어머니/ 지렁이 형님/ 개미 누나까지/ 우린 언제나 널/ 사랑한단다” -<3월의 속삭임> 35p

 

시는 대상을 꼭 사람이나 동물로만 한정하지 않았다. 추상적인 ‘3이라는 존재마저 자신을 묘사하는 대상이 되었다. 이러한 여러 대상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었다.

 


 

동시에 담긴 지극한 울음들

 

하늘이 불치병에 걸렸습니다/ 파랬던 몸이 회색빛이 되었습니다/ 들어 놓은 보험도 없고/ 걱정입니다// 집 나간 푸른 하늘/ 실종신고를 합니다/ 있을 때 잘해 줄걸/ 마음이 미어집니다” -<미세먼지> 48p

 

이러한 아름다운 시들은 살아가는 것 뿐 아니라 저무는 순간까지의 인생도 생각하게 한다. 모든 문학 작품 속에는 그 작품을 쓴 사람의 삶과 그가 살았던 시대의 흔적이 고여 있다. 시는 그 가운데서도 유별나게 그 작품을 쓴 시인의 삶, 그의 느낌과 생각, 그리고 문체가 뚜렷하게 새겨지는 장르다.

 

책에 따르면 열하일기를 쓰신 박지원 선생은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사람들은 인간의 감정 중에서 오로지 슬픔만이 울음을 일으키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사실은 인간이 지닌 감정이 모두 울음을 자아낸다.” 기쁨, 즐거움, 사랑, , 미움, 욕심 모두에서 울음은 나온다. 울음이란 인간의 모든 감정이 지극하면 울려나오는 것이다.

 

인간 감정이 지극해지는 순간은 자신의 사정이나 형편의 가장 깊고, 가장 끝인 곳에서 생겨난다. 만약 한 사람의 시인이 울고 있다면 그는 어떤 지극한 감정을 느꼈기 때문이다. 우리가 한 편의 시를 읽으며 울게 된다면 그 역시 어떤 지극한 감정에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이 시집 동시 읽고 울어봤어?는 어린 아이의 시선과 마음으로 우리가 살아 왔고, 살고 있으며, 또 살아가야 할 세계의 순수성을 펼쳐 보이고 있었다. 수많은 구성원들이 공유하고 있는 공통의 기억이자 경험이 담겼다. 그런 의미에서 세상의 풍경을 잔잔하고 진솔하게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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