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똥별 - 박민형 소설집
박민형 지음 / 경진출판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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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선 이곳에서 내가 선택한 무대

[서평] 별똥별 (박민형 소설집)(박민형, 경진출판, 2019. 09.30.)

 

아홉 편의 소설이 모인 별똥별)은 작가가 1996년에 등단해서 그동안 발표한 단편들을 모은 것이다. 불과 20여 년 전의 작품도 있었지만, 그 시대에 당연시 여겨졌던 촌지라던가, 남녀 성적 차이가 지금과 달리 묘사되고 있어 시대감을 느끼는 재미도 있었다.


작품 서 있는 사람들은 윤도현의 음악 고개숙인 사람들을 떠올리게 한다. 분위기가 무거우면서도 희화화 되었다.

 

<두려운 땅도 이기적인 사람들도, 침묵하는 사람들도 모두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시작되었던 것이다……. 내가 선택한 무대다. 이제부터는 내 차례다> 36p

 

작품 젓가락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나오는데, 참 맘에 들었다. 살아가는 것에 대한 작가만의 신념이 드러나면서 동시에 일상을 나타내는 문자를 통해 소설로 쓰인 점은 매우 흥미로웠다.

 

<어쩌면 새해를 운운하는 것조차 우스운 짓에 불과할 수 있을 것이었다. 하루가 저물고 아침을 맞는 다음날이 우리에게는 매일 새로운 날일 것인데, 어째 우리는 꼭 마지막 남은 달력 앞에서만 열광하며 진담처럼 말하고 진실처럼 행동하려는지 알 수가 없었다.> 184p

 


 

또한 몇몇 소설에서는 작가의 결혼관을 볼 수 있었다. 작가는 자유분방한 정신의 소유자였다. 특히 참을 수 없는 웃음에서 작가는 주인공을 내세워, 아버지의 재혼을 이해 못하던 주인공이 친구의 이혼으로 아버지의 처지를 생각해 웃으며 바라보게 되었다는 내용을 다루었다.

 

<부모에 의해서든 누구에 의해서든 떠밀려서 사느라 제대로 나를 발견하지 못했는데, 이제 보니 내 적성은 이거였다고, 이제라도 나는 내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 가겠다고 한다면 그 말을 듣고 있는 당사자들은 얼마나 황당하겠는가.> 244p

 

소설 속 인물들은 모두가 개성 있고. 사건은 잔잔함 속에 웃음과 울음이 있었다. 황충상 소설가는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소설이라는 문학, 그것은 물음 없는 답이다. 왜 그런가? 묻지 않는 물음으로 씌어진 이야기 그대로 답인 까닭이다.”(279p) 황 소설가의 말은 박민형 작가의 소설에 그대로 담겨 있었다. 우리나라의 부조리를 묘사하면서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 답을 찾도록 유도한 것이다. 소설은 우리가 당연히 여겼던 과거 상황들과 문제를 객관화하여 봄으로써 시대 간의 격차 속에서 얼마나 많은 인간적인 부분이 무시되어왔는지를 깨닫게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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