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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할지는 모르지만 아무거나 하긴 싫어 - 여행에서 찾은 외식의 미래
이동진 외 지음 / 트래블코드 / 2019년 10월
평점 :
바텐더 없는 칵테일 바…생각의 재료를 찾다
[서평] 『뭘 할지는 모르지만 아무거나 하긴 싫어』(이동진, 최경희, 김주은 외 1명, 트래블코드, 2019.10.01.)
트래블코드는 퇴사준비생을 위한 여행을 서비스한다. 책의 서문에는 기획이 얼마나 힘든지 언급된다. 그래서 여행을 제안한다. 새로운 곳에서의 체험은 생각의 재료를 선물한다. 그렇다. 여행은 머리를 리프레시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이다. 좋은 생각은 곧 기획으로 이어진다.
“결국 ‘뻔한 것을 뻔하지 않게 만드는 힘’이 기획의 핵심입니다.”(7쪽)
『뭘 할지는 모르지만 아무거나 하긴 싫어』는 총 4개의 파트로 구성돼 있다. ▶ 우선 과거를 재해석해 보자 ▶ 고객 경험을 바꿔보면 어떨까? ▶ 고정관념은 부수라고 있는 거야 ▶ 미래기술을 도입해 본다면? 이다.
제일 처음 소개되는 요리는 홍콩의 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전통음식 ‘잇 달링 잇(Eat Darling Eat)’다. 이건 전통 로컬 간식이다. 공저자들이 추천하는 건 고구마 통 수이다. 통 수이는 ‘달콤한 물’이라는 뜻이다. 사진을 보니 군침이 절로 돈다. ‘잇 달링 잇’이 판매되는 공간은 포스트모더니즘을 추구한 디자인이 가미됐다. 공간을 보는 것만으로 정말 느낌이 좋다. 높은 형광은 마음을 들뜨게 한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9/1022/pimg_7576941242333451.jpg)
일상이 지루할 때 떠나는 생각의 재료 찾기
다음으로 소개된 곳은 대만이다. 대만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는데, 전통 문화와 도시가 잘 조화된 느낌이었다. 『뭘 할지는 모르지만 아무거나 하긴 싫어』에서 소개된 매장은 ‘스미스 앤 슈’이다. 첫 느낌은 전통차를 매우 세련되게 팔고 있다는 것이다. 각 차마다 넘버링을 해놓았는데, 실물 찻잎과 매칭하도록 해준다. ‘스미스 앤 슈’는 전통을 지키면서 차에 대한 편견을 줄여갔다. 기업이 해야 할 일은 그런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는 것이다. 또한 별자리를 이용해 자신에게 적합한 차를 아려준다고 하니, 지갑이 안 열릴 수가 없다.
고객 경험을 바꾸는 사례는 런던의 V&A 박물관과 샌프란시스코의 ‘인 시투’라는 레스토랑이 소개됐다. V&A 박물관은 영국이 주변 유럽 국가들에 비해 예술적 역량이 뒤떨어진다는 자각 하에 예술품들을 모방하여 전시해놓은 곳이다. ‘인 시투’는 전 세계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의 음식들을 카피해 메뉴로 만들었다.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은 별 1, 2, 3개로 평가한 최고급 레스토랑이다. ‘인 시투’가 특별한 건 당일 방문하는 손님들에게도 요리를 맛볼 수 있게 한다는 점이다. 대개 유명 레스토랑은 당일 방문이나 예약은 안 되는 걸 감안했을 때 획기적인 전략이다.
간판도 없는 이곳에 사람들이 드나든다. 대만 타이베이의 ‘R&D 칵테일 랩’이다. 이름이 참 마음에 든다. 여기엔 메뉴도 없다. 술 마시는 취향을 물어보면 알아서 만들어준다고 한다. 마니아들이 몰리는 이유가 있다. 바로 약 200가지의 다양한 칵테일이 제공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곳에 비해 가격이 조금 비싸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다양한 만큼 칵테일 초보들에겐 힘들 수 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소개하고 싶은 곳은 ‘드래프트 랜드’다. 바텐더가 없는 칵테일 바, ‘업의 핵심을 버리면 혁신이 생긴다’는 제목이 눈길을 끈다. 여기는 비싸지 않고, 신속하게 오래 다닐 수 있는 좋은 칵테일을 추구한다. ‘드래프트 랜드’는 바텐더가 없다. 대신 미리 칵테일을 만들어 놓았다. 정확한 계량에 따라 칵테일을 만들어 손님에게 서비스하는 것이다. ‘드래프트 랜드’가 서울에도 곧 진출할 예정이라고 한다. 맥주를 탭으로 따라 마시듯이, 칵테일을 조금씩 시음하며 선택할 수 있다. 이런 곳이라면 나도 한 번 가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