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백을 버린 날, 새로운 삶이 시작됐다
최유리 지음 / 흐름출판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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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샤넬백!”패션의 완성은 나를 사랑하는 일

[서평] 샤넬백을 버린 날, 새로운 삶이 시작됐다(최유리, 흐름출판, 2019.08.20.)

 

공부보단 옷! 서울대 루저라는 별명까지 가졌던 저자 최유리 씨는 박사학위 논문을 쓰면서 우울증에 걸렸다. 그러다 글을 쓰기로 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깨달았다. 그건 바로 옷이었다. 저자 최유리 씨는 사람들이 이젠 정체성을 스타일리시하게 입기를 바란다.

 

난 평생 남이 정한 기준에 나를 끼워 맞추기 바빴고, 한 번도 나 자신이었던 적이 없었으며, 일류대 간판과 사회적 지위, 멋진 옷으로 나를 꾸미려고만 했었다는 것을.”(89)

 

외부의 기준에 맞춰온 최유리 작가는 단골 쇼핑몰 사장의 어깨에 걸려 있던 샤넬백을 보며,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러다 오드리 햅번의 자유롭고, 당당한 모습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오드리 햅번은 전쟁 통 네덜란드에서 가난한 시절을 보냈지만 늘 당당했다. 유명한 영화배우가 되고서도 자신의 내면을 잃지 않았다.

 

최유리 작가는 오드리 햅번을 통해 내면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그리고 박사 논문을 포기하기로 했다. 나를 찾기로 한 것이다. 이제 그녀가 지향하는 것은 패션힐러. 책의 제목에 나오는 샤넬백은 물건으로서 샤넬백뿐만 아니라 남들의 기준을 의미하기도 한다.

 


 

당신의 세계에서 결국 당신 자신을 만나기를.”(13)

 

핑크색을 좋아하던 최유리 작가는 쇼핑 중독에 빠졌다. 어릴 적 언니의 옷을 물려 입으며 겪었던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서였다. 최 작가는 화려한 레이스 플라워 프린트 벨벳 망사 스타킹 핫핑크의 공주풍 옷을 좋아하게 됐다. 벨벳이 뭔지 몰라 검색해보니, 고급원단으로 짧고 부드러운 솜털이 나 있다고 한다. 최 작가는 건강한 자존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샤넬백을 갖고도 내 삶은 텅 빈 그대로였다.”(31)

 

기간제 교사로 5년 동안 일했던 최유리 작가는 암묵적 드레스 코드에 질색을 했다. 마음대로 입지 못하는 직장의 옷차림. 나 역시 와이셔츠에 단정한 바지를 늘 입고 출근해야 했던 예전이 떠오른다. 자유롭게 입지 못하면서 어떻게 창의적이고 멋진 기획안이 나올 수 있을까. 자유롭게 발언하지 못하면 엉뚱한 상상을 하기 힘든 것과 마찬가지다.

 

서울대 간판을 버리고 스타일링 도와주는 일을 하기로 결심한 최유리 작가. 좋아하는 일도 하고, 자신을 찾을 수 있는 일에 도전하라고 그녀는 조언한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정작 입어야 할 것은 학교 로고가 아니라 자기 이름이라는 걸 너무 늦지 않았을 때 알기를.”(63)

 

샤넬백을 버린 날, 새로운 삶이 시작됐다에는 옷 잘 입는 사람의 체크리스트가 있다. 실제로 해보고, 자신의 점수가 13점 이상이면 이미 옷 잘 입는 사람이라고 한다. 712점 이하인 나는 옷 잘 입는 사람이 될 가능성이 있는 듯하다. 그나마 다행이다.

 

최유리 작가는 옷 잘 입는 사람이란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나의 오늘 의상 스타일이 어떤지 주위 사람들에게 묻지 말고,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자신을 사랑하다보면 여유가 생길 수 있다.

 

<비포 선라이즈> 시리즈를 통해 누군가를 알아가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최 작가는 깨달았다. 또한 이중섭 작가의 작품들을 보면서 서로의 세계를 알아가는 남녀를 확인했다. 7장짜리 이별 편지를 받고도, 사랑의 상처를 오랫동안 간직했던 최유리 작가. 헤어스타일 하나라도 이젠 남이 아니라 자신이 만족하는 모습으로 가꾼다.

 

정답을 요구하는 한국식 문학 교육을 싫어한다는 최유리 작가. 그녀는 지금 블로그를 통해 독자들과 만나며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건강한 자존감과 진실한 소통이 그녀가 말하는 진짜 멋있는 삶의 조건이다. 그래서 최유리 작가는 이렇게 외친다. “굿바이, 샤넬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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