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남동 작은 방 - 낯선 첫발을 내딛는 이들을 위한 쓸쓸한 안식의, 1인분의 방
노현지 지음 / 더블유미디어(Wmedia)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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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작은 방에 남겨진 세상 모든 이들을 위해

[서평] 연남동 작은 방 (낯선 첫발을 내딛는 이들을 위한 쓸쓸한 안식의, 1인분의 방)(노현지, 더블유미디어, 2019.10.01.)

 

같은 처지다. 나도 한 때 무수히 많은, 의미 없는 보고서들을 보면서 이게 과연 내가 해야 할 일인가 생각한 적이 있다. 하지만 정녕 그 길은 내가 가야 할 길은 아니었다. 저자 노현지 씨 역시 마찬가지였나보다. 마케팅보단 독일의 현대문학이 더 좋았다는 그녀. 책의 부제가 참 좋다. ‘1인분의 방이라니. 그래 1인분 어치만 역할을 해도 충분하다. 이 삶은 말이다.

 

연남동의 작은 방은 저자 노현지 씨가 처음으로 가져본 공간이라고 한다. 그 공간을 떠나면서 작가 노현지 씨는 자신의 친구처럼 쓸쓸한 삶을 위로하고 싶다 한다. 그래서 그 연남동의 방으로 다시 기억 여행을 떠난다. 너무 혼자만 고립되지 말라고. 이 세상의 모든 이들에게 작게 외치는 것이다. 공간은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중요하다.

 

어느 봄날 노란색 프리지어를 들고 카페에 마주 앉아 내 하소연에 무조건적인 맞장구를 쳐 주던 나의 친구처럼.”(13)

넓은 땅 위에서 스스로 살 곳을 결정하는 일은 흰 종이 위에 첫 글자를 새기듯 낯설고 외로운 행위였다.”(15)

 

나 역시 지방에서 상경해 얼마나 많은 곳을 전전했는지 모른다. 대학 시절엔 신문을 돌리며 생존에 몰두해야 했다. 그때 얼마나 공부가 하고 싶었던가. 내 몸 하나 뉘일 곳이 없다는 건 정말 서러웠다. 한 친구는 몸을 가까스로 눕힐 만한 작은 공간, 즉 고시원에서 대학 생활을 했다. 나는 옥탑방에 살고. 우리는 모두 가난했다. 저자 역시 직장인이 되면서 추운 겨울 날 집을 구하러 나서야했다. 2호선과 가까운 홍대입구역 건너편이 바로 연남동이다.

 


 

내 몸 하나 뉘일 공간이 있어서 행복하다

 

아버지의 개인택시로 고시원에서 연남동 작은 방으로 두 번이나 짐을 옮긴 이사가 끝났다. 연남동 작은 방월넛이란 표현이 나온다. 처음 들어본 말인데, ‘연한 갈색 계통에 부드러운 줄무늬를 가진 무늬목이라고 한다. 필자가 옥탑방에 살 때 가장 힘들었던 건 보일러였다. 방이 안 따뜻해지면 주인에게 연락하기가 미안했다. 주인아저씨는 언제나 담배를 물고 들어와 낡은 보일러을 고치려 애를 썼다. 저자 노현지 씨 역시 보일러의 경지에서 비슷한 경험을 했나보다.

 

작가 노현지 씨는 묘사력이 참 좋다. ‘첫 출근을 보면 마치 미생을 보는 것 같다. 장그래가 첫 출근에서 느꼈을 법한 느낌. 그래도 여자 혼자 원룸에서 사는 건 어디에서나 쉽지 않은 일이다. 회식 후 열쇠를 잃어버린 후 묘사된 장면들은 여성 혼자 사는 두려움을 잘 설명한다.

 

연남동의 작은 방은 3층인데, 403호다. 지하에도 방이 있어 하나씩 밀리다보니 그렇게 되었다. 빠른 월에 태어난 이유로 나이를 제대로 말하기 쉽지 않은 것과 같다고 노현지 작가는 적었다. 연남동 작은 방에서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모습은 어딘지 나와 닮았다. 이젠 먼 시간이지만 말이다. 믹스커피를 좋아하는 것도 작은 방에 덩그러니 혼자 남아 느끼는 외로움도. 불면증에 시달리면서까지 견뎌야 했던 그날들. 그녀는 그렇게 그곳에서 지낸 날들을 추억하고 있다. 이젠 딸과 함께 그곳을 다시 갈 만큼 견고해진 마음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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