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명의 파블로 - 세상의 한가운데서 지양어린이의 세계 명작 그림책 63
호르헤 루한 지음, 키아라 카레르 그림, 유 아가다 옮김 / 지양어린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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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좁아 절반의 생활을 하는 파블로

[서평] 일곱 명의 파블로 (세상의 한가운데서)(호르헤 루한 저, 지양사, 2019. 09.15.)

 

어른의 입장에서 읽은 동화책은 너무도 순수한 이야기로만 가득하다. 과연 아이들은 동화책들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일곱 명의 파블로는 책은 읽는 아이들로 하여금 파블로가 되도록 이끈다. 세상에는 다양한 파블로가 있지만 대표적으로 일곱 명이 책에 소개되었다.

 

광산에서 일하는 아빠를 둔 파블로는 자고 있는 아빠의 가슴에 손을 대보곤 한다. 그 부분은 다음처럼 묘사되었다. “그러면 꼭 세상의 중심에 닿는 느낌이에요.” 이 묘사에서 아이는 무슨 생각으로 이런 말을 했을까. 어른의 입장에서는 마냥 아름다운 문장이라 생각이 들거나, 아빠처럼 지하 깊은 광산을 느끼는구나, 라고 단순하게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아빠를 보고 꿈을 키운다. 언젠가는 세상으로 나가 멋진 모습을 볼 날이 바로 아빠의 어깨에 달렸기에 이러한 묘사를 했으리라 생각이 든다.

 

에콰도르 밀림에서 과일을 따 생활하는 파블로도 있다. 이 파블로는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향해 우리를 잊지 말아요!”라고 외치곤 한다. 이 부분은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외치는 소리와도 같았다. 어딘가에 살고 있을 파블로와 그들의 삶은 결국 지구를 이해하는 또 다른 방법인 것이다. 우리는 지구를 보호해야 함이었다. 아르헨티나에 사는 파블로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 친지를 생각하며 시를 쓰는 아이다. 뉴욕으로 이민 온 파블로도 있다. 집이 좁아 가족 구성원 절반이 집 밖에서 생활을 해야 한다. 그리고는 하루의 절반을 떠돌다가 집으로 돌아와 나머지 절반 구성원과 자리를 교체하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이 파블로의 학교로 시인이 찾아왔다. 시인은 파블로에게 꿈을 물었다. 파블로는 경찰이 되고 싶다고 했는데, 이유는 사람을 때려도 감옥에 가지 않기 때문이었다. 시인이 그것을 표현해보라고 한다. 파블로는 머뭇거리더니 시로 썼다. 그때 시인이 경찰이 파블로에게 그렇게 하면 기분이 어떨까?” 물었다. 파블로는 놀라 종이를 찢어 휴지통에 버려버렸다.

 

이 문장은 짧게 나왔지만 한 편의 장편 소설을 읽는 듯 많은 내용을 품고 있었다. 시인이라는 사람이 파블로 보다도 못한 감성을 지닌 어른이라는 점과, 시인 역시 그 사회 속에 물든 어른일 뿐이라는 점이었다. 파블로와 시인간의 역할이 바뀐 것 같이 우스꽝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서 이 부분이 유난히 책을 덮고도 기억에 오래 남았다.



여러 파블로가 되어보게 하는 책

 

페루에 사는 파블로도 나오고, 리오 데 자네이로 빈민가에 사는 파블로도 나온다. 여기서 쓰레기더미를 뒤지는 파블로를 향해 한 어른이 왜 학교에 가지 않니.’라고 묻는다. 가고 싶다고 하자 왜 안 가니.’라고 다시 묻는다. 정말 이 어른은 몰라서 묻는 걸까. 아니면 그저 아이에게 자신들은 질문하는 권위 있는 존재라는 걸 보이고 싶은 으스댐일까. 공감을 못하는 어른들과 이를 알면서도 대답을 해야 하는 어린이의 모습을 대조시킨 역설적인 부분이었다.

 

마지막으로 멕시코에서 태어난 파블로가 나온다. 이 파블로는 친구들과 함께 기차 위에 타 국경을 넘고 있었다. 파블로의 목에 상징처럼 엄마의 결혼반지가 걸려 있었다. 어디를 가건 엄마가 옆에 있다는 느낌과 함께, 자신 역시 인간으로서 태어났다는 자부심을 파블로는 가질 것이었다. 이 파블로와 친구들의 표정은 밝았다.

 

책 속 파블로들은 여러 상징이 될 수 있었다.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세상에서 지금 우리의 어린이들의 모습이 될 수 있다. 지금 지구에서 여러 파블로들이 살아가고 있음을 책은 깊이 있게 그리고 있었다. 또한 책의 그림들은 정말로 어린아이가 그린 듯 천진난만했고, 색감과 표정 등을 통해 분위기를 잘 나타내고 있었다. 특히 검은 바닥의 노란 길이 인상적이었다. 이것은 황금빛 미래를 밝히는 카펫과도 같았다. 옐로우 카펫 말이다. 그 위를 한 가족이 걷고 있었다. 책은 이 가족의 발자취를 점점 앞날로 이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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