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기울임의 미학 - 타인에게 한 발 다가가기 위한 심리 수업
최명기 지음 / 시공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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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로운 사람에게 필요한 건 이야기할 대상

[서평] 귀 기울임의 미학 (타인에게 한 발 다가가기 위한 심리 수업)(최명기 저, 시공사, 2019. 10.05.)

 

고전적인 정신분석에서 치료사들은 환자를 분석하기 위해서 환자의 이야기를 들었다. 흔히 사람들은 듣는 행위를 수동적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말하는 행위는 능동적이라고 본다. 하지만 습관처럼 말하는 것은 능동적이 아니며 오히려 수동적이다. 귀 기울임의 미학은 듣는 행위만으로 상대와 대화하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최근 한 연예인이 자살했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녀에게 필요한 건 이야기할 사람이 아니었을까.  

 

우리는 살면서 끊임없이 누군가와 대화를 한다. 어색한 상황을 무마하려거나 자신의 존재가 크다는 점을 은연중에 보이고 싶은 생각 때문도 포함된다. 그런데 배려 없는 대화 시도는 상대방을 더 불편하게 만든다. 이 경우 상대는 조언을 비난으로, 격려를 질책으로까지 받아들인다. 그러면서 무언의 압력을 받는다. 멈추고 싶은 사람에게 커다란 부담인 것이다. 예로 무력감에 사로잡힌 이가 있다하면, 이 사람은 아무 것도 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그런데 주위에서 무조건 격려를 할 때가 있는데, 종종 절벽에서 등을 떠밀리는 것처럼 느낀다고 한다. 용기가 아닌 희망 고문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말하기만큼 중요한 들어주기


저자는 쓸데없이 질문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사교적이라고 착각하곤 한다.”고 적었다. 정작 분위기를 바꿔보고자 하는 질문에 대해 상대방과 다르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현대사회에서는 무엇보다 사생활이 중요하다. 너무 세세하거나 직업, 학교, 가정사와 같은 질문 받기를 꺼려한다. 그래서 가능하면 상대방이 말하고 싶어 할 것을 짐작해서 물어야 한다. 만약 상대방이 말하기 싫어할지 감이 안 잡히면 그때는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보면 좋다. 내가 답하기 싫은 것은 상대방도 대답하기 꺼려하기에 그렇다.


대화든 관심이든 충고든 격려든 누군가를 도와주려는 의도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귀를 기울이는 일이다. 인간이 변화하기 위해서는 내적 동기 못지않게 외적 동기가 중요하다. 살다 보면 우리는 누구나 타인에게 관심을 갖고, 조언해야 하고, 위로해야 하고, 격려해야 하는 상황을 마주 대한다. 이 경우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도움을 내밀 수 있도록 조언하면서 그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게 중요하다.

 

마음의 괴로움은 전신에 화상을 입어 극심한 통증을 느끼는 상황과도 같다. 상대는 어떻게 해서라도 통증이 느껴지지 않도록 발버둥 친다. 때로 마음이 너무 괴로우면 죽는 것이 낫다고 여기게 된다. 이 상태를 피하게 위한 방법으로 저자는 어떤 감정도 느끼지 말라고 조언한다. 마음을 마취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오랜 시간 마취 상태가 지속되면 후유증이 발생한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트라우마가 옅어진 시점에 더는 감정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이때 중요한 건 옆에서 따뜻하게 마음을 녹여줄 누군가이다.

괴로운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누군가에게 무엇인가를 이야기한다.’는 행위다. 자신의 고통에 누가 귀 기울여준다는 것, 그 자체가 괴로운 이에게는 한 모금의 물이 된다. 상대방이 해결책을 제시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에서 나의 말을 귀담아듣는다는 의미를 찾는다. 충고의 내용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충고의 내용보다 중요한 것은 나의 두려움을 덜어주려 한다는 상대의 행위 그 자체에 있다.

 

귀 기울임의 미학은 다시 한 번 상대 입장을 되새겨보게 한다. 어떻게 생각하면 인생은 어렵고 긴 시험이다. 우리는 종종 시험에 드는 순간을 마주하고, 문제를 풀 수 있는 사람이 나밖에 없다는 걸 발견하게 된다. 스스로의 자존감을 찾는 자만이 결국 상대에게 귀를 기울일 수 있다. 이는 상대 역시 자존감 있는 인간으로서 동등하게 존중한다는 의미와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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